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설날'... 모임 자체보다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요
'코로나 설날'... 모임 자체보다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요
  • 칼럼니스트 여상미
  • 승인 2021.02.10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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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코로나19 #5인이상 #집합금지 #명절 #며느리 #며느라기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올해는 그다지 명절 기분이 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연장으로 가족 간의 모임도 5인 이상 금지가 유지되고 있어 더욱 그런 것 같다. 자주 만나 뵙지 못하는 어른들께는 정말 죄송스러운 마음이지만, 모두의 건강을 위해 나라에서 결정한 룰이니 이번만큼은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집안과 가족에 대한 정이 남다른 한국 사회, 특히 연세가 많으신 어른들의 의견은 좀 다른 경우도 종종 있는 것 같다.

우리 시댁의 경우 명절에 형제들(손자, 손녀 포함)이 다 모이면 5명이 훌쩍 넘기 때문에 날짜를 나눠 한 가정씩 부모님께 인사만 드리고 오는 것으로 결정했다. 아예 가지 않는 것은 나이 드신 부모님들께서 섭섭하실 것 같아 제한된 인원 안에서 시간 차를 두는 것으로 협의 아닌 협의가 된 것이다. 주위의 가족들도 이번 설에는 특히 지방 등 거리가 먼 경우는 거의 찾아뵙지 않기로 결정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일부 집안의 어르신들께서는 가족도 모이지 못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시거나, 강력하게 명절 모임을 강행하시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 또래의 지인들은 대부분 집안의 며느리인 입장이라 이를 어길 수도, 그렇다고 흔쾌히 받아들일 수도 없어 정말 곤란한 상황이라고 했다. 남의 일 같지만 않은 상황에 나 또한 위로도, 해결책도 건넬 수가 없었다. 각각의 입장에서 이해는 가지만 이러한 시국까지 굳이 가족 모임을 이어 나가야 한다는 어른들의 생각은 지나치게 보수적인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설 문화! 이제 며느리에 대한 생각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여상미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설 문화! 이제 며느리에 대한 생각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여상미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웹드라마 ‘며느라기’를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나만 잘하면, 슬기롭게 넘길 줄 알았다.”

‘며느라기’라는 드라마 제목의 뜻은 ‘시댁에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시기’를 뜻한다고 하는데 위의 대사는 그러한 며느라기 시절을 본인 스스로 노력하면 잘 극복하고 적응할 줄 알았다는 일종의 후회와 푸념이 섞인 대사였다. 나 또한 ‘며느라기’라고 불리는 시절을 겪은 바 있어 무척 공감이 가는 대사 중 하나이기도 했다. 새삼 드라마 ‘며느라기’와 유사했던 나의 지난날들이 떠오르는 것은 코로나19로 불거진 기성세대와의 갈등이 겉으로는 사회적 팬데믹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 문화 안에 깊숙이 자리 잡은, 보이지 않는 갈등이 터져 나온 것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한 것이다.

어쩌면 세상의 모든 며느리, 사위는 가족이 되기 전에 서로 전혀 다른 삶을 살던 남과 마찬가지라 한 집안의 가풍을 이해하고, 진정한 가족이 되기까지 서로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일일 것이다. 문제는 시간보다, 서로 해야 하는 노력을 지나치게 한 쪽으로만 몰아갈 때 갈등의 원인이 되고 화는 쌓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번 구정 연휴 역시 모임 자체에 집착하느라 우리 사회의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훼손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물론 자식과 부모가 서로 만나는 일에 걸림돌이 생긴다는 것을 모두가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지만 좀 더 발전적인 미래와 상대방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한 번쯤 참고 지킬 수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나도 언젠가는 며느리가 아닌, (며느리를 맞이하는) 시어른이 될 것이다. 그때의 내가 젊은 시절 가졌던 의문과 생각들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지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달라지지 않으면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마 한국 사회는 지금 하나의 과도기를 겪는 중이 아닐까? 나는 어쩌면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그로 인해 달라지고 있는 명절과 가족 모임 문화가 수많은 며느라기(혹은 며느리)들에게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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