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을 막 지난 아이가 어린이집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비결
백일을 막 지난 아이가 어린이집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비결
  • 기고=이희래
  • 승인 2021.04.02 11: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육수기 공모전] 4. 해맑은 어린이집에 막내가 들어왔어요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와 베이비뉴스는 가정어린이집 보육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알아보고,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보육교사를 격려하기 위해 제3회 영아중심어린이집 보육수기 공모전을 진행했다. 보육수기 공모전에서 당선된 작품을 매주 1편씩 소개한다. 이 작품은 최우수상을 수상한 해맑은어린이집 보육교사 이희래 님의 수기 '해맑은 어린이집에 막내가 들어왔어요'입니다. -편집자 주-

개월 수의 차이를 극복하고도 잘 어울리는 우리 반 영아들이 많은 꿈을 꾸며 무럭무럭 자라길 오늘도 기도한다. ⓒ이희래
개월 수의 차이를 극복하고도 잘 어울리는 우리 반 영아들이 많은 꿈을 꾸며 무럭무럭 자라길 오늘도 기도한다. ⓒ이희래

[영아중심어린이집 보육수기 공모전 최우수상] 해맑은 어린이집에 막내가 들어왔어요(이희래 해맑은어린이집 교사)

봄 내음이 가득하지만 마음만큼은 무거웠던 4월 무렵, 한창 코로나 여파로 긴급보육이 연장되고, 부모님들의 걱정으로 가정보육이 계속되던 때에 어린이집으로 한통의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백일이 갓 지난 아기인데 어린이집에 보내도 될까 해서요. 코로나 때문에 걱정이 되는데 복직을 해야 할 상황이라, 사정이 급해 전화 드렸습니다.....”

전화를 하신 어머님은 몇 해 전 해맑은 어린이집을 수료한 원아의 어머님이었고 복직을 앞두고 갓 백일 된 아가를 어찌해야 할까 고민 고민하다 생각난 곳이 어린이집이었다고 했다. 누나가 다녔던 어린이집이라 믿고 맡기기엔 더할 나위 없지만 이제 갓 백일이 된 아기라 손도 많이 가고, ‘어린이집은 빠르면 돌이 지나거나, 15개월은 지나서 보내는 게 좋다’라는 주변 인식 때문에 어린이집을 보내도 되는 건지 밤낮으로 고민을 많이 하다 전화 드렸다며, "맡길 곳은 없어서 사정은 급한데, 우리 아가처럼 어린 아이도 어린이집에서 받아 주시나요?"라고 묻는 어머님의 목소리에는 근심걱정이 가득하였다.

며칠 뒤 어머님이 두른 아기 띠 속 엄마 품에 폭 안긴 채로 해맑은 어린이집의 막내 OO가 드디어 등원을 하였다. 태어난 지 백일이 조금 지난 아기가 어린이집에 온 것을 보고, 선생님들 아이들은 모두 유희실에 모여 막내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이제 막 바깥세상에 나와 모든 것들이 신기 할 텐데, 이 조그만 아기가 엄마랑 헤어짐을 알아야 한다니.... 엄마랑 떨어져 낯설어하고 힘들어하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으로 손등을 쓰다듬으며 눈을 맞추고 인사를 하는데, 이 아이는 아무 걱정 말라는 듯이 나와 눈을 맞추며 방긋 웃는 것이었다. ‘심쿵’이라는 말을 이럴 때 써야하는 걸까? 통통한 볼을 씰룩이며 방긋방긋 웃는데, 순간 마음 속에 담아 두었던 나의 근심걱정들이 싹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태어난 지 백일이 갓 지난 아가(이하 호호)는 그렇게 어린이집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고, 하루하루 선생님들과 형, 누나, 친구들의 얼굴을 익혀 나갔다.

◇ 막둥이의 어린이집 적응 시작기

태어난 지 백일이 막 지난 이 아기를 낯선 환경에서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우리 어린이집에서는 기존 적응 프로그램에서 조금 변화된 영아의 개월 수를 고려한 적응 프로그램 시작하였다. 어린이집 적응을 시작하며 엄마와 분리되는 것에 대한 불안을 인지하고 울음이나 언어로 표현하는 만 1,2세 영아들과는 달리 4개월 된 영아의 감정이나 표현은 민감하게 살피거나 반응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던 터라 '어떻게 하면 새로운 환경에서도 낯설지 않고 친숙하며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원장님과 의논하여 실제로 영아가 집에서 가지고 놀던 놀잇감이나 물건들을 가지고 와서 공간을 구성하기로 하였다. 보육실에는 늘 집에서 맡던 엄마 냄새, 내가 가지고 놀던 익숙한 놀잇감이 곳곳에 있었으며, 어린이집에서 새롭게 접하는 놀잇감은 4개월 된 아기의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하였는지 우리 호호의 어린이집 적응은 감사하게도 아무 탈 없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

◇ 나는 어린이집이 좋아요

호호는 아침마다 아빠 품에 안겨 등원을 한다. “딩동!” 어린이집 입구 문이 열리면 호호는 항상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선생님을 마주한다. 호호의 표정을 본 선생님들은 모두가 호빵 같다며 하하하! 웃으신다. 호호가 조금이라도 늦는 날에는 무슨 일이 있는게 아닐까 모두가 걱정할 정도로 호호는 우리 어린이집에서 사랑을 많이 받는 아이로 자라고 있다. 

