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양천아동학대사망사건 등 진상조사 및 아동학대 근절대책 마련 등을 위한 특별법안(이하 아동학대특별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아동인권 관련 시민단체로부터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발의된 지 105일이 지나서야 국회에서 처음으로 논의됐다. 속기록을 중심으로 어떤 내용이 논의됐는지 자세히 살펴봤다.
아동학대특별법은 지난 1월 2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양천입양아동 학대 사망사건 보도 후, 2월 5일 김상희 국회부의장 등 여·야 국회의원 139명이 공동발의 한 법안이다. 4월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됐지만 논의조차 되지 않다가 지난 21일 처음으로 논의됐다.
특별법 법안의 주요 내용은 우선 대통령 직속 한시조직으로 ‘아동학대 사망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설치된다. 위원회는 아동학대 사망사건의 진상조사, 기관 및 관계자 대응의 적정성 점검, 아동보호 및 아동학대 근절과 관련한 개선사항 대책 마련 등을 수행하기 위해 조사개시를 결정한 날로부터 2년 동안 활동한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아동학대 사망사건 중 조사대상 사건을 선정해 사건 발생원인, 사건의 실체 정부 대응 시스템의 작동 실태 등 관련 진상을 심도 깊게 조사하게 된다. 이를 위해 자료와 물건의 제출, 출석요구, 진술 청취, 사실 조회, 현장조사, 동행명령, 압수수색 영장 청구, 청문회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아동학대 사망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조사 종료 후 6개월 이내에 아동이 사망에 이르게 된 직·간접적인 원인 및 그 원인을 제공한 법령, 제도, 정책, 조직, 관행 등에 대한 개선과제, 책임있는 국가기관 등에 대한 시정, 아동학대 대응시스템 및 아동보호체계의 개선방안 등을 담은 조사결과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위원회의 권고를 받은 국가기관 등은 권고내용을 이행하고 그 이행내역을 국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하며, 국회는 조사결과 보고서의 내용과 취지를 입법에 반영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 아동학대특별법과 아동복지법 두 개정안 비교
이날 제1법안소위에서 신항진 국회사무처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은 아동복지법 두 건 개정안(신현영 의원·강선우 의원)과 아동학대특별법 대해 병합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검토 의견을 전했다.
신 전문위원은 “신현영 의원 안과 강선우 의원 안은 조사위원회 구성과 운영을 보건복지부 소속으로 하자는 내용으로 비슷하지만 아동학대특별법은 대통령 소속 진상조사위원회를 두고 있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신 전문위원은 세 법안에 대해, “진상조사, 점검, 개선방안, 재방방지 대책 마련 등은 비슷하지만 특별법안은 조사결과 보고서 작성 등에 관한 내용까지 별도로 규정 돼 있다”면서 “기타 구성과 관련해, 신현영 의원 안은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고, 강선우 의원 안은 전문가 등 1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하고 자료요구 권한, 제출의무, 출석요구 근거 규정까지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별법안은 이외에도 동행명령, 압수·수색영장 청구의뢰, 청문회 등 기타 등등 다양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측 입장을 대변한 양성일 보건복지부제1차관은 “발의된 세 건의 법률안이 아동학대 사망사건 발생 원인을 규명하고 또 그러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대책 마련 필요성에 적극적으로 공감한다”면서 “김상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특별법안 중심으로 수용 의견이고, 다만 공포를 즉시하고 나서 좀 더 법률 시행을 위한 준비행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남인순 의원 “진상조사위원회 복지부 이상 위상 필요”·김미애 의원 “한시적 아닌 상설기구 필요”
이어진 토론에서 서정숙 국민의힘(비례대표) 국회의원은 양천아동학대사망사건 법안에 대해 법명에 ‘양천’을 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어떤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지명을 넣음으로써 그 지역민들의 정서를 건드리는 게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 의원은 진상조사 사건과 관련해, “최근 3년의 아동학대 사례를 분석하는 게 상황적으로 합리적이기는 하지만 그 밖의 사례 중에서도 분석이 필요한 사례가 있다면 꼭 3년 이내 아동학대 사례가 아니라도 포함시킬 수 있는 방안을 삽입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동학대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시, 제대로 된 조사를 위해 복지부 이상 위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서울 송파병) 국회의원은 조사기구와 관련해 “현재 복지부 경우, 아동권리보장원 내 아동학대 사망 조사팀이 있다. 보건복지부 내 위원회를 두게 되면 그런 정도 수준에서 진행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특별법 형태로 나온 것으로 보이는데, 특별법의 취지는 그동안 복지부가 해 왔던 정도의 조사로는 제대로 조사가 안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 의원은 아동 사망사건 관련해, “조사위원회를 두고자 하는 부분은 사망에까지 이르지 않았을 수 있는 여러 가지 행정절차들에 대해 조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복지부가 다른 부서를 조사하기 굉장히 힘든 부분이 있다”면서 “관련된 경찰을 조사해야 한다든지, 관련 기관을 조사할 때 같은 부서 위상에서 조사할 수 없기 때문에 최소한 총리실 정도의 위상으로 해놔야 조사도 하고 권위도 가지면서 사망사건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피력했다.
남 의원은 “이 같은 점 때문에 복지부가 주관한다 하더라도 기구의 위상은 그것보다 더 높아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미애 국민의힘(부산 해운대을) 국회의원은 다른 입장을 내놨다. 김 의원은 “기본적으로 취지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특별법은 3년인데 양천사건 외에도 아동학대뿐만 아니라 영아 유기, 영아 살해 등 끔찍한 사건이 많기 때문에 이 모두를 포괄하는 조사기구를 한시적인 법이 아닌 상설 기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보건복지부 산하에서 입법 취지를 살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 동의하면서도 기구를 격상시키는 것보다 인력과 예산을 제대로 지원해서 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옳다는 생각”이라면서 “특별법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특별법에 있어서는 반대하고, 아동학대뿐 아니라 나머지 것들도 다 포함시켜야 한다고 생각해 포괄해 논의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법안소위 위원장을 맡은 강기윤 국민의힘(경남 창원성산) 국회의원은 “이날 이 내용을 우선해서 다룬 이유는 시급해서”라면서 “여러 가지 의견 주신 것에 대해 총체적으로 대안을 만드는 부분이 좀 필요하다. 수사권과 관련해, 수사 기록을 조회할 권한을 과연 부여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도 있고, 동행명령을 발부가 과도한 게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다. 여러 가지 검토해야 할 내용이 참 많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서 어떤 방법으로든 이 법을 제정해야 된다는 부분에는 여·야 할 것 없이 다 동의를 하는 것 같다.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부나 여·야가 머리를 맞대서 좋은 법안을 만들어 내는 데 심혈을 기울여 계속 논의를 해가는 쪽으로 정리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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