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모든 구성원이 신입 원아의 적응을 도와요"
"어린이집 모든 구성원이 신입 원아의 적응을 도와요"
  • 기고=이미영
  • 승인 2021.04.19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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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수기 공모전] 6. 신입원아 적응기-우리 모두 신입원아 적응 도우미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와 베이비뉴스는 가정어린이집 보육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알아보고,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보육교사를 격려하기 위해 제3회 영아중심어린이집 보육수기 공모전을 진행했다. 보육수기 공모전에서 당선된 작품을 매주 1편씩 소개한다. 이 작품은 우수상을 수상한 이미영 유성어린이집 원장의 수기 '신입원아 적응기-우리 모두 신입원아 적응 도우미'입니다. -편집자 주-

[영아중심어린이집 보육수기 공모전 우수상] 신입원아 적응기-우리 모두 신입원아 적응 도우미(이미영 유성어린이집 원장)

신입 영아 적응을 도와주는 우리는 형님반. ⓒ이미영
신입 영아 적응을 도와주는 우리는 형님반. ⓒ이미영

인생의 큰 틀을 결정하는 영아기 보육현장에서 우리 선생님들은 매순간의 결정이 소중한 영아를 위한 최고이자 최선인가를 매일매일 고민하며 준비하지요. 신입 영아를 만나는 신입원아 적응기간은 특히나 우리 선생님들이 최고의 준비를 하고 기다리는 때입니다. 아이들이 극복해야 하는 낯선 공간과 낯선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친숙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할까요?

친숙한 공간으로 만들어 주기 위해, 신입 영아의 사진을 부모님으로부터 미리 받아서 보육실을 신입 영아의 사진들로 꾸며 줍니다. 원에 처음 들어섰을 때 신발장에 붙어있는 나의 얼굴사진 이름표, 보육실 까꿍판에 있는 내 얼굴, 교실 문 앞에 내 얼굴로 만든 귀여운 내 사진 이름표를 보는 순간, 잔뜩 긴장한 신입 영아는 이 공간은 처음 오는 곳이지만 나를 환영하는 따뜻한 공간이라고 인식하게 되지요. 친숙한 사람으로 인식되기 위해서 선생님들이 밝은 색상의 캐릭터 옷을 입으시고 머리에는 귀여운 동물 머리띠를 하고는 환하게 웃으며 신입 영아를 맞이해 줍니다.

그러면 영아는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랑 동물을 좋아하는 선생님께 마음의 빗장을 스르르 푸는 모습을 보이곤 한답니다. 그리고 우리 선생님들은 재원 언니 오빠들에게 신입 원아에 대해 미리 알려주고 함께 즐겁게 지내자는 도움의 말도 잊지 않고 해둔답니다. 엄마가 보고 싶어 우는 아가를 향해 “괜찮아. 언니도 처음엔 울었지만 선생님이랑 재밌게 놀고 있으면 엄마가 오실거야”하고 얘기해 주는 언니의 위로에 울음을 멈추기도 하는 신입 영아를 보면 대견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지요. 

이렇게 낯선 공간과 사람에 대한 극복 준비를 물샐 틈 없이 하고 신입원아를 맞이하면 대부분 큰 무리 없이 어린이집에 적응하는데 유독 적응이 힘들었던 유리(가명)라는 18개월된 영아가 있었어요. 엄마는 몸이 아프셔서 병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엄마 없이 아빠 하고만 있는 것도 힘들어 하는 유리(가명)였지요. 선생님은 엄마와 함께 등원한 유리(가명)를 관찰해 보았어요. 엄마가 있는 공간에서는 아무 문제없이 놀이하였지만, 엄마가 같은 공간에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에는 바로 엄마를 찾으며 울기 시작했답니다.

다음날에는 어머니 아버지가 함께 와주실 것을 요청 드렸어요. 엄마가 없을 때 아빠랑은 어떤지 직접 보고 싶어서 그렇게 부탁을 드렸답니다. 엄마 아빠가 있는 공간에서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 1시간을 즐겁게 놀이한 유리(가명)에게 엄마 없이 아빠랑만 하원하도록 해보았습니다. 유리(가명)는 자지러질 듯이 울었고 엄마랑 얘기 나누는 5분의 시간도 아빠랑만 있을 수 없었던 유리(가명)를 아빠가 어쩌지 못하고 다시 원으로 엄마를 찾으러 들어와야 할 만큼 심한 분리불안의 모습을 보였지요. 

