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에 무심코 세운 자동차가 아이들의 생명을 위협합니다
학교 앞에 무심코 세운 자동차가 아이들의 생명을 위협합니다
  • 기고=손한주
  • 승인 2021.02.0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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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드 대장정 24] 손한주 구미청소년YMCA연합회 회장

아이들은 집에서부터 학교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합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베이비뉴스는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어린이 통학로 안전을 위한 ‘그린로드 대장정’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어린이 안전 인식 개선을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구미 지역 12개 초등학교를 선정해 스쿨존 내 불법주정차 실태 조사에 나섰다. 정말로, 심각했다. 불법주정차뿐만 아니라 어린이보호구역의 기본적인 안전 시설물이 없는 곳도 있었다. ⓒ베이비뉴스
구미 지역 12개 초등학교를 선정해 스쿨존 내 불법주정차 실태 조사에 나섰다. 정말로, 심각했다. 불법주정차뿐만 아니라 어린이보호구역의 기본적인 안전 시설물이 없는 곳도 있었다. ⓒ베이비뉴스

'민식이법'이 지난 2019년 12월 10일 국회를 통과해 2020년 3월 25일부터 시행됐다. 어린이보호구역(이하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민식 군의 사고 이후 스쿨존 내 어린이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제정된 '민식이법'은 스쿨존 내 신호등, 과속단속 카메라, 과속방지시설 같은 안전시설 설치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스쿨존 내 차량 안전운행 의무 부주의로 사망 또는 상해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두 건을 골자로 한다.

나는 구미청소년YMCA연합회장으로 활동하며 구미 지역 통학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스쿨존 안전캠페인을 기획했다. 평소 뉴스에서 자주 어린이 통학로 관련 사고 소식을 접하기도 했고, 민식이법이 제정되고 이슈가 되면서 우리 청소년 YMCA의 활동 주제로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선 초등학교 12개를 선정했다. 그리고 회원들과 함께 선정한 초등학교 주변 통학로에서 통학로 안전 시설물과 어린이에게 위협이 되는 위험 요소를 알아봤다. 답사할 때 진행위원들은 회원들에게 어린이의 키, 행동, 집의 위치까지 고려해 내용을 정리할 것을 당부했다.

◇ 어린이 안전 위협하는 스쿨존 불법 주정차 실태, 직접 알아봤더니…

그 결과, 가장 큰 문제가 드러났다. 바로 골목에 있는 학교들의 통학로에 불법 주정차 차량이 가득하다는 점이었다. 인도가 없는 곳도 있었다. 그러니 운전자 시야를 방해하고, 키 작은 어린이들이 사고 사각지대로 몰린다. 

심지어 차량도 빠르게 다녀서 키가 작은 어린 아이는 물론 아이보다 큰 성인의 안전도 보장하기 어려웠다. 좁은 골목엔 횡단보도가 있어도 신호기가 없거나 작동하지 않아서 보행자 보호엔 역부족이었다.

왕복 2차선 이상의 도로에 교문이 맞닿아 있는 학교는 사정이 조금 나았다. 대부분 시설물이 갖추어져 있었고 잘 관리되고 있었다. 하지만 차량이 빠르게 달려서 길을 건널 때 위험이 따랐다. 

학생 수가 적은 학교는 사정이 반대였다. 차량이 많이 다니는데 스쿨존 관련 시설물은 물론 이곳이 학교 주변임을 알리는 표지판도 없었다. 법적으로, 그리고 기본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표지판이 없다는 것은 도로교통법 위반이다. 무엇보다 작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통학로에서 보호받을 권리가 있기에 문제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이 답사결과를 갖고 시의원과 면담했다. 해당 시의원께서는 우리가 통학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설명할 때 많은 공감을 보내주셨다.

우리는 보행자 우선 통학로를 만들 것, 도로교통법에 따른 어린이 보호구역 의무설치 시설물 또는 기본적인 시설물 전수조사와 재설치, 재정비를 요구했다. 시의원에게는 올해 우리의 요구사항을 수행할 수 있는 예산을 편성한 후 진행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통학로 안전 실태조사를 하며, 불법주정차가 얼마나 어린이의 안전을 위협하는지 알게 됐다. 그리고 생각보다 불법주정차량이 많아 놀랐다. 그래서 통학로에서 불법주정차를 완전히 해결하지 않는다면 통학로 어린이 교통사고 근절은 힘들 것이란 생각을 했다.

그러므로, 정부와 지자체는 아이들의 등하교 시간에 불법주정차를 단속하고, 통학로엔 반드시 인도를 만들어 아이들이 안전히 다닐 수 있게 해야 한다. 불법주정차로 인한 사각지대를 줄어야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길을 만들고 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어른이다. 그러니 길 걷는 아이들보다 자동차 위주로 길을 만든 경우도 많았다. 불법주정차하는 사람들도 어른의 입장에서 키 작은 아이가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하기 일쑤이므로, 그냥 통학로에 차를 댔을 것이다. 이런 어른 중심, 차 중심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 불법 주정차 문제를 근절해야 비로소 민식이법도 효과를 볼 것으로 생각한다. 

대한민국 부모님이라면 아이들에게 항상 “차 조심해”, “길 다닐 때 차 잘 봐야 해”라고 당부할 것이다. 학교에서도 교통안전 교육은 늘 실시하고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게 교육받아 왔기에 잘 안다. 아이들 교통교육도 정말 중요하지만, 부모님이자 차를 운전하는 운전자인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당부만 하지 말고, 어린이를 보호할 수 있도록 규정 속도를 지키고, 특히 학교 앞 불법주정차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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