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임 보육교사와 15년 차 보육교사의 급여명세서
초임 보육교사와 15년 차 보육교사의 급여명세서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1.03.2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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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첫 번째 선생님의 급여명세서] ②“호봉제 도입… 원장 책임? 아니요, 국가가 책임져야죠”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어린이집 보육교사 인건비는 어린이집 유형에 따라 다르다. 국공립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매년 내놓는 ‘보육교직원 인건비 지급기준’ 호봉제를 따르고 있으나 민간·가정어린이집의 경우 인건비 지급 기준은 따로 없고 경력과 관계없이 그해 최저임금을 받는다. 무상보육 시대, 민간·가정어린이집의 호봉제 도입이 필요한 이유를 살펴봤다. -기자 말    

[기사 싣는 순서]
1. [좌담] “우리 아이의 첫 번째 선생님의 급여, 왜 최저임금이죠?”
2. [인터뷰] 초임 보육교사와 15년 차 보육교사의 급여명세서
3. [인터뷰] '보육료 현실화 안 되니...' 호봉 받는 국공립어린이집도 열악
4. [정책] "보육교사를 교육공무원으로" 보육교사 처우개선 약속은 어디로?
5. [목소리] 보육교사 호봉제 도입, 이룰 수 없는 꿈인가요? 

지난 20일 오후 기자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15년 차 보육교사의 2018년 5월 급여 명세서. 자신의 급여명세서를 가지고 나와, 기자에게 보여줬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20일 오후 기자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15년 차 보육교사의 2018년 5월 급여 명세서. 자신의 급여명세서를 가지고 나와, 기자에게 보여줬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저는 15년 차 보육교사입니다. 급여요? 기본급 외에 한 달에 일곱 개의 수당이 쪼개져서 통장에 들어옵니다. 월급을 받는다는 기분이 아니라 ‘옜~다’하고 조각조각 난 누더기를 던져준 느낌이에요. 급여를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급여가 최저임금으로 ‘원래 그래’라고 암묵적으로 알고 있고 이 안에 흐르는 문화입니다.”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일하는 A 씨의 말이다. A 씨는 2003년 3월 처음 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 5년 10개월 일하고 그만뒀다. 이후 2012년 4월부터 현재 어린이집에서 다시 일을 시작했다. 보육교사 총 경력 15년 차. 그러나 급여는 최저임금이다.    

연차에 따른 보육교사들의 실제 급여와 관련해 지난 20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민간어린이집을 방문해 15년 차(A 씨), 3년 차(B 씨), 1년 차(C 씨) 세 명의 보육교사를 직접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리고 26년간 민간어린이집에서 일하고 지난 2월 말 그만둔 보육교사(D 씨)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보건복지부와 지자체는 근무환경개선비(=담임교사 수당), 원장 겸임 교사수당, 농어촌특별근무수당, 장애통합어린이집 장애아를 위한 보육교사 자격수당 등을 지급한다. 지자체별로 처우개선비, 처우 개선비 추가, 장기근속수당, 복리후생비, 영아전담수당 등 수당의 이름도, 금액도 차이가 있다.

◇ 보육교사 채용공고…급여는 ‘최저임금’

보육교사 채용공고 급여에는 2021년 최저임금 182만 2480원이 적혀있다. 해당 내용 캡처. ⓒ베이비뉴스
보육교사 채용공고 급여에는 2021년 최저임금 182만 2480원이 적혀있다. 해당 내용 캡처. ⓒ베이비뉴스

‘2021년 보육교직원 인건비 지급 기준’에 따르면 보육교사 1호봉 보수총액은 2328만 9600원, 월 지급액은 194만 800원이다. 이 인건비 지급 기준 역시 수당이 제외된 금액이다. 민간·가정의 경우, 2021년 최저임금은 시급 8720원, 월급은 182만 2480원. 보육교사 채용공고에는 경력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급여에 ‘최저임금’이 적혀 있다.

실제 기자가 경기도 광주시의 한 민간어린이집 10년 차 보육교사 급여 명세서를 받아보니 2021년 1월 급여는 183만 2410원. 이 교사는 다른 민간어린이집에서 경력을 가지고 2018년 이직해 10년 차 경력임에도 최저임금보다 만 원 더 받았다. 2020년 11월 24일에 입사한 초임교사 급여 명세서는 2020년 12월 급여 179만 5310원. 정확하게 2020년 최저임금이었다. 

보육교사 경력 10년 차 2021년 1월 급여 명세서. 다른 민간어린이집에서 일하다 현 어린이집에는 2018년 이직했다. ⓒ제보
보육교사 경력 10년 차 2021년 1월 급여 명세서. 다른 민간어린이집에서 일하다 현 어린이집에는 2018년 이직했다. ⓒ제보
초임교사 급여 명세서. 2020년 11월 24일에 입사해 받은 첫 급여, 2020년 12월 급여 179만 5310원. 2020년 최저임금. ⓒ제보
초임교사 급여 명세서. 2020년 11월 24일에 입사해 받은 첫 급여, 2020년 12월 급여 179만 5310원. 2020년 최저임금. ⓒ제보
보육교사 경력 총 15년 차 2020년 1월 급여 명세서. A 씨는 5년 10개월 공동육아교사 후 해당 어린이집에서 2012년부터 일하고 있다. ⓒ제보
보육교사 경력 총 15년 차 2020년 1월 급여 명세서. A 씨는 5년 10개월 공동육아교사 후 해당 어린이집에서 2012년부터 일하고 있다. ⓒ제보

A 씨가 매달 받는 일곱 가지 수당에는 어떤 게 있을까. 다섯 살 장애통합반를 맡고 있는 A 씨의 경우는 특별한 사례다. 처우개선비 11만 원, 누리 처우개선비 36만 원, 누리 추가 처우개선비 9만 원, 장애통합수당 30만 원, 장애특수근무수당 10만 원, 농어촌특별근무수당 11만 원, 장기근속수당 15만 원. 

