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영유아 사교육… 아동 건강과 발달 치명적 부작용 ‘법 개정 제안’ 
과도한 영유아 사교육… 아동 건강과 발달 치명적 부작용 ‘법 개정 제안’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1.04.22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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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영유아 인권 보장 4법 개정’ 온라인 토론회 개최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강득구·이원욱·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과 함께 21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3층에서 ‘영유아 인권보장과 과잉학습 방지를 위한 4법 개정’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강득구·이원욱·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과 함께 21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3층에서 ‘영유아 인권보장과 과잉학습 방지를 위한 4법 개정’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36개월 미만 영유아에게 인지 중심 과목 교습 일절 금지한다.”

“36개월 이상 유아에게는 하루 40분 이상 인지 중심 과목을 교육해서는 안 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은 영유아의 인권보장을 위해 교습시간을 제한하는 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21일 내놨다. 여기서 인지 중심 과목은 학교 교과 중 국어(한글), 외국어(한자), 수학(숫자), 과학, 사회로 설정했다.  

사교육걱정은 강득구·이원욱·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과 함께 이날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3층에서 ‘영유아 인권보장과 과잉학습 방지를 위한 4법(유아교육법·영유아보육법·아동복지법·학원법) 개정’ 온라인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토론회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강득구TV에서 유튜브 라이브로 진행했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홍민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겸 상임변호사는 영유아 사교육의 실태를 밝히고 이에 따른 영유아의 발달과 놀 권리의 침해 문제를 지적했다. 또 현재 법령과 제도가 이 문제를 충분히 예방하고 있는지 살피고, 영유아의 과도한 교육을 예방하고 놀 권리와 발달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률 개정안을 제안했다. 

◇ "조기교육… 아동 중심이 아닌 교육자 중심, 혹은 부모 중심이 가장 문제"

상대적으로 현행 법령상 소홀히 다뤄지고 있는 영유아 인권, 그 시기의 특수성을 고려해 영유아 시기만이라도 지나친 사교육을 제한하고 아동의 놀 권리를 보장할 수 있을까. 

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 교육공약에 대한 찬성 및 시급성 여부’를 묻는 여론조사 결과, 영유아 조기 사교육을 제한하는 ‘아동인권법 제정’은 총 3551명 전체 응답자의 90.4%가 찬성(적극 찬성 68.8%, 찬성 21.6%)해 문재인 정부 교육공약 중 시민선호도 1위로 선정됐다. 그러나 아동인권법은 20대 국회에서 논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아동인권법 추진에 한 발짝도 진전이 없는 동안 우리나라 아동의 실태는 더욱 심각한 상황. 2018년 아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의 삶의 만족도는 OECD 27개국 중 꼴찌로 나타났다. 아동 70% 이상은 ‘평소에 시간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학원 또는 과외 등 학습 관련 이유’가 75%를 차지했다. 놀이가 부족한 이유에 대해서도 ‘과도한 학구열(50.8%)’, ‘학생이 놀면 안 된다는 사회적 분위기(34.6%)’를 꼽았다. 

2020년 사교육걱정이 발표한 소아청소년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대상 관련 설문조사 결과, 전문의 10명 중 8명 이상(85.2%)이 조기 인지 교육이 영유아의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진단했다. 

설문에 참여한 전문의는 “영유아기에는 인지 교육이 아닌 자발적 놀이와 자연이나 예술적·감성적 환경에 노출시간을 늘여야 한다. 인지 위주의 교육이 영유아기에 발달해야 할 근본 감성과 사회성 성장에 심한 방해가 되고 뇌의 자연적 발달을 왜곡시키며 임상적으로는 자기중심적·자폐적 성향을 강화시킨다”고 말했다. 

또 “조기교육이 기본적으로 아동 중심이 아닌 교육자 중심, 혹은 부모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 가장 문제다. 영유아 시기의 욕구와 필요에 맞는 아동 중심의 교육과정이 필요하며 실제 사교육 시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아동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과도한 교육과정에 대한 제한과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제안한 바 있다. 

◇ “사회가 영유아의 삶 변화 위해 실제적인 방안 마련해야 할 때”

홍민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겸 상임변호사는영유아 사교육의 실태를 밝히고 이에 따른 영유아의 발달과 놀 권리의 침해 문제를 지적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홍민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겸 상임변호사는영유아 사교육의 실태를 밝히고 이에 따른 영유아의 발달과 놀 권리의 침해 문제를 지적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2019년 대한민국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 제5·6차 국가보고서 심의에서 아말 아도세리, 한국 담당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 심의위원은 “한국의 공교육 제도의 최종 목표는 오직 명문대 입학인 것으로 보인다. 아동의 잠재력을 십분 실현할 수 있도록 하고 발달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 경쟁만이 목표인 것 같다. 이는 아동권리협약의 내용과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실제 사교육걱정에서 서울시 학원 및 교습소 등록 현황(2016~2019년)을 분석한 결과, 반일제 이상 유아대상 영어학원 월평균 교습시간은 5882분, 월 20일 수업 기준 일평균 4시간 54분 영어교습이 이루어졌다. 월평균 학원비를 1년 단위로 환산하면 약 1278만 원으로 4년제 대학 연간 등록금 674만 원의 1.9배에 해당했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비용을 책정하고 있는 유아대상 영어학원은 월 224만 원에 달했으며, 영어학원 수도 2009년 66개에서 10년 동안 약 4.4배 증가했다.  

