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달린엄마 기사 보고, 우리도 할 수 있겠다 싶었죠"
"바퀴달린엄마 기사 보고, 우리도 할 수 있겠다 싶었죠"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0.12.31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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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 달린 엄마 시즌4] ②영유아 마음건강 증진을 위한 부모교육 사업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장애가 있는 부모들은 어떻게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갈까? 베이비뉴스는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적용돼야 할 보편적 권리로써 ‘아이 낳고 키울 권리’를 이야기하는 「바퀴 달린 엄마」 특별기획 시리즈를 2017년부터 연재해오고 있다. 시즌 1, 2에서는 장애를 가진 부모 열한 가족을 국내에서 만났고, 시즌 3에서는 미국의 장애인 가족 지원단체 ‘스루더루킹글래스’(TLG)를 방문해 미국 장애부모의 양육 현실과 지원 서비스를 살펴봤다. 시즌 4를 통해서는 국내 장애인 부모를 위한 자녀양육 지원 서비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대안을 찾아본다. - 기자 말

조용남 한국보육진흥원 교직원지원국장, 조미숙·변지혜 놀이심리상담사(왼쪽부터).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조용남 한국보육진흥원 교직원지원국장, 조미숙·변지혜 놀이심리상담사(왼쪽부터).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장애가 있는 부모는 본인의 장애로 인해 비장애부모가 자녀들에게 해주는 것을 못 해주는 건 아닌지,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 건지, 혹시라도 자신의 장애로 아이 발달이 뒤처지지는 않을지 불안감이 매우 높았습니다. 실제로 잘하고 있는데도 자신감이 없었어요. 잘하고 계시고 아이도 잘 자라고 있다고 지지해 드리니까 안심하시더라고요.” (변지혜 놀이심리상담사)

한국보육진흥원은 올해 처음으로 장애부모 자녀양육을 돕기 위한 ‘영유아 마음건강 증진을 위한 부모교육 사업’을 시작했다. 이는 (주)두산의 사회공헌 ‘아동·청소년 성장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기업의 기부 덕분에 이 사업이 가능했다.

지난 21일 서울시 용산구 청파동 한국보육진흥원을 찾아 이 사업을 설계하고 진행한 조용남 교직원지원국 국장과 각 가정을 방문해 놀이·양육을 상담하는 놀이심리상담사 조미숙·변지혜 두 전문가를 만났다. 이들을 통해 사업 기획부터 실제 양육코칭까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장애부모 자녀 발달 지원 보육정책은 하나도 없어서…”

조용남 한국보육진흥원 교직원지원국장은 "장애부모 가정의 아이들의 성장 발달을 지원하는 보육정책은 하나도 없어서 늘 미안하고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조용남 한국보육진흥원 교직원지원국장은 "장애부모 가정의 아이들의 성장 발달을 지원하는 보육정책은 하나도 없어서 늘 미안하고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장애부모 가정의 아이들의 성장 발달을 지원하는 보육정책은 하나도 없어서 늘 미안하고 안타까웠어요. 그러던 차에 지난해 베이비뉴스 미국 탐방 기사를 보고 ‘우리나라도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여기저기 수소문하던 끝에 두산에서 취약부모에 대한 부모교육 사업에 기부해주겠다고 해서 기획하게 됐죠.”

조용남 국장은 이 사업의 시작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소개했다. 베이비뉴스는 「바퀴 달린 엄마」 시즌 3를 통해 미국 장애인 가족 지원단체 스루더루킹글래스(TLG)를 방문해 장애부모의 비장애 자녀양육을 돕기 위해 전문가의 가정방문 양육상담과 양육물품 지원사업 등을 보도한 바 있다. 한국보육진흥원이 마련한 올해 사업은, TLG의 지원사업과 비슷하게 설계됐다.