요에 누워서 뒹굴뒹굴 하던 아기가 조금 지나니 뒤집기를 하고, 배밀이를 하고, 조금이라도 새로운 행동을 하거나 어제보다 오늘 더 큰 모습이 보이면 선생님들은 다들 놀라시며 호호가 언제 이렇게 커버렸는지 신기해 하신다. 또한 자녀가 있는 선생님들은 옛날 생각을 하시며, 호호가 쑥쑥 자라는 모습을 응원하신다. 한 아이가 태어나고 몸을 움직이고 옹알이를 시작하는 발달과정을 직접적으로 체험하다니 인간이라는 존재는 참으로 신기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며 보육교사라는 직업으로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하다. 또한 이 작지만 소중한 존재들을 매일 마주하며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더욱 건강하고,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오늘도 아이들에게 나무 같은 존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       

◇ 9개월 차이가 이렇게 큰 건가요?

만 0세 한 반의 구성은 3명으로 호호가 자리를 채우기 전 기존의 2명의 영아는 (2020년 5월을 기준으로) 13개월의 친구들(현재 19개월)이었다. 무려 9개월이나 차이가 나다 보니 영아의 발달은 1개월 차이도 차이가 많이 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고, 보육 활동을 진행하더라도 수준차이를 고려해야 했다. 같은 활동을 진행하는 것은 무리이니 따로 보육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발달 차이에서 따르는 어려움이 있었다. 역할 놀이를 하더라도 놀잇감을 빨고 있는 영아와 그걸 빼앗으려는 영아 사이에서 갈등을 조절하는 것도 어려웠고, 수유 시간과 낮잠 시간, 점심식사 시간도 차이가 나면서 하루 보육일과도 2가지로 진행해야 할 만큼 바쁜 나날들이 계속 되었다. 신체발달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뒤집기를 하고, 어느덧 기어 다니기를 시작하니 한시라도 눈을 떼면 안 될 정도로, 호호는 여기저기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뛰는 방법을 배운 19개월 영아들과 기는 방법을 터득한 10개월 영아 틈에서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한 사항은 ‘오늘도 안전! 내일도 안전!’ 이었다..

◇ 그래도 우리는 친구랍니다

6개월 동안 우리반 영아들은 보육실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신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많이 성장하였다. 호호는 형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친구들과 함께 서로 마주보고 공을 주고 받기도 하고, 음식 모형을 먹여주기도 하며 놀잇감도 양보할 만큼 많이 컸다. 뛰는 아이 옆에 같은 속도로 기어가는 아기가 있어 가끔씩 놀라긴 하지만, ‘한 보육실에서 세 아이가 함께 생활할 수 있을까?’ 염려하던 내 생각과는 다르게 세 아이는 서로를 배려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내 자신이 우리 영아들을 보며 가장 많이 성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보육교사는 영아들에게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게 하고, 신체적·정서적 발달을 도모하는 것이 보육교사의 역할임을 안다. 그런데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활동을 준비해야 어린이집을 더 재미있어 할까, 오늘 하루는 어떻게 놀아야 즐겁게 보낼까’ 하는 흥미 위주의 보육에 대해 늘 생각하고, 하하 호호 웃고 떠들며 어린이집에서의 하루를 재미있게 하는 것이 보육교사의 가장 큰 역할이라 생각했다. 또한 그것이 영아중심의 보육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영아중심의 보육은 영아 한 명 한 명의 인격을 존중하고 영아들 사이의 관계를 존중해 주는 것에서부터 시작됨을 우리반 영아들을 보며 깨닫게 되었다. 마치 어른들의 사회관계처럼 영아들에게도 개월 수의 차이는 그들의 사회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걸, 친구라는 개념을 아직은 모르는 것 같아 보였던 우리 영아들에게도 ‘함께’, ‘서로서로’라는 마음이 존재 한다는 것을 느끼며 보육교사로서의 나의 역할을 되돌아보게 하였다. 오늘도 우리반 19개월 친구들은 10개월 친구의 우유병을 잡아 주고 우유가 새지 않고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19개월 영아들에게는 호호가 나보다 어린 아기라 생각하고 보호해 주어야 할 존재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모습마저도 너무 사랑스럽고, 개월 수의 차이를 극복하고도 잘 어울리는 우리 반 영아들이 많은 꿈을 꾸며 무럭무럭 자라길 오늘도 기도한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중앙로8길 111 우명빌딩 2~4층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일 : 2010-08-20
  • 일반주간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10138
  • 등록일 : 2011-01-11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 (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Copyright © 2021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