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실수를 통해 배웁니다, 실수할 기회를 주세요"
"아이들은 실수를 통해 배웁니다, 실수할 기회를 주세요"
  • 칼럼니스트 박현주
  • 승인 2021.03.2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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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꿈을 꾸는 아이] 어린이집 새학기, 부모님들은 '함께 키움'에 적응하셨나요?

코로나로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신입학 시즌이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아이들은 하나둘 등원하기 시작했고, 여느 새학기처럼 앙앙대는 울음소리가 정겹게 들리는 시기가 시작됐습니다.

조금만 더 들여다 보면 새로온 아이만 불안해서 앙앙 우는 것이 아니랍니다. 울음을 그친 아이들도 교실에서 새 친구들과 또 새로운 선생님들과 권력싸움이라도 하듯 소소한 기싸움이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선생님들도 마찬가지랍니다. 작년에 담임을 했던 반아이들이 지나가면 아쉬움에 가득찬 눈빛으로 하트를 보내기도 하고, 아직은 온전히 정이 붙지 않은 아이들과 살을 부대끼며 소소한 일상에서 즐거움을 찾기 위해 애쓰는 모습입니다.

새학기는 이렇듯 정신없는 과정 속에서도 '새로움'의 이름으로 하나하나 적응해 나가는, 서로를 서로에게 맞춰나가는 즐거움이 있는 시기입니다.

새학기는 정신없는 과정 속에서도 '새로움'의 이름으로 하나하나 적응해나가는 서로를 서로에게 맞춰나가는 즐거움이 있는 시기입니다. ⓒ베이비뉴스
새학기는 정신없는 과정 속에서도 '새로움'의 이름으로 하나하나 적응해나가는 서로를 서로에게 맞춰나가는 즐거움이 있는 시기입니다. ⓒ베이비뉴스

◇ 느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갖는 편견 그리고 불안

며칠전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아이들과 신나는 오감놀이를 한 다음이었습니다. 체육선생님에게서 에어바운스에 바람을 넣는 기계를 대여해 바람과 습자지놀이를 했었습니다. 놀이는 신나고 즐거웠고, 아이들은 마음껏 소리를 지르며 바람을 찾아, 바람을 따라 다니는 알록달록 습자지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흥에 겨운 한 시간이 끝나고 아이들이 제 반으로 돌아갔습니다. 곧이어 점심시간이었고 아이들은 밥을 맛있게 먹었답니다. 한 아이가 밥을 먹고 벌떡 일어나 다른 아이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밥을 막 먹은 차였기 떄문에 마스크를 씌울 새도 없었습니다. 한 아이가 다른 아이의 얼굴을 붙잡고 격하게 입을 맞대었습니다. 순간 '으앙' 하는 소리가 들리고 아이의 입에서 피가 떨어졌습니다.

얼마나 놀랬는지 선생님은 다친 아이를 안고 원장실로 들어왔습니다. 선생님은 자초지종을 설명하느라 정신이 없으셨습니다. 상대방 아이가 깨문건 아닌지, 자세히 보지 못했다고 하셨습니다. 깨물지 않고서야 어떻게 입안에 피가 날 수 있을지 저도 의문스러웠습니다. 꼭 안고 있던 아이가 울음을 그치자, 조심스럽게 입안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깨문 이빨자국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자기 치아에 짓눌려 잇몸이 짓이긴 부분에서 피가 베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깨문건 아닌것 같고, 그렇다고 박치기를 하거나 한것도 아니었습니다.

아마 아이는 친구의 얼굴을 붙잡고 뽀뽀하듯 세게 자기 입을 갖다 댄 모양입니다. 피는 금세 멈췄고, 다친 아이에게도 연락을 드리고 상대방 아이의 부모에게도 연락을 드렸습니다. 다친 아이의 부모님은 다행히도 입속 상처에 민감하지 않으셨고 하원 때 직접보고 병원 방문 여부를 결정하겠다 하셨습니다. 하원할 때 아이의 얼굴을 살펴보시고는 그냥 둬도 될것 같다고 하시며 오히려 놀란 선생님을 위로 해줬습니다.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문제는, 아니 마음이 어려웠던 것은 다치게 한 아이의 부모와 통화할 때 였습니다. 아이는 아직 의사표현이 원활하지 않은 느린 아이였습니다. 아이의 부모에게 친구를 다치게 한 행동의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말씀드리고 감각적인 문제였을지, 아니면 평소 애정 표현방법이 그러했던 것인지 물어봤습니다. 그 상황이 아이가 화가 나서 친구에게 표현한 공격행동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부모님은 평소에도 아이가 기분이 좋으면 얼굴을 부비부비 하는 습관이 있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애정표현이었다면 이상한건 아니었지만, 여태 어른들과만 상호작용을 하다보니 강약의 조절에 실패한 것 같다는 의견을 전하고, 신입학 기간내에 조금 더 지켜보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아이는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젖병을 떼는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편식과 식습관의 태도가 몹시 좋지 않아 식습관 개선을 염두해두고 작은 습관 하나하나 바꿔보자고 선생님은 이야기했고, 그러겠노라 잘 협조해오다 오늘같은 일이 생겨버린 것이었습니다.