유리(가명)의 부모님은 어린이집의 도움을 받아 분리불안도 극복하고, 어린이집도 계속 다니기를 희망하셨습니다. 원장인 저는 어머니와 면담을 통해서 유리(가명)가 이런 모습을 보이게 된 이유에 대해서 조심스레 여쭈었고, 어머니께서는 솔직하게 힘들었던 가정 내에서의 일들을 얘기해 주셨어요. 어머니와 면담 후에는 전체 선생님과 모여 어떻게 유리(가명)를 도울 수 있을지 회의를 하였습니다. 일단 5분씩을 시작으로 헤어지는 연습을 하기로 하고, 보육실 내에는 유리(가명)가 좋아하는 블럭들을 다른 반의 선생님과 형님들은 유리(가명)가 좋아하는 블록놀이를 모두 아가반으로 옮겨 엄마와의 분리불안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협조해 주었답니다. 유리(가명)가 엄마가 사탕사러 갔다 온다고 하면은  그래도 조금은 기다려 준다는 가정으로부터의 정보를 활용해 분리불안 문제를 풀어 보기로 계획했습니다. 엄마가 약속하면 엄마는 약속을 꼭 지키고 돌아 온다는 것을 유리(가명)에게 인식시켜 주고자 하였습니다.

저희 원은 바로 맞은 편 보이는 곳에 슈퍼가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어머니와 등원해 즐겁게 놀이한 후 “엄마 사탕 사러 슈퍼 다녀 올게. 놀고 있어”하고 말해 주고  어머니가 원을 나서도록 했습니다. 이 때 선생님은 유리(가명)를 안아서 창가에서 엄마가 슈퍼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엄마가 슈퍼가는 것을 눈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유리(가명)는 엄마가 없어질까 두려워 하지 않았고, 의도한 건 아닌데 엄마가 쓴 빨간 모자가 슈퍼 안에서 왔다 갔다 하니까 유리(가명)가 안정된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었답니다. 이렇게 슈퍼 간 엄마를 5분 기다릴 수 있게 된 유리(가명)는 다음날은 10분 그 다음날은 15분을 기다렸고, 처음에는 선생님 품에 안겨서 창 밖을 보면서 기다리던 유리(가명)가 어느새 블록놀이를 하면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좀 더 오랜 시간 엄마와 떨어져 있는 것을 연습하기 위해서 큰 길 건너편의 슈퍼로 저랑 어머니 그리고 유리(가명)가 함께 구경 다녀 왔어요. 슈퍼 사장님께 상황을 말씀드리고 도움을 청하니 사장님께서도 우리를 기쁘게 맞이해 주시고 자유롭게 슈퍼 구경을 할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유리(가명)가 좋아하는 물건들을 실컷 구경하는 시간을 가졌답니다. 다음날 유리(가명)에게 엄마가 오늘은 길 건너 슈퍼에 가서 사탕 사오실 거라고 얘기하고 엄마를 기다리기를 연습하였는데, 잔뜩 긴장한게 무안할 정도로 아무렇지도 않게 1시간 동안을 엄마랑 헤어질 때만 잠깐 울고 잘 노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렇게 원장인 저,보육교사들, 원의 형님들 그리고 동네 슈퍼 사장님까지 유리(가명)의 적응을 도왔고 만족스런 결과에 우리 모두는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한 명의 아이를 교육하는 데는 온 동네가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을 그대로 보여준 본보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유리(가명)는 다음주부터는 점심도 먹고 갈 수 있을 만큼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부모님은 크게 기뻐하신 답니다. “아무리 해도 방법이 없어.” “가정에서 애착 형성이 잘 안 돼서 원에서 적응하기가 힘들어. 가정에서 바로 잡아 주어야지 우리는 어쩌지 못해.” 이런 마음이 아니고 우리는 항상 “그래! 방법을 생각해 보자!”라는 긍정적인 열린 마음으로 보육현장에서의 문제들에 대해서 의논하고 연구하며 문제들을 풀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긍정적인 열린 마음은 실제적으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였고, 문제 해결의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배우고 깨닫고 성장하였습니다.    

다른 생김새와 개성을 가진 우리 영아들.  모든 과정이 쉽게 이뤄져서 손갈 것이 별로 없는 영아들을 보면 감사합니다. 각 단계가 한 번도 수월하게 넘어가지지 않는 영아들을 보면 이 아이가 나를 생각하게 하는 구나, 나로 하여금 연구하게 하는 구나, 나를 더욱 멋진 교사로 성장시키는구나 하는 마음에 감사합니다.

영아기는 한 생명의 모든 기본틀이 완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우리는 말 한마디 몸짓 하나도 허투로 할 수가 없습니다. 교사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영아들이 그대로 자라가는 것을 알기 때문에 물 한 모금을 마실 때도 조심스럽게 말 한 마디를 할 때도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언어습관을 갖고자 합니다. 이렇게 우리의 뒷모습을 보면서 자라가는 영아들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그래서 비록 몸이 지칠 때도 마음이 힘들 때도 우리는 다시 한 번 “보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하지 못한다”는 말을 외치며 더 배우기 위해서 몸을 일으키는 교사들입니다. 이렇게 함께 하는 보육인들이 있어서 힘든 길을 기쁜 얼굴로 걸었고, 오늘도 걸으며, 내일도 쉬지 않고 걸으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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