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난 상황 속에서 집의 의미와 중요성이 커지는 현재, 아이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관심이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베이비뉴스는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집다운 집으로’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동의 권리 관점에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엄마, 이제 친구들 집에 초대해도 돼요?”
“이제 집에서도 온라인 수업 걱정은 없겠어요.”
비좁은 방 한 칸에서 5명의 식구가 살고 있던 민아(가명), 안전하고 깨끗한 화장실이 필요했던 현수(아동), 차갑고 어두운 컨테이너·비닐하우스를 집이라 불렀던 지호(가명)가 지난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 안전하고 깨끗한 보금자리로 이주하고 난 후 처음으로 한 말이다. 코로나19 시대 가장 안전한 보금자리가 돼야 할 곳이자 오랜 시간 머물러야 했던 집이 이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가장 무서운 공간이었다.
◇ 대한민국 아동 10명 중 1명은 주거빈곤 상태
2015년 인구주택 총 조사 기준 대한민국에서 94만 4000명의 아동이 최저주거기준 이하의 주거빈곤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이는 전체 아동 중 9.7%에 해당하는 숫자로 대한민국의 아동 10명 중 1명은 주거빈곤의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열악한 주거환경은 아동들의 건강하게 성장할 권리를 침해하는 주요한 문제 중 하나다.
이에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약 9000세대의 아동주거빈곤 가구를 대상으로 주거보증금, 주거환경개선, 혹서기·혹한기 냉난방비 등을 지원해 보다 안전한 주거환경에서 아동이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더불어 아동옹호대표기관으로서 아동이 주거복지 정책의 우선순위가 될 수 있도록 제도 및 정책의 변화를 도모하는 일에도 주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어려움을 겪는 아동들은 오늘도 발견되고 있다.
◇ ‘아동주거권 보장 등 주거지원 강화 대책’ 발표됐지만
다행히도 2019년 10월, 정부는 범정부 차원으로는 처음으로 ‘아동주거권 보장 등 주거지원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주거권을 아동의 권리로 인식했다는 신호이자, 아동의 주거권을 공적 영역에서 보장하겠다는 약속이다.
이번 대책을 시작으로 주거상황이 취약한 아동가구를 적극 발굴하고 지원하는 체계를 만들고, 국토부와 아동복지단체가 협업해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방안도 마련하는 등 아동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분주한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최저주거기준미달 등 비적정 주거에 거주하는 사각지대 아동들이 존재한다. 아동이 아닌 부모세대에 속한 ‘자녀’로 지칭되고 있는 정책의 방향성, 지역별 다양하게 발생하는 주거복지 문제를 대응할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의 부재, 전달체계의 전문성 부족 및 대상자의 정보접근성 한계, 임대주택 공급물량 부족 등 여전히 대한민국 아동 주거권의 현실은 열악하다.
◇ 집다운 집에서 살 권리
유엔아동권리협약 제27조 3항은 “국가는 아동을 양육하는 부모 혹은 보호자를 돕기 위한 적절한 수단을 가져야 하며, 특히 영양과 옷, 주택과 관련된 경우 필요시 물질적 지원과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어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다는 것은 국가가 아동을 권리주체로서 인정하고 존중하겠다는 약속이며, 아동을 위한 정책은 아동의 관점으로 수립하고 아동 최우선의 이익 원칙을 준수해야함을 의미한다.
올해는 대한민국이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지 30주년이 되는 해이지만, 정부의 아동주거권 보장은 이제 막 첫 걸음을 내딛었다. 지난 28년간 국가와 어른들이 지켜주지 못한 아동의 집다운 집에서 살 권리가 하루 빨리 보장되길 희망한다. 출발선이 다르더라도 대한민국 아동이라면 그 누구든 조건 없이 최소한의 삶의 안정을 가지고 준비될 수 있도록 정부, 아동단체 그리고 모든 어른이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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