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학교는 없다! 좋은 학교는 만들어 가는 것!
좋은 학교는 없다! 좋은 학교는 만들어 가는 것!
  • 칼럼니스트 김덕화
  • 승인 2021.01.0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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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발달장애 아이 키우기] 초등학교 선택하기
장애가 있는 아이가 초등학생이 될 때, 부모는 어떤 학교를 보내야 할 지 고민이 많아진다. ⓒ김덕화
장애가 있는 아이가 초등학생이 될 때, 부모는 어떤 학교를 보내야 할 지 고민이 많아진다. ⓒ김덕화

“학교 선택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러 서울에서 제주도에 왔다는 것을 아시는 분들에게 종종 듣는 질문입니다. 저도 경험을 했던 일이기에 얼마나 절박하고 궁금해하실지 잘 알고 있어요. 그 고민에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제 경험을 풀어보려 합니다.

12월은 각 초등학교 특수교육대상자 우선 배치가 마무리되는 시기입니다. 비장애인이라면 ‘특수교육대상자 우선 배치’라는 말이 생소할 수 있을 텐데요, 말 그대로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특수교육대상자는 비장애학생들이 학교에 배치 받기 전에 먼저 어느 학교에 배정할 것인지를 정하는 제도입니다.

특수교육대상자는 각 장애 특성에 맞는 특별한 고려사항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휠체어를 타는 장애학생은 학교에 엘리베이터나 경사로 등이 꼭 확보돼야 하고, 의사소통과 신변처리가 어려운 발달장애 학생은 이를 지원해줄 특수실무원이 필요합니다. 때문에 교육청에서는 특수교육대상자를 미리 배치하고, 학교에서는 이 학생이 입학할 경우 필요한 환경과 인력을 준비하게 됩니다. 학교 배정은 주소지에서 가까운 학교에 우선하고, 위에 말한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주변의 다른 학교에 배정될 수 있어요.

◇ 눈치 보기 정보 전쟁의 시작, 특수교육대상자 배치

그런데 언뜻 보기에 합리적인 제도인 ‘특수교육대상자 우선 배치’를 두고, 장애아 부모들의 엄청난 눈치 보기와 정보 전쟁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거예요. 어떤 부모나 아이가 다닐 학교에 대해 살펴보는 것은 당연하다 싶지만, 특수교육대상자 부모들의 눈치 작전은 조금 더 특별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특수교육대상자에게 필요한 교육적인 자원이 필요한 만큼 다 배분된다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한 학교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특수교육대상자가 여럿이면 이를 나눌 수밖에 없습니다. 한 사람이 차지하면 다른 사람은 가질 수 없는 제로섬 게임인 것이죠.

이 때문에 학교 분위기, 특수학급의 규모와 학생수, 특수교육실무원과 자원봉사자 수, 특수교사의 경력과 평판, 특수학급 방과후 프로그램 등 모든 고려 사항을 선택지에 두고 어느 학교에 가는 것이 우리 아이에게 유리할지 고심 또 고심을 하게 됩니다.

씁쓸한 것은 같은 고민을 하는 장애아 부모들끼리 서로 정보를 나누고, 협력하기보단 견제와 눈치 싸움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에요. 좋다고 소문이 난 학교는 많은 학생들이 몰리게 되니 서로 정보를 나누지 않고 눈치만 보는 것이죠. 좋은 학교에 배정을 받기위해 이사를 하는 것은 기본, 아이의 주소지를 옮기는 편법을 동원하기도 합니다. 비장애 아이들은 초등학교 입학 통지서를 받기만 하면 끝난 일인데, 장애아들은 학교 입학이라는 출발선부터 이렇게 경쟁 환경에 놓이게 되는 현실이 더 안타깝고도 절망스러웠어요.

◇ 선택 기준은 걸어갈 수 있는 작은 학교

모든 것이 다 갖춰진 좋은 학교는 없다. 우리 아이에게 좋은 학교는 만들어가는 것이다. ⓒ김덕화
모든 것이 다 갖춰진 좋은 학교는 없다. 우리 아이에게 좋은 학교는 만들어가는 것이다. ⓒ김덕화

우리 가족 역시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7세 무렵에 같은 고민을 하다가 제주도로 이주를 결심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도피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느 학교에 보내야할지 고민하다가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이라는 것 자체가 엄청난 부담감으로 다가왔어요.

