혼날라치면 엄마 눈치 보는 네 살, 계속 혼내도 되나요?
혼날라치면 엄마 눈치 보는 네 살, 계속 혼내도 되나요?
  • 칼럼니스트 윤정원
  • 승인 2020.12.2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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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를 알고 하는 교육] 훈육할 때 알아야 할 ‘언어의 온도’  

Q. 네 살 딸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제가 조금이라도 혼낼 기미가 보이면 바로 “죄송해요, 잘못했어요”라고 말을 합니다. 엄마 눈치를 많이 보는 것 같아요. 어린이집에서도 선생님의 눈치를 본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엄마 눈치, 어린이집 선생님 눈치 보는 아이... 뭐가 문제일까요. ⓒ베이비뉴스
엄마 눈치, 어린이집 선생님 눈치 보는 아이... 뭐가 문제일까요. ⓒ베이비뉴스

A. 아이와 엄마, ‘언어의 온도’ 차이는 얼마나 날까요? 아이의 생각과 느낌은 어른이 상상하는 것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 아이가 엄마 눈치를 본다면 먼저 소통 방식을 살펴봐야 합니다.

유아와 양육자의 소통은 ‘비언어적’인 부분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러나 비언어적인 사인마저도 언어적인 소통을 위한 필요조건이므로 여기선 언어에 대한 부분을 체크해 보겠습니다.

스위스 언어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는 ‘랑그(langue)’와 ‘파롤(parole)’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그는 ‘언어적 의미는 단어 간의 관계 안에 있다’고 했습니다. 랑그는 소통의 도구로서 '언어'가 가지고 있는 구조입니다. 이것은 무시간적이고, 파롤은 그 '랑그'를 전제하는 실제적인 언어생활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뭔가를 실수한 상황에서 엄마가 아이에게 “잘했다, 잘했어”라고 말을 한다면 정말로 잘했다는 의미의 ‘good job’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니, “잘했다”라고 말하는 것은 랑그이고, 진짜 잘한 것이 아닌, ‘잘못했다’라는 생활의 실제 의미를 담는 것이 파롤입니다. 

이렇게 언어의 기능은 복잡하고 다양할 수 있는데 이제 말을 배우고 언어를 익히고 있는 유아로서는 어떨까요? 어른은 단어의 이중의미를 알고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구사하겠지만 유아에게는 어려운 일입니다. 유아와의 소통은 전달하려는 내용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바른 언어 선택이 중요합니다.

◇ 언어와 정서가 부조화한 부모 태도가 ‘눈치 보는 아이’로 

유아는 아직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비언어적인 사인도 언어처럼 소통 수단이 됩니다. 물론 유아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고 어른에게도 표정과 몸짓을 담은 행동 등은 또 다른 언어입니다. 

엄마의 눈치를 살핀다는 것은 말의 내용보다는 분위기와 엄마의 표정을 주시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감각적인 느낌에 더 반응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언어가 충분히 발달하기 전에는 감각에 의존하게 됩니다. 아이와 대화할 때 목소리 톤과 표정이 어떤지 체크하고, 말하는 속도도 주의합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점은 이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눈빛입니다. 눈빛은 대화와 소통, 언어의 완성입니다. 언어와 표정은 숨기거나 의도할 수 있지만, 눈빛은 숨길 수 없는 진실을 담기 때문입니다.

말로는 괜찮다고 하면서 눈빛은 화가 나 있거나 사랑한다고 하는데 눈빛은 냉랭하다면 어떨까요? 언어와 정서의 부조화는 아이에게 불안과 혼란을 주어 눈치를 보는 즉, 상황을 살피는 습관이 생기게 합니다. 랑그와 파롤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은 진실한 눈빛으로 정돈될 수 있습니다. 

또, 언어의 생명력은 언어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언어 안에 정서가 담겨야 하는데 정서는 심리적인 접촉이 동반돼야 하고 심리적인 접촉은 스킨십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아이와 건강한 스킨십을 나누는 것은 중요하고 필요합니다.

◇ 지양해야 하는 스킨십

▲아이가 원하지 않을 때와 원하지 않는 신체 부위는 삼갈 것=예:아이는 스킨십을 원하지 않는데, 부모가 원해서 하는 경우, 머리를 만지는 것이 싫다고 하는데도 무심결에 계속 만지는 경우

▲훈육을 스킨십으로 급하게 마무리 짓지 말 것=예:보통 훈육 후에 스킨십으로 마무리를 하게 되는데 상황에 따라 주의해야

훈육이 생각과 마음에 전달되어, 아이에게 작용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데 훈육 후 기분을 풀어준다는 이유로 빠르게 안아주거나 스킨십하는 것은 훈육 효과를 떨어지게 하는, ‘스킨십의 역기능’이 될 수 있습니다. 

때론 아이가 그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서 안아달라고 요구하기도 하는데 이때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아이가 흥분한 상태라면 차분하게 진정을 시킨 후 부드럽게 안아줍니다.

이때 “앞으로 그렇게 안 한다고 약속하면 안아줄게”, “눈물 그치면 안아줄게”처럼 조건을 붙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약속하자’와 안아주는 것은 별개로 해야 합니다. 안아주는데 조건엔 이유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냥 안아주면 됩니다.

`◇ 아이에게 ‘눈치’란 ‘잘하고 싶은 마음’임을 알아주세요 

아이가 엄마의 눈치를 보는 것은 과도한 통제를 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아이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많고, 무언가를 할 때 간섭과 참견을 많이 받는다면 자연스레 눈치를 보며 살피게 됩니다. 

다시 말해 눈치란, ‘내가 언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엄마에게 혼나지 않고 칭찬을 받을 수 있을까’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아이의 입장에서 눈치를 보는 것은 잘하려는 마음이라는 점을 알아주어야 합니다. 혼나고 싶지 않아서 빠르게 잘못했다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눈치 보지 말고 네가 알아서 하고 싶은 대로 해”라는 말은 “잘하지 않아도 돼”라는 이중 의미가 되므로 아이는 혼란과 무력감을 느끼게 됩니다. 아이가 잘못했다고 말할 때 그 말 자체에 얽매이거나 운운하기 본다는 “네가 이렇게 하려는 마음이었구나? 그것을 엄마가 몰라준 것이고”라는 표현으로 바꾸면 아이는 자신이 잘못했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윤정원은 한양대 교육대학원 예술치료교육학 석사를 마친 후, 한양대 의과대학원 아동심리치료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현재 공감이 있는 공간 미술심리치료연구소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사람과 예술을 경험하고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연구를 꾸준히 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인간의 이해에 기본이 될 수 있는 정신분석적 접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오늘도 마음과 귀를 열고 듣고 담을 준비가 돼 있는 미술심리치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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