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정인이' 나오지 말라고, 함께 우는 어른들이 있다
제2의 '정인이' 나오지 말라고, 함께 우는 어른들이 있다
  • 전아름 기자
  • 승인 2021.01.11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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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동의 쌍둥이들] 미안하단 말, 바꾸겠단 말, 정말로 진심이란다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정인이 사건을 접하고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우리 집 쌍둥이들의 16개월 모습이었다. 그때 쌍둥이들이 어땠더라. 쌍둥이들은 돌 즈음에 걷기 시작했다. 그러니 그때는 막 아장아장 뛰고 걷는 일에 재미를 붙여 여기저기 엄마 손을 끌고 걷는 일에 심취했다.

두 녀석이 나를 잡고 한 놈은 이쪽으로 가자, 한 놈은 저쪽으로 가자면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길 한복판에서 폭 주저앉고 말았다. 그 와중에도 애들 놓칠까 봐 손이 저릴 만큼 애들 손을 꼭 쥐고선 말이다. 

한창 밥을 많이 먹어서 예뻤던 시기이기도 했다. 후기 이유식 끝나고, 어설프게 유아식 하다가 이도 저도 아닌 것 같아서 반찬 삼삼하게 해서 밥을 먹였다. 요리 솜씨 어설픈 엄마가 한 밥에 간도 심심해서 네 맛도 내 맛도 아니었을 밥을 참 맛나게도 잘 먹어주었다.

숙주나물, 청포묵, 치즈 계란말이를 참 잘 먹었고, 곰돌이 모양의 비타민 젤리 하나 받아먹겠다고 갖은 애교를 다 부리던 녀석들. 하루하루 고됐어도, 밥 잘 먹고, 잘 뛰고, 잘 웃고, 잘 노는 아이들 보며 하루하루가 뿌듯했다.

안 때리고 키워야지, 화 안 내고 키워야지 하면서도 나도 사람인지라 불쑥불쑥 찾아오는 육아 스트레스를 다스릴 방법을 몰라서, 애들이 말 안 듣고 위험한 행동을 한다거나, 별것 아닌 일로 둘이 싸우다 뒤엉켜 엉엉 울고 깨물고, 꼬집고, 할퀸다거나 하면 “이노옴”하며 엄포도 놓고, 기저귀 찬 엉덩이를 팡팡 손바닥으로 치기도 했다. 

낮엔 버럭하고, 밤엔 반성하며 “나 같은 인간이 무슨 엄마랍시고”하는 자괴감에 빠지다가도, 뽀얗게 씻겨놓고 로션까지 발라 반들반들한 얼굴로 곱게 자는 얼굴 보면 ‘내 인생에 어떻게 이렇게 예쁜 애들이 왔나’하는 황홀감까지 드는 날도 있었다.

한 명의 아이라도 어떻게든 구해보려고, 자기가 사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애를 쓰는 어른들이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아가야, 네가 그곳에선 좀 행복할 수 있을까. ⓒ베이비뉴스
한 명의 아이라도 어떻게든 구해보려고, 자기가 사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애를 쓰는 어른들이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아가야, 네가 그곳에선 좀 행복할 수 있을까. ⓒ베이비뉴스

그러니 참 더 이해할 수가 없었다. 16개월 아이가 ‘진상(양부모 말로는 애가 ‘진상’이라 그랬다고)’을 부리면 얼마나 부리고, 말을 안 들으면 또 얼마나 안 듣는다고 그 지경이 되도록 때렸나. 16개월 어린이가 얼마나 작은데…. 아무리 힘들고, 애가 미웠어도 그렇지 그게 가능한 일인가, 너무너무 이해가 안 됐다.

그래서 인터넷 뉴스든 TV든 ‘정인이’라는 이름만 뜨면 한동안은 맘이 미어지고 목이 메었다. 업무가 아니고서야 최대한 관련 뉴스는 피했다. 아이 환하게 웃는 사진을 보는 것도, 매 맞고 상처받아 시커멓게 변한 얼굴을 보는 것도 힘들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나 보다. ‘정인이 사건 뉴스를 도저히 볼 수가 없다’라는 문장을 시작으로 이 사건에 대한 마음을 털어놓는 엄마들이 많았다. 너무 마음이 아파서 뭐라도 하고 싶다는 마음에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도 하고, 양부모의 처벌을 원하는 진정서를 직접 손으로 써, 이 한파에 우체국에 가서 보내는 엄마들도 많았다. 

정인이가 나오는 뉴스를 보며 함께 울고, “우리 애 16개월 때 생각난다”, “정인이가 우리 애랑 한 달 차이밖에 안 나서 더 맘이 아프다”고 말하는 엄마들이 참, 많았다.

국회에서 최근에 ‘정인이법’이 통과됐다고 한다. 친부모든 양부모든, 어른들에게 맞아 죽는 아이들 없도록, 정치가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법이 바뀌었으니, 세상이 조금 나아지려나. 

하지만 나는 법도 법이지만은, 각자 살아가는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노력으로, 단 한 명의 아이라도 좀 구해보려고, 이젠 정말 어른에게 맞아 죽는 아이 뉴스 안 보려고, 그래서 뭐라도 좀 해보려고 애쓰는 엄마 아빠, 그런 부모들이 있다는 사실에 희망을 품어 본다. 

아이가 참 귀한 시대. ‘내 새끼 귀한 만큼 남의 새끼도 귀하다’는 사실을 아는 어른들도 많다는 사실에 기대를 품어 보려고 한다. 나도 그런 부모가 되려고 한다. 말만 꺼내도 맘이 아려서 못했던 말을 이 자리에서 꺼낸다. 미안해 정인아. 우리가 바꿀게. 진짜로. 

*전아름 기자는 42개월 남자 쌍둥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육아와 일상과 엄마와 아빠의 고민을 함께 풀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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