부모님은 아이에게 다시 젖병을 주길 원했습니다. 편식이 심한 친구였으나, 아직은 적응기간이라 구체적인 식습관 지도에 대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관찰하고 있던 중이었기 때문에 배가 고파서 그에 따른 스트레스로 인해 친구를 공격했다고 믿는 듯 했습니다. 그렇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전했지만, 다음날 가방에는 젖병과 두유 한 팩이 들어있었습니다. 아침에 담임선생님의 손을 붙잡고 밥을 안먹으면 꼭 먹여달라고 부탁까지 하고 가셨다고 합니다.

전화 상담을 하면서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4살이면 젖병을 끊어도 충분할 나이이기 때문에 젖병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한결같은 부모의 대답은 "내 아이가 예민해지면 다른아이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젖병을 사용해서라도 다시 배부른 상태로 만들어 달라는 이야기를 반복했습니다. 밥은 왜 먹이려고 노력하지 않냐고 물어보자, 밥은 아이가 먹지 않으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아이들은 실수를 통해서 배웁니다. 기회가 충분히 제공돼야 합니다.

느리게 자라는 아이들은 더 많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더 많이 시도해야 하고, 더 많이 실패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느리게 자란다고해서 아이의 성장의 기회마져 앗을수는 없는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어린이집은, 유치원은, 학교는, 아이들이 실수를 통해 배우러 오는 기관입니다. 배고픔의 시간도 아이들의 밥맛을 더욱 더 좋게 만들어줍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넘어지는 법을 배워야하고,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조심조심 안 넘어지는 법을 배울수는 없습니다. 배고픔도 느껴보고, 더 많이 친구와 부딪혀야 하고, 더 많이 싸워야 하고, 더 많이 아파야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랍니다.

"선생님, 우리 아이가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되잖아요."

그럼 피해를 안 주고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요? 친구들을 불편하게 하면 친구들이 싫어한다는 것은 어떻게 배울까요?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것은 최소한 '피해'가 무엇인지 아는 아이들에게나 통하는 말입니다. 유아기의 아이들은 아직 잘 모릅니다. 아이가 장애라서 모르는게 아니라, 유아기의 아이들의 특성이 자기중심성이 강한 것이기 때문에 비장애아이들 조차도 잘 알지 못합니다. 지나가다가 실수로 어깨만 부딪혀도 "선생님 얘가 나를 때렸어요" 하기도 합니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아이는, 자기의 감정이 충분히 존중받고 나서야 가능해지며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누군가 아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경험이 누적되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아이들은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자기를 먼저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은 온통 실수투성이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시기입니다.

모든 아이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느린'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이유하나로, 부모는 좌불안석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마음 역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막무가내로 남탓만 하는 부모들보다 사려깊은 부모여서 감사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려깊은' 태도로는 아이가 자랄 수 없습니다.

아이가 이곳에서 무엇을 배우길 원하는지, 어떻게 배울 수 있을지, 우리는 어떻게 지원해줘야 할지. 오롯히 아이의 입장에서만 고민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 비장애아부모가 갖는 편견

오늘 있었던 일입니다. 선생님이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들어왔습니다.

"○○이가 집에서 손을 빠나보더라구요. 오늘 조심스럽게 여쭤보시면서 '혹시 이 반 장애아중에 손을 빠는 애가 있나요?'라고 물어보셨대요."

