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주의 출산은 유별나다? 좀 유별나면 어떤가요?
자연주의 출산은 유별나다? 좀 유별나면 어떤가요?
  • 칼럼니스트 이하연
  • 승인 2021.02.2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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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과 분만 사이, 이게 가장 궁금했어!] 자연주의 출산을 준비하는 산모를 위한 글

해마다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줄어들고 그 중에서도 자연주의 출산을 준비하는 산모의 수는 정말 미미한 수준이다. 자연주의 출산은 여전히 ‘유별나게 출산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산모가 일반적인 병원 분만방식을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부부가 함께 출산계획서를 쓰고, 관행대신 출산 중 응급 상황 또는 의료적인 조치가 필요할 때만 의료적인 도움을 받는 것, 출산의 주체가 병원이 아니라 산모가 돼야 하는게 어쩌면 너무 당연한데도 말이다.

◇ 계획하고 준비하는 출산의 영역과 불가항력의 영역

자연주의 출산을 준비하는 산모는 자기주도적인 출산을 위해 임신기간 동안 출산공부를 한다. 출산에 대한 이해, 히프노버딩 연습, 임신 중 적정 체중 유지와 꾸준한 순산운동 등으로 자연주의 출산을 성공하길 바란다. 하지만 모든 산모가 자연주의 출산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며 자신의 원하는 과정으로 실제 출산이 진행되지도 않는다. 유튜브 실시간 방송에서 어느 산모가 이런 질문을 했다.

“저는 가정출산을 원해서 집에서 진통을 하고 있었는데 중간에 피가 나오는 바람에 무서워서 병원에 갔더니 자궁문이 7cm가 열렸어요. 병원간지 1시간만에 출산을 했는데, 아쉬워요. 집에 좀더 있었으면 제가 원했던 가정출산을 했을 거에요. 제가 궁금한건 출산도중 피가 나와도 괜찮은 건가요?”

나는 그 산모의 질문에 이렇게 답을 했다.

“출산 중 피같은 이슬이나 분비물이 나올 수 있어요. 진통이 계속 오는 중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병원에 가서 출산하신건 잘하신거에요. 출산 후 출혈 등의 기타 이유로 산모가 위험할 수 있고 아기가 태변을 보는 등의 응급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원하시는 가정출산을 못하셔서 아쉬우시겠지만 무엇보다 산모와 아기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태어나는게 가장 최우선이니까요.”

산모는 내 답변에 아쉬움이 달래지는 듯했다. 본인의 성격이 완벽주의 성향이라서 가정출산에 더 집착했던 것 같다고. 자연주의 출산을 계획할 때 산모는 병원, 조산원, 가정 중 출산장소를 어디로 할지 정하고 수중분만 여부 등을 고려할 수 있다. 다양한 외적인 요소들을 계획하다보면  출산진행 역시 계획대로 될거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하지만 출산이 시작된 이후 생겨나는 변수들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본인은 엄살이 많고 아픈걸 잘 못참는다는 산모가 진통을 너무 잘 견디는가 하면 꼭 자연주의 출산을 하겠다고 의지를 다지던 산모는 가진통 초반에 자연주의 출산을 포기하기도 한다. 가정출산이나 조산원 출산을 원했다가 병원에서 낳는 경우도 있고, 수중분만을 원했지만 못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출산에서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에 계획대로 출산하기란 쉽지 않다.

사전에 이런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산모라고 해도 계획했던 대로 출산이 이뤄지지 않으면 당연히 아쉽다. 제왕절개를 선택한다고 해서 몸이 알아서 자연진통을 막는게 아니듯 자연주의 출산을 준비한다고 해서 몸이 그에 맞춰 준비하진 않는다. 산모가 준비하고 계획할 수 있는 영역과 그렇지 못한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

자연주의 출산은 여전히 ‘유별나게 출산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산모가 일반적인 병원 분만방식을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베이비뉴스
자연주의 출산은 여전히 ‘유별나게 출산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산모가 일반적인 병원 분만방식을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베이비뉴스

◇ 자연주의 출산을 준비하는 부부의 마음가짐

자연주의 출산은 산모 혼자가 아니라 남편 역시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된다. 함께 출산을 공부하고 진통자세 리허설을 하고, 아기가 나오는 모든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다. 따라서, 자연주의 출산에 대한 기대가 산모 못지 않은 경우가 많다. 다음 다섯가지 사항은 자연주의 출산을 계획하는 부부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내용이다. 출산계획서와 출산장소를 확정하는 등으로 출산 준비가 끝나지 않는다. 최종점검은 출산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이기 때문이다.

