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앞에 왜 건강을? 시대착오적 건강가족기본법 개정해야”
“가족 앞에 왜 건강을? 시대착오적 건강가족기본법 개정해야”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1.05.10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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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한국한부모연합 등 ‘건강가정기본법 하루 빨리 개정하라’ 기자회견

【베이비뉴스 김민주 기자】

한국한부모연합 등은 10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건강가정기본법 하루 빨리 개정하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한국한부모연합 등은 10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건강가정기본법 하루 빨리 개정하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낙인과 편견을 조장하는 건강가정기본법 개정하라!”

“비정상가족은 없다, 가족정책기본법 하로 속히 만들라!”

“양육비는 아동의 권리, 양육비 대지급제 실시하라!”

한국한부모연합,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서울한부모회는 제3의 한부모의 날인 10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건강가정기본법 하루 빨리 개정하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건강가정기본법은 2004년 2월 9일에 제정됐으며, 건강한 가정생활과 가족의 유지와 발전 그리고 가정문제의 해결방안과 지원정책을 강화해서 정상가정 구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한국한부모연합은 “이 법에서 ‘건강’을 삭제해야 한다”며 “가족의 ‘건강성’을 가족 형태로 규정지으면 미혼모·부 가족, 이혼 혹은 사별로 홀로 양육을 담당하고 있는 한부모가족은 ‘건강하지 않은 가정’이 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반면, 일부 기독교 단체는 “모든 가정을 건강하다고 보면 되는데, 굳이 건강을 삭제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한국한부모연합은 “우리는 ‘엄마(모)’, ‘아빠(부)’가 아니라 ‘한부모’, ‘미혼모’, ‘미혼부’, ‘싱글맘’ 등의 칭호로 불리며 살아가고 있다”며 “가족 앞에 왜 ‘건강’을 붙여서 한부모가족을 괴롭게 하느냐”고 대립되는 의견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편견없는 가족정책을 촉구하며, 속히 국회가 건강가정기본법과 양육비대지급제를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건강가족기본법, 세상모든 가족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유미숙 대표는 "'건강가정'과 '건강하지 않은 가정'을 법으로 나누고 있다. 용어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유미숙 대표는 "'건강가정'과 '건강하지 않은 가정'을 법으로 나누고 있다. 용어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한국 전통적 가족형태는 4인가족이지만, 현재에는 가족의 형태가 다양화됐다. 이런 시점에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서울한부모회·한국미혼모네트워크·한국한부모연합은 모두 건강가정기본법이 속히 개정돼야 한다고 공통된 주장을 했다. 이들은 모두 15년 이상 아이를 키운 엄마이다.

최형숙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대표는 건강한 가정이 무엇인지 반문하며 발언을 시작했다. 최형숙 대표는 “건강가정기본법 8조에 혼인하지 않고 아이를 낳은 미혼모는 아직도 비정상가족”이라고 말하며 “이런 이유로 미혼여성이 아이를 낳으면 입양을 보낼 수밖에 없게된다”고 했다. 

국내에 해외입양 아동이 20만 명으로 집계되고 있고, 이들은 대부분 미혼모 가족이다. 이는 결국 미혼모를 ‘비정상가정’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문제라는 것. 

최형숙 인트리 대표는 “2019년 입양간 317명의 아이들은 모두 미혼모의 자녀”라며 “가정이 혼인으로 만들어진 가정이든 미혼모의 가정이든 한부모의 가정이든 이제는 국가가 그 가족과 아이를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유미숙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외협력국장은 “최근에 와서야 청소년복지지원법에 청소년부모를 포함한 것은 환영한다”며 “하지만 여전히 미혼모, 조손가족, 청소년부모가족, 다문화한부모가족과 그 자녀를 복지수혜대상으로 바라보는 편견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아직도 ‘건강가정’과 ‘건강하지 않은 가정’을 법으로 나누고 있다. 건강은 질병을 나누는 용어다. 용어부터 바꿔야 가족에 차별이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 양육비 미지급의 결과…“아이들과 대화할 시간 없어”

이현영 대표는 "20년 동안 혼자서 아이를 키우며 나에게 남은건 류마티즘. 양육비는 한번도 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이현영 대표는 "20년 동안 혼자서 아이를 키우며 나에게 남은건 류마티즘. 양육비는 한번도 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통계청에 의하면 2016년 기준 한국의 한부모 가족은 154만 가구, 미혼모·미혼부는 3만 3000명이다. 이들이 살아가는데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이현영 서울한부모회 대표는 한부모로 아이를 키우는데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영 대표는 “미혼모로 아이들과 잘 살기위해 20년간 노력했지만 양육비를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 153만 한부모가족 중 양육비를 받는 가정은 15%다. 만약에 양육비를 받아 경제적 도움이 됐다면 아이들과 대화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미양육자의 능력과 상관없이 국가가 양육비 대지급제를 실행해서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자녀와 부모의 갈등을 덜어달라”고 전했다.

한부모 가족의 문제는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다. 혼자서 아이를 키우면, 한부모는 직장을 다니게 될 수밖에 없고 결국 아이는 혼자 남게 된다.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법)에는 ‘미성년 자녀를 직접 양육하는 부 또는 모가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지 아니하는 부 또는 모로부터 양육비를 원활히 받을 수 있도록 양육비 이행확보 등을 지원하여 미성년 자녀의 안전한 양육환경을 조성함’이라고 명시돼 있지만 앞서 말했듯, 양육비를 받는 가정은 15%다.

결론적으로 양육비 이행이 원활하다면 미성년 자녀를 혼자 양육하는 엄마나 아빠는 아이와의 정서적 교감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양육비법은 올해 6월부터 양육비를 주지 않는 엄마나 아빠에게 운전면허 정지·출국금지·명단공개·형사처벌을 가능하게 했지만 여전히 실효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양육비대지급제도는 박주민·서영교·박홍근·양정숙·이규민 의원이 각각 ‘양육비법’을 대표발의 했다. 현재 해당 법안은 계류상태이며, 여성가족부의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에는 여전히 양육비대지급제도가 언급되고 있지 않다.

끝으로 오진방 한국한부모연합 사무국장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오 국장은 성명서를 통해 “2020년 12월 인천형제 화재사건, 2021년 한파 속 ‘내복 차림’ 사건에는 한부모와 미혼모가 있다. 그리고 2021년 5월 4일 방영 된 ‘모텔살이 영아 아동학대’ 사건에는 청소년부모가 있다”며 “정부는 가족에 대한 정책을 시설과 기관을 늘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 가족 간 가난의 대물림을 막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서, 오 사무국장은 “그들에게 맞는 지원정책, 맞춤형 일자리 정책, 개개인의 행복을 전제로 하는 아동 중심적 정책을 만들어 달라”고 말하며 “하루 빨리 건강가정기본법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한국한부모연합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서울한부모회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가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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