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세계 여성의 날…“대통령님! 출생률 말고, 자살률을 보세요”
오늘은 세계 여성의 날…“대통령님! 출생률 말고, 자살률을 보세요”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1.03.08 18:1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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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3·8 세계 여성의 날 기자회견 ‘여성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다, 출생률 말고 자살률을 보십시오!’

【베이비뉴스 김민주 기자】

8일 오전, 페미니즘당 창당모임과 정치하는 엄마들은 '여성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다, 대통령님 출생률 말고 자살률을 보십시오!'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8일 오전, 페미니즘당 창당모임과 정치하는 엄마들은 '여성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다, 대통령님 출생률 말고 자살률을 보십시오!'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출생률 말고 자살률을 보라!”

“살기도 싫은데 낳으라고?”

“20대 여성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다.”

봄이 만연한 8일 오전 10시 30분,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페미니즘당 창당모임과 정치하는엄마들이 3·8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여성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다, 대통령님 출생률 말고 자살률을 보십시오!’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출생률과 사망률 옷을 입고 진행한 퍼포먼스로 시작했다.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저출산이 가속화되고 있는 한편, 페미니즘당 창당모임과 정치하는엄마들은 여성의 주거권·의료권·돌봄권을 보장하라고 정부에 촉구하기 위한 자리였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의료진의 헌신은 착취와 구분하기 어려워졌고, 소상공인의 희생은 피눈물이 되었다. 아이들은 함께 이야기 나누며 밥 먹는 게 무엇인지 잊게 됐고, 엄마들은 고용불안정과 돌봄노동 사이에서 비명을 질렀다”고 말했다.

이어 “기혼과 비혼, 엄마와 딸, 기성세대와 청년이 서로의 입장을 공유하고 공통의 문제의식을 말하고자 한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음을 알기에, 우리는 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우리는 ‘인구’이기 전에 ‘인간’입니다”

기자회견의 마지막 퍼포먼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기자회견의 마지막 퍼포먼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현재 한국의 상황이 여성과 아동이 살기 힘들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활동가는 세계 최대의 아동 성착취물로 범죄자가 풀려난 날, 텔레그램 디지털 성착취로 청소년이 검거된 날, 성폭행 가해교사가 학교로 돌아왔다며 학생들이 익명으로 고발하기 시작했던 날 등을 언급하며 “아이가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되지 않고 온전히 자랄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아이를 돌봄 기관에 맡기는 맞벌이 가정의 어려움도 전했다. 김 활동가는 “교사가 시시티브이(CCTV)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상하게 한 경우도 있다”며 “이런 경우 맞벌이가정의 양육자들은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를 보듬지 못한 상황에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고 양육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덧붙여서 김 활동가는 “언제까지 양육자들은 아이들에게 죄책감을 가져야 하는가?”라고 반문한 뒤, “사회가 양육자와 아이들을 차별하고 배제하기에 그들은 ‘죽지 못해 살게 된다’“고 전했다. 김 활동가는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에 세 가지 요구사항을 전했다.

"첫째, 대한민국 모든 어린이들은 서울시청 직장 어린이집 아이들처럼 6000원의 급식을 제공하라.  둘째, 아동혐오와 차별적 발언을 국가에서 제재하라. 셋째, 대한민국의 회사에서 ‘여자는 군대 안 갔으니 월급 덜 받는 거 어떠냐’, ‘결혼은 언제 할 거냐’, ‘아이는 언제 낳을 거냐’ 등의 성차별·인권침해 질문에 패널티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 활동가는 “정부와 국회는 여성을 ‘자궁’으로만 보고, 아이를 ‘머릿수’로만 보는 국가관을 당장 버려라. 우리는 셀 수 있는 ‘인구’이기 전에 살려야 할 인간‘임을 잊지 말라, 아이들과 함께 지금, 여기, 살아있는 ’사람‘들임을 잊지 말라’고 주장했다.

◇ “죽어가는 사람들을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로 갈아치우는 느낌이다”

이가현 페미니즘당 창당모임 공동대표는 “요새 여초커뮤니티를 들어가보면 죽고 싶다는 이야기가 많이 보인다. 정말 여성들의 자살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실감난다”며, 여성 자살율이 높은 이유로 ‘코로나19로 인한 소득감소’와 ‘일상에서 여성혐오적인 발언과 성희롱 성추행에 노출된 것’을 들었다. 

이어서 이 공동대표는 “여성자살율이 높아진다는 기사가 나와도 정부에서 내놓은 대책이 없다”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 2019년 자살사망자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자살사망자 수는 1만 3799명으로 전년 대비 129명 증가했다. 남성의 자살률은 38.0명이고 여성은 15.8명으로 남성이 2.4배 높지만, 전년 대비 남성은 1.4% 증가했고, 여성은 6.7% 증가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자살의 전조증상이 되기 쉬운 우울증은 20대 여성의 증가폭이 가장 컸다. 이 공동대표는 “전체 자살률만 봤을 때 남성이 여성보다 높고 노인이 청년보다 높은데도 20대 여성 자살률에 집중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공동대표는 “2020년 초, 고용한파에 직격탄을 맞은 비정규직과 서비스업에 가장 많이 분포된 집단이 20대 여성”이라고 말하며, “코로나19로 여성들과 아이들은 ‘집’말고는 머물수 있는 곳이 없어졌다. 이런 경우 여성과 아이들은 폭력에 노출된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는 결국 국가와 가정이 여성과 아이들에게 정서적 지원을 포기한 것이라는 게 이 공동대표의 주장. 이 공동대표는 “문제 해결은 문제를 직시하는 데서 시작한다”며, “저출생도 국가의 관점에서 문제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여성들의 목소리”라고 외쳤다. 

이 공동대표는 “국가는 청년 여성들의 누적된 고통을 문제로 여기고 있는가?”라고 질문한 뒤, “노동시장과 주거로 대표되는 삶의 질, 출산할 권리와 출산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재생산권, 일상 곳곳에서 일어나는 폭력 등 광범위한 문제가 청년 여성 앞에 쌓여 있다”며 “국가는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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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o**** 2021-04-15 05:59:54
결론
: 남자새끼들 많이 죽는 것은 당연한것이고, 여성분들이 더 죽기 시작하니 이거 해결해달라!
... 여자들이 더 공감 잘한다메... 남자 자살에도 좀 공감해줘...
원래 디폴트라서 치료 안해줘도 된다면, 원래 여자가 강간 더당하니 개선 안해줘도 된다와 동일한 논리라고 이해해도 되는 부분?

qlc**** 2021-03-09 08:56:07
좋은 기사 와닿습니다~ ^^

cha**** 2021-03-08 23:29:55
어디에는 자살률, 어디에는 자살율로 써져 있네요. 
또한,피눈물이  '되었다' 보다는 피눈물이 '됐다'가 더 좋을 것 같아서 댓글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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