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분비물을 일컫는 ‘냉’은 생리 현상이지만 개개인의 차이가 있어서 양이 많은 사람도 있고 적은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일시적으로 냉의 양이 많아질 수는 있지만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 많아진다면 이를 ‘대하증’으로 볼 수 있습니다.
호르몬의 변화는 냉의 양을 변화시키기도 하는데 주로 배란이나 생리 전후, 임신 중일 때 냉의 양이 일시적으로 늘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여성 호르몬의 영향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것이며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여성의 경우 냉이나 생리의 변화는 건강 이상의 신호로 볼 수 있는데, 냉의 양이 많아지는 대하증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방에서는 신장에 습하고 뜨거운 기운이나 찬 기운이 많이 쌓였을 때 대하증이 발생한다고 봅니다.
특히 여름철에 냉방기기가 장시간 가동된 실내에서 머물 경우 자궁에 찬 기운이 많이 쌓이게 되면서 대하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여자는 찬 바닥에 앉지 말아야 한다는 옛말이 의미하는 것 역시 이런 이유입니다. 자궁에 찬 기운이 쌓이면 자궁 기능이 저하되고 혈액 순환이 나빠지면서 대하증을 비롯해 다양한 여성 질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여름철에는 아랫배가 찬 기운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옷을 껴입어서 아랫배를 따뜻하게 유지시키거나 핫팩 등을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지나치게 찬 음료를 많이 먹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속을 덥히는 것은 물론이고 여성의 자궁 건강에 이로운 쑥을 달여서 차로 1~2잔씩 마시는 것도 좋습니다. 쑥은 자궁의 기능을 강화하며 염증과 통증을 가라앉힙니다. 그래서 대하증이 아니더라도 평소 생리통이 심할 때나 생리불순이 있을 때 쑥차를 끓여서 마시면 도움이 됩니다.
피로와 스트레스도 대하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하고 피로가 누적이 됐을때는 자궁 기능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경우 면역력도 저하되면서 냉의 양이 많아지게 됩니다. 따라서 이를 자궁에서 보내는 휴식 신호라고 생각하고 충분히 쉬어서 컨디션을 회복시켜야 합니다.
여름철에는 너무 꽉 끼는 옷을 입어서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다거나 지나치게 더운 곳에서 땀을 많이 흘릴 경우에도 대하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질에 습한 기운이 많이 쌓이면 질염, 골반염 등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하복부를 너무 차게 하는 것도 좋지 않지만 생식기 부위를 너무 덥고 습하게 해서도 안 됩니다.
냉대하 증상이 있을 때는 익모초가 도움이 됩니다. 익모초는 한방에서 여성 질환에 다양하게 처방되었을 정도로 여성에게 좋은 본초입니다. 출산 후 호르몬 변화와 체력 저하로 약해진 산모의 산후 조리에 처방되기도 하는데, 원기 회복을 돕고 자궁 내 불필요한 노폐물을 배출시키고 자궁 기능을 빠르게 정상화시켜줍니다.
익모초를 면 주머니에 넣어서 뜨거운 물에 충분히 우려낸 다음 좌욕이나 좌훈을 하면 됩니다. 익모초 성분들이 자궁을 따뜻하게 만들어서 냉기를 몰아내고 혈액 순환을 개선하며 생리통, 생리불순, 대하증 등의 증상을 다스려줍니다.
*칼럼니스트 김소형은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원 한의학 박사로 서울 강남 가로수길의 김소형한의원에서 환자를 만나고 있다. 치료뿐만 아니라 전공인 본초학, 약재 연구를 바탕으로 한방을 보다 넓고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컨텐츠를 만들고 있다. 저서로는 「꿀피부 시크릿」 「데톡스 다이어트」 「CEO 건강보감」 「김소형의 경락 마사지 30분」 「김소형의 귀족피부 만들기」 「자연주의 한의학」 「아토피 아가 애기똥풀 엄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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