조 국장은 “처음 하다 보니 굉장히 어려웠다”며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특히 영유아 자녀가 있는 장애부모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장애 유형도 다양하기 때문에 다양한 장애에 대한 이해가 있는 상담 전문가를 찾고 교육자료를 장애에 맞춰 제작했다.

사업 대상자를 찾기 위해 지역 복지관, 장애학교, 장애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소개받기도 하고 나중엔 직접 만나러 나섰다. 조 국장은 무엇보다 이 사업 취지를 이해하고 지원을 받을지에 대한 부모 본인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때문에 본인 신청이 필수. 의향이 없다고 하면 대상에서 제외했다. 기획단계에서 장애여성 자녀양육을 위한 프로그램 ‘행복가족 레시피’를 먼저 진행한 성프란치스꼬장애인종합복지관 담당자들로부터 자문받으며 꼼꼼하게 챙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업 진행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결국 시각장애 가정 열두 가구를 섭외했다. 점자로 된 부모교육 자료를 만들고, 가정방문할 놀이·양육 전문가 여섯 명을 채용해 사전 워크숍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 10월 24일부터 각 가정으로 투입됐다. 한 가구당 8회 방문, 1회에 1시간 30분에서 2시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정방문을 미룬 가정도 있고, 이미 끝난 가정도 있다. 부모가 일하는 가정은 평일 저녁 시간이나 주말에 방문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어 맞춤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큰데… 양육 정보는 취약한 상황”

조미숙 놀이심리상담사는 "장애부모들이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큰데 양육 정보는 취약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조미숙 놀이심리상담사는 "장애부모들이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큰데 양육 정보는 취약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이번 부모교육 사업은 서울과 인천 지역에 거주하는 열두 가정이 대상이다. 아동 연령은 10개월부터 7세까지. 전문가들은 어떻게 놀이·양육상담을 진행했을까. 첫 방문 때는 기본적인 부분부터 파악했다. 엄마랑 아이가 어떻게 생활하고, 주양육자는 누구인지, 어떤 기관을 이용하고, 어떤 놀이를 하는지, 양육에 어려운 부분,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지 등을 조사하고 난 뒤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데 주력했다.

조미숙 놀이심리상담사는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큰데 양육 정보는 취약한 상황이었다”면서 “제한된 관계 속에서만 생활하니까 전혀 정보도 없고 도움을 받기 힘들어 했다”고 전했다.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보내지만 한 번도 부모 상담이 이뤄지지 않았다. 조 상담사가 맡은 아이 중 한 아이는 유사 자폐 증상을 보였다. 장애통합어린이집이나 장애전문어린이집이 아닌 일반어린이집에 보내다 보니 그동안 아이의 이상 행동에 대해 제대로 얘기해 준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이 아이의 경우, 엄마가 장애를 가지고 있어 친·인척과 활동보조인 등이 양육을 도와주다 보니 밤, 낮, 주말 계속 양육자가 바뀌어 아이가 혼란스러워하는 문제도 있었다. 조 상담사는 주양육자인 할머니까지 교육을 받도록 했다. 그러면서 아이의 대소변 훈련부터 시켜나갔다.  

변지혜 놀이심리상담사는 성프란치스꼬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진행하는 가정방문 양육코칭을 지도해본 적 있는 경험자다. 변 상담사는 주된 상담 내용과 관련해, “부모님들이 아이한테 가지는 미안함이 제일 크다”면서 “책 읽기, 그림 그리기와 같은 놀이는 해줄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부모님의 강점을 찾아드리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이어 변 상담사는 “어떤 놀이를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놀이 과정에서 아이들과 부모님과 교감도 중요하기 때문에 함께 할 수 있는 다른 활동을 제시해드리고,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는 부모님께 아이는 잘 자라고 있다고 지지해드렸다. 객관적으로 말씀드리니까 안심을 좀 하시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변 상담사는 부모교육을 진행할 때, 한국보육진흥원에서 만든 점자 교육자료가 매우 유용했다고 평가했다. 이 자료는 일단 쉽게 돼 있는 데다, 발달심리학 이론에 맞춰 아이들이 부모의 장애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변 상담사는 아이에게 부모의 장애에 대해 자연스럽게 얘기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 “시작이 씨앗이 돼 퍼져나가고 계속 이어갈 수 있길…”

