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지난 겨울, 서울 양천구에서 일어난 아동학대 사건의 피해 아동의 이름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됐다. 자칫 묻혀버릴 뻔했던 사건이 한 방송 프로그램에 등장하자 언론이 들끓었고, 피해아동이 입양아인 것으로 알려진 후 사람들은 더욱 공분했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언론은 ‘학대 행위자는 누구였는지, 그들이 행한 잔혹한 행위는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췄다. 그런데 사건이 얼마나 잔혹했는지 세세하게 묘사하는 게 피해 아동의 입장에선 최선이었을까? 아무것도 모른 채 세상을 떠난 아이에게, 우리 사회가 해줄 수 있는 전부였을까?
2018년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연간 아동학대 사례는 2만 4604건. 놀라운 것은 이 중 무려 82%의 아이들이 본 가정으로 되돌아간다는 사실이다.
가정으로부터 분리된 아이들이 머무르는 학대피해아동쉼터는 전국 76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한 쉼터 당 최대 정원은 7명이기에 쉼터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아이들은 530여 명밖에 되지 않는다. 정부는 올해 29개를 추가 설치해 쉼터를 확충하겠다고 밝혔지만, 학대받는 모든 아이들을 가해자에게서 안전하게 ‘즉각 분리’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 학대받은 기록 남긴 이유, 아동학대 피해자에게 '길' 되어주려고
지금은 20대가 된 강민지(가명) 씨도 부모의 학대 끝에 몇 번의 탈출을 감행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갈 곳이 없어 끔찍한 학대의 현장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기억이 나는 학대의 시작은 여섯 살, 아니 더 어렸을 때부터였는지도 모른다. 폭력과 욕설은 일상다반사였고, 머리채를 잡히는 것도 흔한 일이었다. 바닥에 반찬을 뿌리고 주워 먹게 하거나, 성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굶기는 일도 태반이었다.
오는 23일 방송될 '지식채널e-아이들이 사는 세상'은 얼마 전 텀블벅 펀딩으로 오픈 10시간 만에 목표금액 100%를 달성하며 후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책 「그래도 나는 살아야겠어」(둥근걸음)에 실린 수기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생생하고 또렷한 학대 당시의 기억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는 가해자가 친엄마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가장 슬프고 괴로웠던 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동학대 피해자들에게 길이 되어주고 싶다는 이유에서 수기를 썼다고 한다. 저자가 지식채널e 제작진의 애니메이션 제작 제안에 흔쾌히 응한 이유기도 하다.
애니메이션 제작에는 독일 함부르크에 거주하는 송민선, 최중원이 만든 디자인 스튜디오 토스티드페이지가 참여했다. 토스티드페이지는 국립생태원, 환경재단, 생명다양성재단 등 다양한 기관을 위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으며 디자인 전반에 걸쳐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다.
지식채널e-아이들이 사는 세상은 영화 '국도극장', '아이 캔 스피크'에서 열연했던 영화배우 이상희의 내레이션으로 담겨 시청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배우 이상희 씨는 “슬프고 아픈 기억을 어렵게 꺼냈을 피해자 마음을 생각하니 원고를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며 이번 계기로 더 많은 사람들이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과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지식채널e-아이들이 사는 세상은 23일 화요일 밤 12시 15분, EBS1에서 방송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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