A 씨는 “장애통합반을 맡고 있고 남양주시에서는 한 어린이집에 5년 이상 근무한 교사에게 장기근속수당을 15만 원 주기 때문에 제 경우는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지자체는 보육교사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장기근속수당을 지급한다. 남양주시의 경우, 1년 이상 교사에 5만 원, 3년 이상 10만 원, 5년 이상 15만 원을 지급하지만 이 수당도 5년 이상까지가 전부다. 10년 이상, 15년 이상에 대한 수당이 따로 있지 않고, 5년 이상 수당을 받는 교사도 많지 않다는 게 A 씨의 설명이다.  

A 씨는 낮은 임금이 결국 보육교사의 높은 이직률과 연결된다고 봤다. 2018년 전국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평균 근무경력은 어린이집 총 경력은 6년 4개월이고, 현재 어린이집의 근무 경력은 평균 3년 1개월로 조사됐다. 국공립은 총 경력 6년 9개월, 현재 어린이집 근무 경력이 3년 9개월인 반면 민간과 가정은 총 경력 6년 3개월, 현재 근무 경력은 2년 10개월을 넘지 않았다. 

“급여가 낮기 때문에 일하다가 힘들면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쉬는 걸 선택해요. 어딜 가나 급여를 똑같이 받으니 굳이 길게 할 필요가 없는 거죠. 이직이 굉장히 쉬운 곳입니다.” 

◇ “애 보는 게 뭐 힘들어? 애 똥 닦아주고 애들하고 뛰어노는데…”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지난 20일 오후 보육교사를 만나 급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지난 20일 오후 보육교사를 만나 급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영아 만 2세를 담당하고 있는 3년 차 보육교사 B 씨는 급여에 대해 체념한 듯 말했다. “급여는 매년 최저임금 인상되는 만큼 올라요. 이번에도 최저임금이니까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감수하고 왔죠.”

만 4세반을 맡고 있는 3월에 해당 어린이집에 입사한 C 씨. ‘입사 시에 급여에 대해 안내받은 적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당황스러워했다. “보육교사 구인란을 보면 최저임금이 적혀있어요. 밑도 끝도 없이 공고에 제시돼 있죠. 그해 최저시급을 적용한 최저임금이 보육교사 급여입니다.”

보육교사 임금은 최저임금. 이 공식은 당연한 것일까. B 씨는 보육교사의 전문성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을 지적했다. “보육교사의 전문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높아졌으면 좋겠어요. 엄마들도 보육교사가 전문가라는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가정에서도 남편이 주 수입원이면 여성은 보조적인 느낌이 강해요.” 

C 씨 역시 보육교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대해, “밖에 나가 보육교사로 일한다고 하면 ‘애 보는 게 뭐 힘들어?’ 하세요. ‘애 똥 닦아주고, 애들하고 뛰어노는데, 애들 밥 떠먹여주면 되지’,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솔직히 사회적 인식이 박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급여가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 “급여는 호봉제로 주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20일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만난 보육교사는 "지역마다 수당을 달리 지급할 게 아니라 정부에서 일괄적으로 형평성을 맞춰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20일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만난 보육교사는 "지역마다 수당을 달리 지급할 게 아니라 정부에서 일괄적으로 형평성을 맞춰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두 곳의 민간어린이집에서 모두 26년 일한 D 씨는 지난 19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18년 경력을 가지고 다른 어린이집으로 이직을 할 때, 국공립 수준은 아니더라도 호봉을 반영해 달라고 요구한 적이 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D 씨는 “급여는 주는 사람 마음이에요. 민간에도 호봉을 반영해주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보육교사에게 요구하는 건 갈수록 많은데 처우에 대해선 생각해주지 않는 것 같아요”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급여에 대한 교사들의 바람을 물었다. C 씨는 형평성을 주장했다. “수당 중에서도 농어촌특별근무수당 같은 건 인정하는데 구마다 다 수당이 달라요. 같은 일을 하는데 지역이 어디냐에 따라 다 차이가 나니까 정부에서 일괄적으로 형평성을 맞춰줬으면 좋겠어요.” 

A 씨는 호봉제 도입을 언급했다. “급여는 호봉제로 주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직장이든 경력을 인정받는다는 건 경력에 따라 호봉으로 급여를 받는 거 아닌가요? 호봉을 인정받는다고 하면 월급 받는 기분이 다를 것이고 쉽게 그만두지도 않겠죠. 또 외부에서 보는 시선도 다르지 않을까요?”하고 기자에게 물었다. 

이어 A 씨는 “직장인에게 급여는 그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기도 하잖아요. 다른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급여가 주는 만족감이 교사들에게도 큰 부분입니다. 갈라지고 찢어진 수당으로 받는 급여가 상실감이나 자존감과 연결된다고 봐요. ‘원장이 책임져야 하는 거 아니야’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봐요. 지원체계를 만들어 주고 호봉제를 내놔야 흔들림 없이 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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