치열한 경쟁에서 한발 물러나서 아이의 속도대로 천천히 가자고 마음먹고 떠나온 제주도. 좋은 학교, 더 유리한 교육환경을 찾아 헤매던 간절하고 팽팽한 긴장의 끈이 툭 끊어지고 나니, 제주도에서 학교를 선택하는 일은 간단했습니다. 우선 거주지를 대략 정하고, 그 주변의 걸어서 갈 수 있는 작은 학교를 찾았습니다. 학교 특수반 선생님과 상담도 했습니다. 제주도에서 아는 사람이 없으니, 사전 정보나 학교에 대한 평판도 알 길이 없었어요. 그저 직접 가서 학교 분위기와 선생님을 뵙고 결정하는 수 밖에요. 그렇게 간단하고 단순하게 정한 학교에서 아이는 3년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막상 학교에 입학을 해보니 그동안의 고민이 부질없는 일이었어요. 아이의 학교 생활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은 특수교사나 특수반 학생수, 특수실무원 숫자가 아니라, 원 학급의 담임 선생님과 반 친구들이더군요. 경험상 담임 선생님이 장애학생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학급 안에서 아이의 역할과 자리를 잘 잡아주면 학급 친구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그 질서 안에서 장애학생은 나름대로 편안하게 학교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그 반대의 경우라면 암울한 1년을 보내게 되는 것이고요.

또 부모가 생각한 좋은 교육환경이 아이에게 꼭 좋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보통 장애아의 부모님들은 특수학급에서 수업을 할 때 선생님과 1대 1 수업을 받는 것을 선호합니다. 각 아이마다 특성과 기능이 다른 아이들이다 보니 개별화가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이마다 효과가 다를 수도 있어요. 우리 아이는 또래 친구들을 무척 좋아하고, 언제나 함께 있고 싶어하는 성향이라서 특수학급 동생들과 함께 그룹 수업을 할 때 훨씬 즐겁게 잘 활동을 합니다. 아이에게 딱 맞는 1대 1 수업을 고대했던 부모의 마음과는 정 반대였죠.

특수실무원 역시 단점이 있습니다. 아이가 더 독립적인 학교 생활을 할 수 있게 하려면 특수실무원이 없는 환경이 더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반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데도 특수실무원이 장애물이 되기도 합니다.

◇ 입학 후부터 진짜 시작!

그렇다면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선 학교는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신뢰를 가지고, 아이의 특성을 충분히 전달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새 학년, 새학기마다 진행하는 개별화교육회의 자리가 가장 공식적인 기회가 되고, 틈틈이 특수교사와 담임선생님께 아이의 상황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아이에게 반드시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 지속적으로, 여러 방면으로 요청을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한 학교 안에서 다른 학생이 받는 지원을 뺏어 오는 제로섬 게임에서 벗어나,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학교, 교육청, 지자체 등에 요청하세요. 이 경우에는 특수학급 부모님들이 함께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겠죠.

결국 아이의 행복한 학교생활은 좋은 학교를 선택해 입학시키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어요. 입학을 시키고 난 후부터가 시작입니다. 모든 것이 다 갖춰진 좋은 학교는 없습니다. 우리 아이에게 좋은 학교는 만들어가는 것. 제가 어느 학교를 선택할지 고민하는 부모님들께 드릴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답입니다.

*칼럼니스트 김덕화는 제주에서 열 살 발달장애 남자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2년 전 제주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어서 덜컥 제주도로 가족이 이주해서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주원이를 더 잘 이해하고, 세상에 주원이를 더 잘 이해시키고 싶어서 관심을 가지다 보니 저도 모르게 이런저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책읽기선생님, 장애이해교육강사, 발달장애이해 그림책 「우리 아이를 소개합니다」 공동저자가 돼 있네요. 다양한 매체에서 잡지를 만든 경험이 있고, 지금까지 아이를 키우며 프리랜서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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