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니까 양보해?” 양보에도 명분이 필요합니다
“친구니까 양보해?” 양보에도 명분이 필요합니다
  • 칼럼니스트 장성애
  • 승인 2020.12.2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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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질문 공부] 배려는 무조건 좋은 것? 섬세하게 접근하세요

인성 교육법의 핵심 가치 중 우리가 유아들에게 가장 많이 요구하는 것은 배려입니다. 왜 그럴까요? 많은 갈등이 욕심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해결법은 배려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갈등의 원인을 욕심이라고만 본다면, 욕심을 버리라고 가르치는 것이 유아 인성교육의 핵심이 아닌가 합니다. 배려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자기 욕심이 많고, 그래서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배려라는 말을 먼저 가르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친구에게 양보하고 온 아이때문에 약 오르는 부모, 왜 그럴까?

배려와 양보가 미덕이라고 가르치는데, 정말 그럴까요?ⓒ베이비뉴스
배려와 양보가 미덕이라고 가르치는데, 정말 그럴까요?ⓒ베이비뉴스

양보와 배려의 미덕이 습관이 된 아이들. 이 아이들이 유아들일 때는 참 보기 좋습니다. 혼자만 갖겠다고 떼를 쓰는 아이들과 비교해 배려하는 아이들은 통제도 쉽고 관리하기가 편합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교사의 특별한 보호를 받는 작은 사회입니다. 1:1 보살핌을 받을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비록 친구에게 양보하더라도 교사가 또 다르게 챙길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이런 시스템의 특징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한 채, 우리 아이가 잘 자라고 있다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잘 키운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양보나 배려를 했다기보다는 빼앗기고 온다는 느낌입니다. 이때부터 부모들은 말 못 할 고민에 빠지고 속상하기 시작합니다.

다른 아이들이 문제라고 생각을 했다가, 내 아이가 할 말을 다 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비로소 상담을 요청합니다. 이런 경우에 필요한 질문은 단 하나입니다. 

“엄마가 교육한 대로 아이가 잘 하고 있는데 무엇이 문제인가요?”

이럴 때 두 가지 상황이 연출된답니다. 자기 것을 못 챙기고 온 아이가 억울해하거나,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부모가 약오르고 화가 나는 경우입니다. 어떤 경우이건 아이는 잘 교육받은 대로 양보와 배려를 선택했을 뿐입니다. 결정적일 때 양보하고 배려해도 되면 우리는 양보와 배려만을 배우면 됩니다.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겪어야 할 중대사가 두 가지 있습니다. 바로 대학입시와 취업입니다.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고, 정해진 선발 인원 안에 들어야 합니다. 그야말로 한 치의 양보도 없습니다. 아니 양보를 해서는 안 됩니다.

배려를 미덕으로 알고 살다가 치열한 경쟁에 들어가게 되면 사람들을 믿지 못하게 됩니다. 나만 손해 보지 않을까? 하는 불안과 의심 속에 살게 되는데 이조차 티를 낼 수 없습니다. 경쟁은 나의 더 나은 발전을 위해서이며, 타인의 발전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나만 선택돼야 하는 치열한 경쟁도 있는 반면에 협력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선의의 경쟁도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다 필요합니다. 하나만 선택하라고 해서는 안 됩니다.

◇ 배려는 선택과 용기의 문제, '무조건' 양보는 없다 

‘의좋은 형제’ 이야기를 예로 들고 싶습니다. 형님과 아우가 서로를 배려해 밤새 볏단을 상대의 집에 나릅니다. 이런 ‘쓸데없는 시간 낭비’를 하기보단, 이 의좋은 형제가 힘을 합쳐서 더 나은 수확을 올리는 수단을 취하거나, 수확한 곡식을 더 나은 조건으로 판매하는 지혜를 모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선택’에 대해서 가르쳐야 합니다. 유아 때부터요. 선택했으면 그다음에 일어날 수 있는 상황적, 감정적인 일에 책임을 지고 대처를 하는 법을 배워가도록 도와야 합니다.

배려는 선택과 용기의 문제입니다. 무조건 양보가 아니라 양보를 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나보다 내 친구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친구에게 양보하는 선택이 하나의 이유가 되는 것이죠.

반면 ‘친구도 갖고 싶겠지만 지금은 나한테 이것이 꼭 필요해 왜냐하면~’이라는 선택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배려에는 선택하고 책임을 지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현대사회는 경쟁 사회입니다. 현대뿐만 아니라 인류가 국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경쟁은 불가피했습니다. 어쩌면, 욕심으로 인한 경쟁 때문에 국가가 만들어졌는지도 모릅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배려를 핵심 덕목으로 가르치는 학교도 다른 학교와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합니다. 

다른 학교와 비교해 상위권 학생들을 유치하려고 하거나 취업 등으로 우위의 데이터를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유치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유독 우리는 배려를 가장 먼저 가르치고 배려하지 않으면 욕심이 많은 나쁜 사람이라고 낙인을 스스로 찍도록 하는 교육이 횡행하고 있습니다.

성인이 된 우리도 알게 모르게, 내가 남보다 더 많이 가져오면 죄의식을 불연 중에 가지도록 뇌에 프로그램이 돼 있습니다. 타인을 배려해야 하는 때가 언제인지, 나를 배려해야 하는 때가 언제인지 선택을 하고 책임을 지도록 하는 섬세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칼럼니스트 장성애는 경주의 아담한 한옥에 연구소를 마련해 교육에 몸담고 있는 현장 전문가이다. 전국적으로 부모교육과 교사연수 등 수많은 교육 현장에서 물음과 이야기의 전도사를 자청한다. 저서로는 「영재들의 비밀습관 하브루타」 「질문과 이야기가 있는 행복한 교실」 「엄마 질문공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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