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 엄마의 호소 "마스크 때문에 입모양 볼 수 없어요"
청각장애 엄마의 호소 "마스크 때문에 입모양 볼 수 없어요"
  • 칼럼니스트 이샛별
  • 승인 2021.02.18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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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듣는 엄마가 아닌 더 '잘' 보는 엄마로 성장하기] 필담도 해주지 않는 병원서비스
코로나19로 대면 수화통역 서비스가 힘든 가운데, 마스크 때문에 입모양을 판단할 수 없어 청각장애인과 비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이 매우 힘들다. ⓒ베이비뉴스
코로나19로 대면 수화통역 서비스가 힘든 가운데, 마스크 때문에 입모양을 판단할 수 없어 청각장애인과 비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이 매우 힘들다. ⓒ베이비뉴스

백신 접종 이후 집단면역이 생길 때까지 장기전에 접어드는 코로나19 사태.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두가 여전히 답답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더욱 답답한 사람들이 따로 있다. 바로 입 모양과 표정을 보며 의사소통을 이해하는 청각장애인은 어떨까?

최근에 겪었던 일이다. 필자는 아이를 데리고 퇴근하자마자 바로 이비인후과로 갔다. 그런데 의사와 간호사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서 제스처로 ‘메모지 주세요’라고 말했더니 대충 알아챈 듯하면서도 여전히 음성으로 되묻는 그들의 모습이 나에게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혼자도 아닌 아이를 안고 있는 나에겐 ‘필담’은 너무 힘든 일이었다.

아이의 주요 증상을 의료진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청각장애가 있는 엄마로서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평소엔 혼자서도 필담으로 간단한 진료나 문의사항을 해결할 수 있었지만 ‘청각장애’가 있다는 것을 밝힌 후에도, 선뜻 메모해 주시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게 슬픈 현실이었다.

아이를 안은 채로 필담을 이어갈 수 없어 간호사에게 부탁드린 후에 아이의 증상에 대해 메모했더니 의사 선생님은 이를 보신 후 다시 음성으로 되물었다. 필자는 마스크 때문에 잘 모르겠다며 재차 말씀드렸다. 청각장애인 환자를 처음 접한 듯 한 의사와 간호사의 태도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발걸음은 참 무거웠다.

코로나 이전에는 수어통역사를 대동해 병원 진료를 받다가 최근 늘어나고 있는 집단감염 사태로 다시 대면통역이 중단됐다. 그러다 보니 대면통역을 받지 못해 영상통역으로 지원받고 있지만 그것도 수어통역사의 수가 부족해 영상통역 지원이 원활하지 않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언제 터질지도 모르는 전염병 사태를 대비해 의료진뿐만 아니라 환자를 위한, 특히 장애인 환자에게 맞춤형 의료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칼럼니스트 이샛별은 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에서 농인(=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이는 뉴스를 제작하며, 틈날 때마다 글을 쓴다. 유튜브 ‘달콤살벌 농인부부’ 채널 운영, 다수 매체 인터뷰 출연 등 농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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