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 엄마가 아이에게 색깔을 가르치는 방법
청각장애 엄마가 아이에게 색깔을 가르치는 방법
  • 칼럼니스트 이샛별
  • 승인 2021.03.1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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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듣는 엄마가 아닌 더 '잘' 보는 엄마로 성장하기] 눈으로 보고 배우는 '다양성'
빨간색 수어는 오른 주먹의 1지를 펴서 옆면으로 입술 밑을 오른쪽으로 스쳐 내는 동작으로 표현한다. ⓒ이샛별
빨간색 수어는 오른 주먹의 1지를 펴서 옆면으로 입술 밑을 오른쪽으로 스쳐 내는 동작으로 표현한다. ⓒ이샛별

빨간색 수어는 오른 주먹의 1지를 펴서 옆면으로 입술 밑을 오른쪽으로 스쳐 내는 동작으로 표현한다.

사회에는 수많은 차별과 다양성이 존재하고 있다. 다수와 소수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모습을 닮아가는 아이들에겐 다양성은 어떤 의미일까? 아이와 함께 ‘색깔’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많이 느꼈다. 꼭 이런 색상을 좋아해야만 하는 강요가 아닌, 아이 스스로가 선택해서 좋아하는 색을 즐기는 것만큼.

우리 사회에서도 인종차별, 빈부격차, 장애차별 등의 차별적 요소가 있다. 아이들은 그 ‘차별’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심리를 알아보는 방법 중에서 미술심리, 원하는 색을 고를 때 그 사람의 마음이 어떤지 투영해 보는 일도 있듯이 색은 우리의 비언어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예준이는 요즘 들어 자기가 원하는 옷, 신발, 바지를 고르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엄마가 입혀주는 대로 고분고분 입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남자는 파란색, 여자는 분홍색이라는 법칙에서 벗어나 아이가 오늘은 어떤 색을 고를까, 관심을 기울여주는 일이 먼저일까 하기도 하다. 그래서 아이를 앉혀 놓고 색깔이 있는 물건을 모두 모아서 한 데 펼쳐 놓았다.

‘이것은 무슨 색일까?’ 수어로 물어보니 아이는 ‘빨강! 레드!’라며 입 모양을 크게 보여 주었다. 어린이집에서 배웠나 싶어 기특하기도 했다. 그래서 다시 ‘빨간색’이라는 수어를 알려주었다. 엄마가 수어로 알려준 ‘빨강’을 눈으로 배운 아이는 곧잘 따라했다. 이렇게 둘이 마주보고 앉아 색깔을 배웠다.

엄마는 예준이의 입 모양을 보고, 아이는 엄마의 수어를 보는 것처럼, 색깔을 꼭 목소리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배울 수 있다는 것처럼, 사회에서도 다양성과 차별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존중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른 엄마들과 다르게 우리 엄마는 못 듣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벗어나 우리 엄마는 더 잘 보는 사람이야, 하는 생각을 심어주기 위해 오늘도 애쓰고 있다.

“엄마, 저 사람은 왜 피부가 까매?”

“응, 우리 피부는 흰색인데 저 사람은 피부가 까매.”

이런 식의 대화가 아니라 “저 사람의 피부가 근사하다. 마치 흑진주 같다” 이런 표현을 사용했을 때 아이의 생각 깊이는 어떻게 변화할지 기대가 된다.

*칼럼니스트 이샛별은 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에서 농인(=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이는 뉴스를 제작하며, 틈날 때마다 글을 쓴다. 유튜브 ‘달콤살벌 농인부부’ 채널 운영, 다수 매체 인터뷰 출연 등 농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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