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J.K.롤링이 전하는 판타지
코로나19 시대, J.K.롤링이 전하는 판타지
  • 칼럼니스트 오윤희
  • 승인 2021.01.05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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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지기 엄마의 그림책 이야기] J.K 롤링의 신작 「이카보그」를 읽고

J.K 롤링이 찾아왔다. 2000대 초,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으며 꿈을 키워 나가던 내 세대에겐 영웅의 귀환이라고 해야 할까? 10여년 전 자녀들이 잠들 때 들려주고 다락방에 넣어뒀다는 이야기가 세상에 나온 이유는 다름아닌 ‘코로나’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집안에 머물러야 하는 요즈음, J.K 롤링은 전 세계 독자들에게 무료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이야기의 이름은 '이카보그(Ickabog)'. 몸은 멀리 가지지 못해도 상상의 나래만큼은 무한히 펼친 새해, ‘이카보그(Ickabog)'로 떠난 환상적인 책여행을 소개한다.

「이카보그」 표지. ⓒ문학수첩리틀북
「이카보그」 표지. ⓒ문학수첩리틀북

◇ J.K.롤링의 전하는 따스한 위로

J.K 롤링의 시작 「이카보그」(J.K 롤링 지음, 박이랑 옮김, 문학수첩리틀북, 2020년)는 2020년 5월, ‘코로나’ 때문에 세상에 나온 작품이다. 영광이 사라졌다'는 뜻의 'Ichabod'를 변형해서 만든 제목 ‘이카보그’는 ‘코르누코피아’라는 왕국에서 ‘이카보그’라는 전설 속 동물에 관한 모험담을 다룬 작품이다. 책장을 펼치자 마자 만나는 서문에는 이런 문구가 소개돼 있다.

"우리가 상상해 낸 괴물은 우리에 대해 무엇을 말해 줄까? 한 개인이나 국가는 어떻게 악에 사로잡힐까? 그것을 물리치려면 또 어떻게 해야 할까? 왜 사람들은 이렇다 할 증거도 없이 거짓말에 속아 넘어갈까?" – 서문 중에서 –

이 책은 ‘이카보그’라는 존재하거나 혹은 하지 않는 ‘괴물’에 대한 책이다. 바이러스처럼 무시한 힘을 가진 ‘이카보그’의 두려움을 이겨 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전에 출간한 작품들처럼 이카보그 또한 등장인물들의 희망, 우정 그리고 사랑의 힘으로 극복하는 용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집에서 지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진 요즈음, 오랜만에 흥미진진한 독서 속도에 매료됐다고 할까? 해리포터에 빠져 밤새 책을 읽던 예전의 내가 생각나기도 했다. 어릴 적 책을 좋아하던 소녀는 어느새 훌쩍 커서 책방지기가 된 2020년, 「이카보그」를 읽으며 다시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으로 연말을 마무리했다.

◇ 34인 34색 모습의 이카보그

「이카보그」에 특별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카보그」는 J.K 롤링과 여러 어린이들이 함께 만든 작품이다. 그녀는 트위터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각 화에 어울리는 그림을 보내달라”고 포스팅을 했다. 한국에서도 일러스트 공모전을 열어 1명당 1편을 선정해 총 34명의 어린이들이 참여했다.

연재되는 챕터 별로 일러스트를 공모해 선정된 작품은 34가지의 각기 다른 이카보그가 소개돼 있다. 마치 흐물거리는 젤리 같기도 하고, 거대한 고양이나 공룡을 닮기도 했고, 알라딘 지니와 슈렉 같기도 하다. 이처럼 다채롭게 빚어진 ‘이카보그’의 모습은 바로 아이들의 상상 속에서 태어났다. 어떤 모습이든 좋다. 어린이들에게 이카보그는 더 이상 무서운 소문의 괴물이 아니라, 무한한 상상력을 지닌 어린이들의 선물임을. 더는 두렵거나 도망가야 할 존재가 아니라 우리가 서로를 보듬으며 지혜롭게 이 위기를 함께 극복해야 할 존재임을, 마치 코로나19처럼 말이다.

◇ 코로나19와 이카보그

「이카보그」에는 괴물 이카보그만 등장하지 않는다. 자기밖에 모르는 왕, 왕 곁에서 아첨하는 부하, 올바른 행동을 하다 희생당한 사람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가는 사람들까지. 모두가 이카보그를 두려워하고 혹은 두려움에 맞서 모험을 떠난 이들이기도 하다.

이렇듯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코로나19와 함께 한 세상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판타지 동화이지만, 달리 보면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무성의 소문과 무시한 전염으로 움츠렸던 지난 1년, 우리는 이카보그를 두려워하며 모험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험은 이제 서로가 안전 지침을 준수하며 이겨내고 있는 중이다. 이야기 속 결말처럼, 우리도 해피엔딩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코로나19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세상에 빛을 보지 못했을 「이카보그」의 책장을 덮으며 생각했다. 우리가 만들어 낸 이 상황이 거대한 ‘이카보그’는 아니었을지. 용기 있는 모험담이 필요한 지금,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카보그’를 마주하기 애쓴 모두의 진심이 아닐지 말이다.

J.K 롤링은 책의 인세를 자신이 세운 자선단체 ‘더 볼란트 트러스트(The Volant Trust)’에 기부하고,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세계 여러 단체들을 위해 쓰기로 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무너진 일상에서 다시 일으킬 힘을 주는 선한 손을 내민 그녀에게 박수를 보낸다. 코로나 19시대의 새해, J.K.롤링의 전하는 따스한 위로에 귀를 기울여 보면 어떨까. 동심을 찾아 떠난 책여행도 좋고, 아이와 함께 읽는 집콕독서라도 좋다. 모두가 코로나19를 이겨내는 새해가 되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칼럼니스트 오윤희는 생일이 같은 2020년생 아들의 엄마입니다. 서울 도화동에서, 어른과 어린이 모두가 커피와 빵, 책방과 정원에서 행복한 삶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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