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엄마의 코비드 백신 2차 접종기
미국 엄마의 코비드 백신 2차 접종기
  • 칼럼니스트 이은
  • 승인 2021.05.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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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 인류학] 마음대로 아플 수도 없는 세상 모든 엄마들의 흔한 이야기

“그거 사랑 아니야. 진정한 사랑은 그런 게 아니야.”

내가 가끔씩 우리 작은 아이에게 농담조로 하는 말이다. 팬데믹 상황 때문에 남편이 재택근무를 시작 하게 되면서 상황이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작은 아이는 여전히 엄마에게 넘치는 사랑을 준다. 유난히 엄마에 대한 사랑이 폭발하는 날에는 물도 엄마가 따라 주는 것만 먹고 책도 엄마가 읽어주는 것만 듣고 심지어 응가 후 뒷처리도 엄마의 도움만 받으려 한다. 너무 바쁘거나 유난히 피곤한 날이면 아빠가 좀 해주면 좋으련만 “아빠 말고 엄마가 해줘” 하고 끝까지 내가 해주길 고집한다.

그러면 진지하게 “딸, 그거 사랑 아니야. 진정한 사랑은 그런 게 아니야” 하고 말하는 것이다. 그럼 또 큰 아이가 옆에 있다가 “엄마가 힘들잖아. 아빠한테 해달라고 하는 게 엄마를 위하는 거야. 엄마 사랑하면 아빠한테 해달라고 그래” 하면서 훈수를 둔다. 그러거나 말거나 작은 아이는 “아니야, 그래도 엄마가 좋아” 하면서 내 손을 잡아 끈다. 그럴 때 남편의 표정은 좀 서운 한 것 같으면서 묘한 안도감이 섞인 모습이다. 뭐랄까, 패자이지만 승자같은 애매한 표정이랄까.

지금은 남편의 재택근무가 1년도 넘었기 때문에 딸아이의 끝없는 사랑이 조금은 아빠에게로 옮겨갔지만 그래도 여전히 엄마는 딸의 1순위이다. 그러다 보니 내가 아프기라도 한 날은 더 힘들어 진다. 최근에는 집에만 있다보니 아플 일이 없었어서 문제가 없었는데 최근에 좀 고생할 일이 생겼다. 3주전쯤 코로나 백신 1차를 맞고 나서는 2차 백신을 맞게 됐기 때문이다. 백신을 맞고 온 날은 조금이라도 쉬려고 노력했다.

내가 맞은 백신은 화이자(Pfizer) 백신인데 상대적으로 2차 부작용이 심한 케이스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1차와 비슷하게 백신을 맞고 몇시간이 지나자 백신을 맞은 부위가 욱신거리며 아프게 시작했다. 맞은 부위와 그 주변이 근육통처럼 아프고 부어 올랐는데 1차 때보다도 아픈 정도가 더 심했다. 그래도 당일 저녁까지는 다른 문제는 없어서 이대로 잘 지나가나 싶었다.

미국 보건당국 홈페이지에 게시된 코로나 백신의 부작용: 이에 따르면 백신을 맞은 부위가 붓고 빨개지며 아플 수 있다. 피로와 두통, 근육통, 오한, 발열, 그리고 메스꺼움을 동반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도 있다. ⓒ이은
미국 보건당국 홈페이지에 게시된 코로나 백신의 부작용: 이에 따르면 백신을 맞은 부위가 붓고 빨개지며 아플 수 있다. 피로와 두통, 근육통, 오한, 발열, 그리고 메스꺼움을 동반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도 있다. ⓒ이은

지인들에게 2차 접종 당일 저녁과 밤에 열과 근육통으로 고통이 심했다는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에 혹시나해서 조언 받은 대로 타이레놀을 준비해두고 잠들었다. 하지만 당일 밤도 살짝 미열이 있었을 뿐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푹 잤다.