선생님의 표정에는 억울함이 잔뜩 묻어있습니다. 올해 여섯살이 된 그 반에는 장애아이들을 비롯해 손을 빠는 아이는 없습니다.  아이가 손을 빠는 일은 있을 수 있습니다. 원에서는 심하게 손을 빠는일이 관찰되지 않았다면 가정 내 욕구 불만의 문제가 있는지 먼저 들여다 봄이 바람직해 보이지만 부모는 어린이집에서 보고 배운 것은 아닌지 더군다나 '장애통합'이라는 기관을 처음보낸 불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사실 이런 일이야, '장애통합' 기관으로 자리잡기 전에는 비일비재하게 있었던 일입니다. 편견의 벽을 하루아침에 깰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우리에게는 적응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해에는 15개월 아이의 부모가 '못걷는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이라서 우리 아이가 갑자기 걷지않으려고 한다'는 이유로 퇴소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어린반 아이가 친구에게 물려가기라도 하면 교사의 설명을 듣기도 전에 어김없이 "장애아가 물었나요?" 같은 이야기를 들어야만 했습니다. 아이의 머리가 조금 굵어져 반항기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하는 일곱살 즈음에도 '침을 뱉는 행동을 장애아를 보고 배운 것 같다'는 근거없는 추측으로 우리의 마음을 심란하게 하는 부모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 반에는 침을 밷는 아이는 없었습니다. 행여나 있었다고 하더라도 장애아를 보고 그 부적절한 행동을 모방해서라도 '관심'을 받고 싶은 그 아이는 정말 마음이 건강한 아이인지 되물어보곤 했습니다. 물론 결과는 씁쓸하게도 줄퇴소로 이어졌지만요.

당연히 장애아이들을 따라 하는 행동은 놀이처럼 따라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 외국 공익광고속에 부모와 아이가 나란히 앉아 모니터속 나오는 사람을 따라하는 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모니터 속 사람들이 재미있는 표정을 짓거나 우스꽝 스러운 동작을 취할 때마다 부모와 아이는 즐겁게 따라 했습니다. 화면이 바뀌고 지제장애를 가진 장애인이 강직된 몸으로 힘겹게 움직이는 장면이 나옵니다. 순간 부모의 얼굴은 굳었고, 아이는 천진난만하게 지체장애인의 모습을 따라랍니다. 아이들은 이렇듯 편견이 없습니다.

따라하는 것, 친구의 모습을 놀이처럼 따라하는 것. 왜,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장애가 있는 친구의 모습을 따라한다고 내 아이에게 장애가 옮기라도 할까요? 아니면 일시적인 행동이 고착될까봐 두려운 것일까요. 물론 후자가 많다고 생각합니다만 비장애 아이들은 장애아이들이 보이는 행동을 지속적으로 따라하지 않습니다. 오리엔테이션 때도 말씀드리지만 2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따라한다면, 따라하는 게 아니라 그 아이의 문제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고, 만약 관심끌기의 행동으로 보인다면 교사교육을 통해 그런 모방행동에는 강화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가정에서도 적절하지 못한 방법으로 관심끌기를 시도한다면 못본 척하는 것도 방법이 됩니다. 대신 바람직한 행동을 할 때는 폭풍같은 칭찬이 있어야겠지요.

우리는 모두 크고 작은 편견들을 안고 살아갑니다. 때로는 방패처럼 사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타인을 공격하기 위해서도 사용합니다. 아이들이 지내는 곳에 어린이집에, 장애통합어린이집에 보내셨다면, 조금 내려놓으셔도 괜찮습니다.

내 아이가 장애라서 생기는 어려움이 아닙니다. 아이라서 생기는 소소한 일상일 뿐입니다. 장애친구와 함께 있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닙니다. 아이들이라서 그저 아이들이라서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빨리 적응하길 바라듯, 부모님들 또한 '아이를 함께 키우는 것에, 아이를 건강하게 잘 키우는 것에' 빨리 적응하기를 바라봅니다.

*칼럼니스트 박현주는 유아특수교육을 전공해 특수학교에서 근무했다. 결혼과 출산을 겪으면서, 내 아이를 함께 키우고 싶어 어린이집을 운영하게 됐다. 화성시에서 장애통합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부모님들과 함께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데 동참해, 현재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에서 장애영유아 발달상담도 함께 하고 있다. 다양한 아이들을 키우는 일, 육아에서 시작해 아이들의 삶까지, 긴 호흡으로 함께 걸음으로 서로의 고민을 풀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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