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듣는 ‘멍멍’ 소리는 어떨까?
눈으로 듣는 ‘멍멍’ 소리는 어떨까?
  • 칼럼니스트 이샛별
  • 승인 2021.03.03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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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듣는 엄마가 아닌 더 '잘' 보는 엄마로 성장하기] 아이의 표정과 눈빛은 곧 엄마에게 보내는 구조 요청

눈으로 듣는 ‘멍멍’ 소리는 어떨까? 사람에게 ‘반려동물’은 어떤 의미로 와닿을까?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가족은 서로에게 어떤 의미로 존재할까?

더불어 살아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일은 참 다양하다. 소리를 모르는 엄마와 소리를 알아가는 아이 간에서 생기는 일은 또한 어떨지 하고.

어느날 오후, 예준이와 한참 퍼즐놀이를 하며 즐기던 도중에 예준이가 갑자기 현관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면서 엄마에게 다가와 내 얼굴을 소리나는 방향으로 돌려줬다.

"멍멍 무서버~"

생각해 보니 나는 옆집에서 강아지를 키운다는 것은 알았지, 짖는 건 몰랐다. 요즘처럼 코로나19가 기승부릴 때에는 더욱 이웃과의 교류도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 아들과 달리 엄마 아빠는 아주 어릴 때부터 소리의 부재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이웃집 강아지가 어떻게 짖고, 길가에서 햇빛을 즐기는 고양이가 어떻게 우는지도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 다만 책에서 ‘멍멍’, ‘야옹야옹’ 이런 의성어와 의태어를 눈으로만 배웠다.

평소라면 길을 걷다 말고 강아지를 만나면 막 귀여워하던 예준이가 집 안에서 놀다 말고 엄마의 얼굴을 돌리며 주춤거리는 게 짖는 소리가 무서운가 싶었다. 들을 수 있는 예준이는 자기를 보호해 달라고 들을 수 없는 엄마의 얼굴을 소리 나는 쪽으로 돌렸다.

아주 어릴 때부터 소리의 부재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이웃집 강아지가 어떻게 짖고, 길가에서 햇빛을 즐기는 고양이가 어떻게 우는지도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아주 어릴 때부터 소리의 부재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이웃집 강아지가 어떻게 짖고, 길가에서 햇빛을 즐기는 고양이가 어떻게 우는지도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멍멍이가 무서워?”

되묻는 엄마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엄마의 품안에 안겼던 예준이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서로의 언어는 달라도 충분히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었던 이유는, 엄마의 장애를 알아가는 배려가 아닐까 싶었다.'

“무서워? 엄마가 안아줄게.”

“멍멍! 멍멍!”

“멍멍이가 오늘은 화났나봐~ 좀 기다려보자.”

예준이를 품 안에서 다독이며 멍멍 짖는 소리가 잦아질 때까지 기다렸다. 우리에겐 고요가 필요했다. 엄마는 이미 배운 ‘고요’를 예준이는 느끼고 싶었을까. 멍멍 짖는 소리가 얼마나 클까 싶어 일부러 예준이가 종종 듣는 클래식 음악을 틀면서 음량을 평소보다 한 단계 올렸다. 그러고 몇 분이 더 지났을까 내 품 안에 기대어 자던 예준이의 모습으로 오늘의 해프닝은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칼럼니스트 이샛별은 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에서 농인(=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이는 뉴스를 제작하며, 틈날 때마다 글을 쓴다. 유튜브 ‘달콤살벌 농인부부’ 채널 운영, 다수 매체 인터뷰 출연 등 농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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