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새학년 새학기, 언제쯤 쿨한 새학년을 맞을까?
두근두근 새학년 새학기, 언제쯤 쿨한 새학년을 맞을까?
  • 칼럼니스트 김덕화
  • 승인 2021.03.25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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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발달장애 아이 키우기] 제주에서 발달장애 아이 키우기

아이가 4학년이 돼 등교를 한지 3주가 지났다. 지난주에 특수학급 개별화회의를 끝내고 나니, 그동안 긴장했던 몸과 마음에 이제야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새 학년이 돼 2주간 아이를 지켜보신 담임선생님과 특수학급선생님은 우리 아이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계셨고, 우리 부부도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해 바라는 점을 충분히 말씀드린 것 같다. 앞으로 1년간 크고 작은 일이 있겠지만, 큰 줄기는 잡은 셈이다.

1학년 입학식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벌써 4학년이라는 고학년이 되었다. 아이는 처음 입학한 학교에 잘 적응해서 나름 즐겁게 학교생활을 한다. 이 짧은 한두 문장으로 담을 수 없는 많은 이야기가 빼곡하게 담겨있지만, 지금은 그렇다는 얘기다.

◇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새학년 새학기가 되면 아이나 부모나 모두 새로운 교실환경에 대해 긴장하기 마련이다. 특히 초등학교에 발달장애아이를 입학시키는 부모들의 심정은 정말 경험한 사람만 알 지 않을까? 아이가 학령기가 돼 학교에 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인데도, 발달장애가족은 이 일이 큰 산을 넘는 것만큼 어렵고 두려운 일이다. 어쩌면 발달장애 아이들이 영유아기부터 각종의 특수교육을 그토록 열심히 하는 이유가 바로 이 거대한 산을 넘기 위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긴장된 초등학교 입학식 날. 엄마의 마음과 달리 아이는 신기한 것 투성이다. ⓒ김덕화
긴장된 초등학교 입학식 날. 엄마의 마음과 달리 아이는 신기한 것 투성이다. ⓒ김덕화

나 역시 몹시도 긴장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아이를 입학시켰다. 알다시피 초등학교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과는 다르게 아이의 생활을 세세하게 말해주지 않는다. 아이도 자기입으로 학교생활을 잘 설명하지 못하다 보니, 하루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고 답답하기만 할 노릇이었다. 하교 후 아이의 표정을 살피고, 간단하게 내뱉는 단어들로 유추해볼 뿐이었다. 특수교육대상자의 개별화회의는 보통 아이의 학교생활 모습을 어느정도 관찰한 다음, 3월 2주차 정도에 열리게 되어있어서 그 동안 아이의 학교생활을 자세하게 상의할 수도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입학 후 3일 정도 되는 날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다. 아이의 1학년 담임선생님은 경력이 30년도 넘은 베테랑 선생님이었는데, 카리스마가 보통이 아니셨다.

“선생님, 주원이가 학교생활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어머니, 제가 지금은 지켜보고 있습니다. 나중에 개별화회의 때 말씀드릴게요.”

답답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전화를 드렸는데, 돌아오는 선생님의 답은 너무나 간단 명료했다. 더 뭐라고 할말이 없었다. ‘아, 초등학교는 이렇게 다르구나’ 절감하며, 내심 서운한 마음도 들었다.

그런데 이런 엄마의 걱정과는 다르게 아이는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부쩍 학교가는 것을 좋아했다. 반친구들의 이름을 벌써 외워서 반복해 부르고 또 불렀다. 학교가는 게 이렇게 신나는 일인가? 친구들이 그렇게 좋을까? 학교 안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 장애, 비장애학생 함께 성장하고 있어요

교실에서 아이는 이상한 아이가 아니라 '착하고 친구를 좋아하는 아이'이다. ⓒ김덕화
교실에서 아이는 이상한 아이가 아니라 '착하고 친구를 좋아하는 아이'이다. ⓒ김덕화

