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와 원장으로 살아오며 가장 가슴 아팠던 이야기
보육교사와 원장으로 살아오며 가장 가슴 아팠던 이야기
  • 기고=구미혜
  • 승인 2021.04.23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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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수기 공모전] 7. 사명감이란 행복의 열매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와 베이비뉴스는 가정어린이집 보육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알아보고,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보육교사를 격려하기 위해 제3회 영아중심어린이집 보육수기 공모전을 진행했다. 보육수기 공모전에서 당선된 작품을 매주 1편씩 소개한다. 이 작품은 우수상을 수상한구미혜 동원꿈꾸는어린이집 원장의 수기 '사명감이란 행복의 열매'입니다. -편집자 주-

[영아중심어린이집 보육수기 공모전 우수상] 사명감이란 행복의 열매(구미혜 동원꿈꾸는어린이집 원장)

어릴 때부터 유달리 아이들을 좋아했던 저는 어린이집 교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구미혜
어릴 때부터 유달리 아이들을 좋아했던 저는 어린이집 교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구미혜

오늘도 저는 “원땅떤땡님 뭐해요?” 하며 저의 안부를 묻고 저의 이름표를 불러주는 아이들과 함께 하루를 시작합니다. 어릴 때부터 유달리 아이들을 좋아했던 저는 어린이집 교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제가 꿈꾸어 오던 일은 저의 직업이 됐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하루하루는 저의 기쁨이고 행복이 됐습니다.

저는 ‘꿈’이란 말을 무척 좋아하고, 저의 삶에서 경험했기에 우리 어린이집 아이들도 꿈을 꾸는 아이들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동원 꿈꾸는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한 지난 시간들을 생각해 보니 수없이 많은 기쁜 일들과 가슴 메이듯 아픈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중 저를 보육교사로서의 긍지와 보람을 느끼게 해준, 또 한편으로 가장 가슴 아팠던 아이 유선이(가명)가 생각납니다.

유선이는 예쁜 엄마의 품에 안겨 돌이 지난 아이치고는 외소한 아기의 모습으로 우리 어린이집에 입소했습니다. 입소 이유는 아빠가 생활비를 주지 않아 아이 우윳값이 없어 어머니가 직장을 가야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유선이가 입소하고 두 달 즈음 지나 아이의 부모님은 이혼을 하게 됐습니다. 유선이는 한동네에 사시는 자궁암 투병중인 할머니와 당뇨 합병증으로 시력을 잃어 가시는 할아버지께 맡겨졌으며 아빠는 직장을 핑계로 유선이 양육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유선이는 엄마의 빈자리를 음식으로 채우는 듯 음식에 집착을 하였고 울 때는 엄마를 찾으며 슬프게 흐느껴 울어서 지켜보는 저희 선생님들의 가슴을 무척 아프게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가 서울로 치료를 받으러 가시고 할아버지께서 유선이 하원을 위해 오셨는데 시력을 잃어서 혼자 걷는 것도 힘들어 벽에 의존하시는 모습을 보고 유선이를 하원 시킬 수가 없었습니다. 퇴근하고 아이를 데리러 온다는 유선이 아빠를 어린이집에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나도 오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유선이를 저희 집으로 데려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유선이의 24시 보육이 시작됐습니다. 유선이는 한 달에 10일 정도 할머니께서 서울병원에 가시면 어린이집 일과 후 저희 집으로 저와 함께 하원을 했습니다. 매번 유선이 아빠는 퇴근하고 데리러 온다고 했지만 한 번도 오지 않았습니다. 그 때는 저의 아이들도 어려서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했고 퇴근 후 주부로 돌아가야 하는 저의 일상 있었지만 “엄마~” 하며 저에게 안기는 유선이를 외면할 수가 없었습니다.

퇴근 후 제 아이 둘에 유선이까지 아이 셋을 돌봐야 하기엔 남편의 이해와 도움이 필요했고, 제 아이들의 많은 양보와 배려도 필요했습니다. 이렇게 가족의 이해와 배려 속에 유선이는 2년 6개월간 매월 10일 정도 우리 가족이 됐습니다. 그 사이 유선이의 할아버지는 돌아가셨고, 할머니는 자궁암의 악화로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계셨습니다. 

유선이는 어느새 우리 남편을 아빠로 부르고, 저를 엄마라고 부르며 6살 된 아들을 뒤로하고 제 옆자리를 차지하는 모습으로 저희 집 막내아들이 돼 있었습니다. 유선이를 돌보면서 힘든 날도 있었지만 유선이는 저를 사명감을 가진 단단한 보육교사로 성장시켜 줬습니다.

투병 중이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유선이 아빠는 유선이를 돌볼 수 없어 24시 어린이집으로 보낸다고 퇴소를 요청했고, 이로써 2년 6개월간의 유선이와 동거는 끝이 났습니다. 아빠를 따라 가지 않겠다고 저의 앞치마를 붙잡고 우는 아이와 작별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유선이를 떠나보냈습니다.

저는 그때 처음으로 입양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해봤습니다. 여러 날 고민을 해봤지만 무엇보다 유선이 엄마로 나의 두 아이들과 차별 없이 동등하게 키울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하기 어려워 끝없는 고민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중에 유선이 아빠는 유선이를 보육원에 맡겼습니다.

유선이를 생각하면 여러 번의 이별과 상실감을 감당할 무게감에 가슴이 아팠지만 한편으로 제가 유선이의 첫 선생님이었으므로 짧은 시간이었지만 유선이를 웃을 수 있게 해줘서 감사했습니다.

어린이집을 운영하지 않았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유선이와의 만남을 통해, 저의 직업에 자긍심이 생겼고, 방치된 아이들의 아픔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어린이집에서나 가정에서 아이 중심의 보육과 양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확고한 사명감도 생겼습니다. 저는 주어진 환경에서 아이들을 사랑하고 행복하게 해주려는 확고한 사명을 가진 보육교사로 거듭나게 됐습니다.

지금도 저는 힘든 상황이 오면 유선이를 떠올려 봅니다. 

저에게 소명감이란 행복의 열매를 맺게 해준 유선이를 생각하며, 어떤 어려움이 와도 이 소명의 길을 걸어 갈 것입니다. 저의 인생에  많은 이름표 중 저는 어린이집 원장이라는 이 이름표가 참 좋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환경에 때로는 힘든 날도 있지만 제가 좋아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있기에 오늘도 저는 이 사명의 길을 걸어갑니다. 저는 꿈꾸는 아이들의 '원땅떤땡님'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환경에 때로는 힘든 날도 있지만 제가 좋아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있기에 오늘도 저는 이 사명의 길을 걸어갑니다. ⓒ구미혜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환경에 때로는 힘든 날도 있지만 제가 좋아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있기에 오늘도 저는 이 사명의 길을 걸어갑니다. ⓒ구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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