2019년 발표된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최종견해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유치원부터 시작되는 사교육 의존의 지속적인 증가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음을 밝혔고, 아동발달을 위한 핵심 요소로서 휴식, 여가 및 놀이에 대한 관점과 태도를 전환하기 위한 인식제고 프로그램과 캠페인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홍민정 공동대표는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비판과 권고에도 한국 아동의 현실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경쟁의 가속화로 사교육과 선행이 초저연령화되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시민사회, 정부, 국회, 사회가 나서 경쟁에서 아이들을 지키고 영유아 삶의 변화를 위해 필요한 실제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피력했다. 

◇ 대만·중국 강소성…영유아 대상 과도한 교육 법령으로 금지

국내 아동, 학습자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령이 있을까. 홍민정 공동대표는 “교육기본법, 아동복지법, 서울특별시 어린이·청소년 인권조례 서울특별시학생인권조례 등이 있다”면서 “그러나 이 법은 선언적이고 추상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어 실제 과잉교육에 대한 제재나 예방에 실표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영유아 아동의 과잉학습이 아동의 인권침해라는 관점이나 문제의식이 전혀 나타나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홍 공동대표는 “유엔아동권리협약 및 사회권 규약 등의 국제조약은 과잉학습이 아동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일 수 있다는 근거를 밝히고 있다. 각 위원회는 아동의 인권보장을 위해서라도 과잉학습문제를 해결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는 어떨까. 홍 공동대표는 대만과 중국 강소성의 사례를 소개했다. 대만 정부는 2013년 만 6세 미만 유아의 조기영어 과외를 금지하는 ‘학원 및 연수 교육법 수정 초안’을 통과시켰다. 학원에서 영어반의 만 6세 미만 유아를 모집할 수 없고 이들의 교육과정은 신체율동과 예술, 특기의 범위에 국한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규정을 넣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유아에게 단어를 쓰거나 문장을 외우도록 하는 등 전통방식의 학원 영어 과외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2012년 제정된 중국 강소성 미취학교육조례 제12조에 따르면, 유치원 조직활동은 생동감 있고 흥미로우며 다양성에 중점을 둔 놀이가 기본이 돼야 하며 미취학 아동의 심신건강에 손상을 입히는 활동은 금하고 있다. 

홍 공동대표는 “대만과 중국 강소성에서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과도한 교육에 대한 사회적 문제제기가 있었고 법령으로 금지했다. 과도한 교육이 영유아의 건강과 발달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부작용에 대해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이는 영유아의 인권보장이라는 공익이 사인의 자유를 제약하면서 생기는 불이익보다 더 크고 보호의 필요가 더 큰 가치로 인정한 것”이라면서 “영유아 과잉교육규제입법을 고민하는 우리 사회에 던져주는 의미가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 “법안의 강제적 조치…위반할 경우 적합한 제재 조치”

홍민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36개월 미만의 영아를 대상으로 국어(한글), 외국어(한자), 수학(숫자), 과학, 사회 과목을 교습해선 안 되고, 영유아 1인당 하루 최대 40분 이상 인지 중심 과목을 교육해서는 안 된다”는 개정안을 내놨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홍민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36개월 미만의 영아를 대상으로 국어(한글), 외국어(한자), 수학(숫자), 과학, 사회 과목을 교습해선 안 되고, 영유아 1인당 하루 최대 40분 이상 인지 중심 과목을 교육해서는 안 된다”는 개정안을 내놨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우리 사회는 과연 과잉된 영유아 사교육을 제한하고 아이들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을까. 홍 공동대표는 “법안의 강제적 조치로 인한 본질적인 효과는 바로 영유아의 인권 보장에 있다”면서 “사교육기관이 36개월 미만의 영아를 대상으로 국어(한글), 외국어(한자), 수학(숫자), 과학, 사회 과목을 교습해선 안 되고, 영유아 1인당 하루 최대 40분 이상 인지 중심 과목을 교육해서는 안 된다는 명확한 규정을 통해 과도 인지 교육을 금지했다. 이 규정을 무시할 수 없도록 위반할 경우 적합한 제재 조치(운영 정지, 폐쇄 등)를 명시했다”고 개정안에 대해 설명했다.

홍 공동대표는 이같은 강력한 조치로 영유아들은 위협받았던 발달권과 건강권, 놀 권리 등을 어느 정도 보장할 수 있다고 봤다. 이어진 토론에서 좌장을 맡은 임미령 수도권생태유아공동체 이사장은 홍 공동대표의 발제에 힘을 보탰다. 임 이사장은 “아이들의 시간이 침탈당하고 있다. 이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는 학교폭력, 부모와의 관계 단절, 정신적 문제 등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제는 아이들의 시간을 돌려줘야 할 때”라면서 “경쟁 교육을 넘어 행복한 시민으로 살아가려면 사회현상을 법령을 제정해 보다 적극적으로 영유아를 위한 구체적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는 ▲김희연 세종대 유아교육과 교수 ▲서유헌 한국뇌교육학회 회장(서울대 명예교수)▲이선영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옹호사업팀 팀장 ▲박다혜 법무법인 태율 변호사 ▲유희승 교육부 유아교육과 과장이 참석했다. 

특히 서유헌 한국뇌교육학회 회장은 뇌 발달과 관련해, "성장하는 아이의 뇌는 연령에 따라 뇌 발달 부위가 다르다"면서 "뇌 발달 시기에 맞게 '적기 교육'을 해야지 성급하게 선행 교육을 시키면 뇌가 손상돼 효과가 없고 오히려 해를 입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 회장은 "3~6세 때는 전두엽이 발달하는 시기로 인성, 도덕성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 부분을 (법안에) 첨가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베이비뉴스와 영유아 사교육 특별기획,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13명의 전문가 인터뷰로 사교육에 대한 팩트체크한 「0~7세 공부 고민 해결해드립니다」(김영사, 2020년)를 출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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