첫째, 출산방식에 너무 얽매이지 말자. 자연주의 출산을 원했고 산모가 그만큼 노력했던 시간이 있었겠지만 출산을 어떤 방식으로 했든간에 그 모든 과정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의료적인 이유가 아니라 산모의 멘탈붕괴로 제왕절개를 할수 밖에 없었다고 해도 그 역시 산모의 잘못이 아니다.

간혹 자연주의 출산을 포기하고 산모가 수술을 결정할때 산모 남편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산고를 겪는 당사자는 산모이고, 산모가 할수 없다고 생각하면 그 생각에는 맞고 틀림이 없다. 따라서, 산모 뿐만아니라 남편도 자연주의 출산을 선택했다 하더라도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욕심은 버려야 한다.

둘째, 출산의 두려움에 끊임없이 대면하자. 산모는 임신막달이 되면 몸은 점점 무거워지고 출산의 두려움은 커진다. 과연 내가 진통을 잘 견딜 수 있을지, 아기를 낳을 수 있을지, 진통이 언제 올지 등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찬다. 그럴 때마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피하려면 하면할수록 더 강하게 다가온다. 출산을 떠올릴 때 두렵다는 생각이 든다면 원하는 출산의 장면들은 떠올리거나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걱정되는지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방법이다.

셋째, 임신막달 또는 출산 중 일어날 상황에 대해 마음을 내려놓자. 양수양 부족등의 이유로 유도분만을 하는 경우, 출산진행 중 아기가 잘 내려오지 않는 상황에서 아기가 태변을 보거나 아기 심박이 떨어질 때 응급 제왕절개를 해야하는 경우, 진통을 감당하기 힘들어서 자연주의 출산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 등 여러가지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자연주의 출산을 준비하면서 가장 겪고 싶지 않은 것이 바로 수술이다. 하지만 어쩔수 없이 수술을 해야하는 경우가 생길수 있으니 자연주의 출산을 계획하지만 수술을 할수도 있다는걸 염두에 두자.

넷째, 진통은 아프겠지만 호흡과 이완으로 감통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자. 출산진통이 아픈건 사실이다. 아무리 히프노버딩을 연습하고 출산에 대한 의지를 다진다해도 한 생명이 태어나는 일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하지만 매 순간 호흡에 집중하며 진통을 흘러보내면서 출산할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면 출산과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다섯째, 출산계획서를 쓰며 출산에 대한 설렘을 가져보자. 보통 부부가 함께 출산계획서를 쓰게 되는데, 회음부 절개 여부 등에 대한 의료조치, 출산방의 조명, 아기가 태어난 후 목욕이나 수유 등 여러가지 항목이 있다. 출산가방을 임신 37주까지 싸두고, 출산계획서 역시 37~38주 사이에 마무리 하게 된다. 

본인의 출산을 직접 계획하고 남편과 함께 공유하게 되니 아기를 만날 생각에 들뜨기도 하고 출산이 실감날것이다. 출산계획서 내용을 작성하면서 출산의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는걸 떠올리고, 지금까지 잘 준비해온 자신과 남편에게 감사를 느껴보는 것도 좋다. 출산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씩 설레기 시작할 것이다.

◇ 출산 좀 유별나면 어떤가요!

지인 중에 자연주의 출산을 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 산모가 자연주의 출산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위험하다, 무통주사 없이 진통하는건 힘들다, 남들 하는대로 하지 왜 유별나게 출산하느냐는 식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자연주의 출산 방식이 의료진없이 진행되는게 아니니 위험하지 않고 무통주사 보다 더 효과가 좋은 욕조감통과 인간진통제 둘라가 함께할 수 있다. 출산 좀 유별나면 어떤가? 남이 나대신 아이를 낳아 줄것도 아니고, 나 대신 산후회복을 해줄것도 아니니 어디까지나 나의 선택인 것이다. 

다만, 자연주의 출산을 결심했으니 그 방식만을 고집하기보다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자연주의 출산을 했을때 '자출성공'이라는 말을 쓰지만 '자출실패'라는 말은 옳지 않다. 결과적으로 산모 본인이 계획했던 출산방식이 아니라고 해도 출산을 준비하는 모든 과정에서 산모가 주체가 됐고 최선의 선택을 했을테니.

*칼럼니스트 이하연은 대한민국 출산문화와 인식을 바꾸고자 자연주의 출산뿐만 아니라 자연 분만을 원하는 산모들에게 출산을 알리고 있다. 유튜브 채널 ‘로지아’에 다양한 출산 관련 영상을 올리며 많은 산모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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