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기업 무죄? 그럼, 재판부가 가습기살균제 써봐라"
"가습기살균제 기업 무죄? 그럼, 재판부가 가습기살균제 써봐라"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1.01.13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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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업체 무죄 선고한 1심판결 피해자 반응은?

【베이비뉴스 김민주 기자】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 포함된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업체인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직대표와 임직원들에 대해 12일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것을 두고 현장의 비판이 거세다. 이번 판결은 환경부가 CMIT·MIT 함유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으로 피해를 인정해온 것과도 상반되는 것으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업체인 애경·SK케미칼 전 대표와 직원 등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베이비뉴스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업체인 애경·SK케미칼 전 대표와 직원 등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베이비뉴스

◇ 법원 "국가의 피해 판정, 형사사건에 인정 어렵다"

가습기살균제 사태는 2011년 4월 4명의 산모가 원인불명 폐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시작됐다. 정부의 공식 조사 결과, 사망 원인이 시중에 판매되던 가습기살균제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다. 정부가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를 꾸려 피해자 조사에 나선 결과,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한 이들은 10년간 800명이 넘었다.

이에 따라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가습기살균제를 만들어 판매한 기업의 책임을 묻는 재판 결과에 대해 전 국민적인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한 것.

재판부는 “피해인정 사례는 피해를 입은 사람의 지원을 위해 국가가 피해구제 차원에서 인정기준을 순차적으로 완화한 것”이라며 “이같은 피해판정은 본질적으로 폭넓게 피해자가 인정되는 방향으로 운영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해인정에 엄격한 증명력을 요구하는 형사사건에서는 그대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시험과 연구결과를 종합한 환경부 종합보고서는 흡입독성 실험과 동물실험 역학조사를 통해 CMIT·MIT 살균제 성분과 폐질환 천식 유발 악화에 관한 일반적 인과관계가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의 무죄는 피해자 있지만, 가해자 없다는 판결”

가습기넷은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만들어져서는 안 될 제품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져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가 써서 일어난 참사"라고 정의했다. ⓒ베이비뉴스
가습기넷은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만들어져서는 안 될 제품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져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가 써서 일어난 참사"라고 정의했다. ⓒ베이비뉴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은 12일 판결이 나오자마자 보도자료를 내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지난해 10월 말,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만들어 판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한 피해 신고자는 모두 835명이다. 이마트와 애경이 함께 판 제품 사용 피해자 240명 등을 더하면 애경 제품을 쓴 피해 신고자는 1077명에 이른다”고 무죄 판결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1심 재판부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특성조차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재판부의 ‘CMIT·MIT는 동물실험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니 인체에 대한 노출피해의 원인을 알 수 없다’는 판결에 대해, 가습기넷은 “보건의료계와 독성학계의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사람에 대한 노출피해가 우선이고 동물실험은 보조적이며 2차적’이라고 말한다. 더구나 가습기 살균제의 경우 이미 제품에 노출된 피해자가 있으니 피해는 분명하고 동물실험은 어떤 제품이 건강피해를 유발하는 확인하는 보조적인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재판부가 밝힌 “일부 전문가는 ‘사람에게 이미 폐 질환 등이 발생했다는 전제를 하고 CMIT·MIT 성분의 영향을 확인하는 의미에서 동물 실험을 했지만, 뒷받침할 만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고 인정했다”는 의견과 상반된다.

가습기넷은 “2019년 7월에 발표한 검찰 수사 결과만 보더라도 가습기메이트로 인한 피해 인과관계가 확인된 피해자가 모두 97명, 이 가운데 세상을 떠난 사람이 12명이다. 기체 상태로 흡입하면 안 되는 물질을 가습기 살균제로 만들어 팔면서 흡입독성조차 검증하지 않은 가해기업들의 ‘업무상 과실’조차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는가”라고 항변했다.

◇ “판사, 가해기업, 환경부 모두 함께 가습기살균제를 써보자”

가습기살균제아이피해자 모임 이광희 공동대표와 추준영 공동대표는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하고 판매한 기업에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를 향해 가습기살균제를 함께 써보자며 억울한 심경을 전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가습기살균제아이피해자 모임 이광희 공동대표와 추준영 공동대표는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하고 판매한 기업에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를 향해 가습기살균제를 함께 써보자며 억울한 심경을 전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이광희 가습기살균제아이피해자 모임 공동대표는 1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5월부터 7월 중순까지 가습기 살균제를 반통 썼다. 가습기살균제를 쓰면서 잇몸염증이 너무 심각해서 수술을 4번이나 했다. 그 전에는 잇몸 질환은 전혀 없었고, 의사도 의아해 했다. 면역계 질환이 생긴 것”이라며 “잇몸뿐 아니라 목, 입술, 코도 다 헐어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광희 대표는 “가습기살균제의 성분이 모두 같지 않은데, 환경부는 폐질환만 이야기 한다”고 답답한 마음을 전했다. 이광희 대표의 첫째는 옥시 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을 사용했고, 둘째는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을 쓰다가 애경 ‘가습기메이트’ 제품으로 바꿔서 사용했다. 현재 첫째는 간질성 폐질환을 포함한 세 가지 호흡기 질환과 함께 삼장에서 피가 새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고, 둘째는 역시 세 가지 호흡기 질환에 더해 뇌전증을 앓고 있다.

이광희 대표는 자신의 사례를 들어가며 “독성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병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고, 재판부가 제시한 ‘CMIT·MIT가 폐질환 혹은 천식을 유발했다는 사실 입증의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결에 대해 울분을 토했다.

추준영 가습기살균제아이피해자 모임 공동대표는 “기업이 죄가 없다면 부모가 아이들을 학대한 것”이라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이광희 대표와 동일한 이유를 들어가며 ‘CMIT·MIT가 폐질환과 천식을 유발하는 사실 입증의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시한 재판부를 비판했다.

추준영 대표는 “아이들이 가습기를 사용하고 하나둘 아프기 시작했고 죽은 아이도 있다. 그런데 피해자인 우리가 인과관계를 밝혀야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가습기살균제가 유해한지 모르겠다면, 저와 이광희 대표를 포함해서 판사, 가해기업, 환경부 모두 함께 가습기살균제를 써보자. 과실치사조차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부모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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