궁금해하던 차에 답을 찾을 기회가 왔다. 바로 3월 초반에 열리는 학교 교육과정 설명회와 총회였다. 이 자리는 학교 선생님을 만나는 자리이자 동시에 같은 반 학부모님들을 만나는 기회라서 또다른 걱정이 생겼다. 어떤 학교에서는 대놓고 발달장애아이 때문에 수업에 방해가 된다는 컴플레인도 한다는데, 우리 아이를 두고 다른 학부모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드디어 총회가 끝나고 각 반별로 모이는 시간이 왔다. 선생님과 학부모님들의 질문과 답이 이어지다 마무리 즈음 담임선생님께서 우리 아이를 꼭 집어서 말씀을 하셨다.

“주원이 어머니, 주원이는 우리반에서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주원이가 친구들에게 알림장도 나눠주고, 울고있는 친구도 잘 달래 줘요. 주원이 때문에 우리반이 웃는 일이 많습니다. 모두 함께 잘 성장하고 있어요.”

선생님 말씀에 이어 다른 학부모님들도 칭찬을 쏟아냈다.

“주원이가 울고 있는 우리 아이를 달래줬대요.”

“우리 아이가 주원이 진짜 착하다고 하더라고요.”

내 걱정이 무색하게 선생님과 학부모님들이 한마음으로 주원이와 나를 응원해줬다. 울음을 삼키면서 겨우 감사하는 인사를 하고 총회를 마쳤다.

담임선생님께서는 일부러 우리반 학부모님이 모두 모인 총회자리에서 주원이를 칭찬하면서, 모두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말씀해주셨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교실에서 주원이의 장점을 자주 칭찬해주셨기 때문에 반 친구들도 주원이에 대해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학부모님들께도 그 이야기가 전해졌으리라.

아이가 매일 신나게 교문으로 뛰어들어갔던 이유를 그제야 알게 됐다. 아이는 교실에서 이상하고 수업을 방해하는 발달장애아이가 아니라 ‘착하고 친구를 잘 도와주는 아이’로 자리잡고 있었다. 사실 아이는 매우 산만하고 집중력이 짧아서 교실에서 많이 돌아다니고, 자기가 좋아하는 말만 반복하고, 때로는 시끄러운 소리도 내는 편이라서 단점을 꼽으라면 더 많이도 꼽을 수 있다. 그렇지만 담임선생님께서는 장점을 더 크게 부각시켜주셨기 때문에 아이는 자심감을 가지고 1학년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 일로 나는 더 이상 학교와 공교육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다. 특수교육의 시스템은 아직도 한참 부족하지만, 학교 선생님과 학부모님들은 내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열린 마음으로 우리 아이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니, 공교육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한다. 학교가 발달장애학생에게도 똑 같은 학교라는 믿음을 가지게 되면서부터 학교에서 어떤 일이 생겨도 당당하게 해쳐나갈 수 있는 마음의 힘이 생겼다. 그리고 부당한 일이 발생한다면 똑같이 부당함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자신감도 생겼다. 지난 3년간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다져진 마음이다.

“주원이 학교에 갈거야.”

오늘도 씩씩하게 가방을 매고 나가는 아이를 보면서 엄마도 같이 힘을 내본다. 네 길을 엄마가 언제나 응원할게!

*칼럼니스트 김덕화는 제주에서 열 살 발달장애 남자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2년 전 제주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어서 덜컥 제주도로 가족이 이주해서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주원이를 더 잘 이해하고, 세상에 주원이를 더 잘 이해시키고 싶어서 관심을 가지다 보니 저도 모르게 이런저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책읽기선생님, 장애이해교육강사, 발달장애이해 그림책 「우리 아이를 소개합니다」 공동저자가 돼 있네요. 다양한 매체에서 잡지를 만든 경험이 있고, 지금까지 아이를 키우며 프리랜서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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