변지혜 놀이심리상담사는 "주기적으로 가정방문해 아이 발달에 대해 모니터링하는 서비스가 장기화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변지혜 놀이심리상담사는 "주기적으로 가정방문해 아이 발달에 대해 모니터링하는 서비스가 장기화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조 상담사가 맡은 또 다른 아이는 놀이터에 한 번 나갔다가 안전상의 이유로 큰일 날 뻔한 후로 다신 놀이터에 가보지 못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첫날부터 아이와 대근육 놀이를 해줬다. 아이가 너무 좋아서 상담사가 간다고 하니 울기도 했다. 이후에는 아이가 엄마와 할 수 있는 전통놀이 재료를 주고 놀이방법을 알려줬다.

유사 자폐 증상을 가진 아이의 행동도 달라졌다. 처음에는 모든 종이를 찢었는데 이제는 종이를 가지고 날리기 놀이, 신체 묶기 놀이 등도 한다. 이 사업을 통해서 아이가 다양한 감각을 키울 수 있게 되고, 아이가 실제적으로 변화하자 엄마도 놀랍다는 반응이다.

조 상담사는 “부모님의 반응이 너무 좋다. 양육에 대한 정보가 백지상태였기 때문에, 말씀을 드리면 100% 수용하신다"고 말했다. 변 상담사도 "놀이공간이 부족하다고 말씀드렸더니 다음 방문했을 때는 따로 놀이공간을 마련해두기도 하고 즉각적이고 적극적으로 반응하셨다”고 말했다.

변 상담사는 놀이상담 효과에 대해, “처음에는 제가 아이와 놀아주는 선생님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어머니가 주도적으로 아이와 놀아주려고 한다. 횟수가 늘어갈수록 설명 없이도 감각적으로 알아서 하시는 모습에 뿌듯하다”고 했다. 

한 가정에 오십만 원 상당의, 부모가 필요로 하는 양육 용품을 제공하는 것도 이번 사업의 일부다. 원하는 물품을 조사해 보니 음성지원 되는 동화책, 체온계가 제일 많았고, 자전거, 전자디지털피아노, 책상 등도 있었다. 원하는 것을 제공하니, 당연히 만족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더 필요한 서비스에 대해, 조 상담사는 “아이는 계속 성장하니까 꾸준히 발달단계에 맞춰 점검이 필요하다. 8회는 짧다”고 말했다. 변 상담사 역시 “주기적으로 가정방문해 아이 발달에 대해 모니터링하는 서비스가 장기화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이 사업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조용남 국장은 “자녀를 키우는데 엄마·아빠로서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불안감을 해소해줬다”면서 “그간 없었던 장애인부모 대상 양육 서비스를 ‘꼭 필요한 순간에 꼭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기부해 준 (주)두산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조 국장은 “이 사업은 내부적으로 굉장히 성공적이었고 만족도가 높다”면서 “상담사들이 놀이를 매개로 장애부모의 욕구에 맞춰 잘해주신 덕분이다. 시작이 씨앗이 돼 퍼져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고, 좀 더 지속되고 안정화되면서 계속 이어갈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강조했다.

(주)두산의 기부로 한국보육진흥원은 장애부모의 자녀양육을 위한 '영유아 마음건강 증진을 위한 부모교육 사업'을 시작했다. 점자로 된 교육자료를 만들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주)두산의 기부로 한국보육진흥원은 장애부모의 자녀양육을 위한 '영유아 마음건강 증진을 위한 부모교육 사업'을 시작했다. 점자로 된 교육자료를 만들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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