하지만 문제는 다음 날이었다. 아이들 점심을 챙겨주고 나서부터 머리가 몽롱하고 몸이 노곤해졌다. 침대에 가서 누워 있으려니까 작은 아이가 아니나 다를까 달려와서 “엄마 왜? 지금 낮이잖아. 밤이 아니잖아. 왜 자?” 한다. 엄마가 좀 아픈 거 같다고 말했더니 걱정스러운 얼굴로 이불을 꼭 덮어준다. 여기까지는 감동이었는데 침대 위에 올라와 엄마 등을 뛰어 넘으며 점프를 시작한다. 엄마가 심심할까봐 그렇다는데 엄마는 심심할 새가 없었다. 남편이 딸아이를 달래서 아빠랑 놀자고 데리고 나갔지만 십분도 되지 않아서 딸 아이는 엄마를 찾는다. 엄마랑 놀고 싶고 엄마랑 간식을 먹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점점 열이 나기 시작했고 몸살이 난 것처럼 몸을 꼼짝할 수가 없었다. 아파서 힘없이 비몽사몽하는 내 침대 위에서 딸아이는 이런저런 말도 시키고 점핑도 하고 책을 갖다 내 옆에 쌓아놓기도 했다. 남편이 이런 저런 방법으로 작은 아이를 꾀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열이 더 올라서 잠에 빠져드려는데 남편이 나를 일으켜 세운다. 아이들이 들어 갈 일 없는 작은 서재방에 급한대로 매트와 이불을 깔아뒀다며 얼른 들어가서 문을 잠그고 자라고 했다. 결국 나는 끙끙 거리며 서재방으로 들어가 바로 잠에 빠져들었고, 어렴풋이 남편이 딸에게 엄마가 어제 맞은 주사때문에 아프다는 걸 설명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찌나 깊이 잤는지 거의  4시간을 잤는데도 좁은 집 안에서도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며 노는 소리를 하나도 듣지 못했다.

여전히 미열은 있었지만 낮처럼 상태가 심각하지는 않았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더 쉬고 싶었지만 당장 엄마가 궁금해서 문밖에서 기웃거리며 노크를 하는 아이들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데 안 나갈 수가 없었다. 소파에 담요를 두르고 앉아 아이들이랑 식구들이랑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래도 아이들이 이제 말이 통하는지 아님 엄마의 컨디션이 안 좋은게 느껴져서 그러는지 엄마랑 몸으로 놀자는 얘기는 안하는 게 다행이었다. 그 다음날까지도 미열과 피로감은 계속 되었다. 접종 당일을 제외하고 나흘이 지나고 나서야 모든 증상이 사라졌다.

미국에서 코비드 백신을 맞으면 발급되는 카드: 아래쪽에는 2차례 백신을 맞은 장소의 코드와 백신 종류, 날짜와 시간, 접종 받은 사람의 이름과 생년월일이 적혀있다. 개인 정보 문제로 아래부분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은
미국에서 코비드 백신을 맞으면 발급되는 카드: 아래쪽에는 2차례 백신을 맞은 장소의 코드와 백신 종류, 날짜와 시간, 접종 받은 사람의 이름과 생년월일이 적혀있다. 개인 정보 문제로 아래부분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은

몸이 아픈 동안은 아이들에게 자꾸 동영상을 보여주게 됐고 끼니도 대충대충 챙기게 됐다. 강의가 끝나면 남편이 나와서 아이들을 전담했고 나는 다시 서재방 문을 잠그고 들어갔다. 그나마 남편이 재택 근무 중이기에 가능했던 상황이지 혼자만 오롯이 아이들을 봐야했다면 정말 더 힘들었으리라. 백신을 맞는 일정도 아플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하면서 나름 잘 조정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제일 좋은 엄마는 무언가를 잘해주는 엄마보다는 역시 건강한 엄마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 경험이었다. 

*칼럼니스트 이은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현재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작업을 하고 있다. 스스로가 좋은 엄마인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순간순간마다 성장하는 중이라고 믿는 낙천적인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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