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시작되는 순간, 아이의 인권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입양 시작되는 순간, 아이의 인권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1.05.2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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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6월 3일 개봉하는 ‘포겟 미 낫’ 만든 선희 엥겔스토프 감독

【베이비뉴스 김민주 기자】

선희 감독은 "한국도 입양을 감시하는 독립된 국가기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선희 감독은 "한국도 입양을 감시하는 독립된 국가기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80년대 한국 사회에서 미혼모였던 어머니는 나를 키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국외 입양 당사자로서 미혼모와 입양인의 삶에 대해 말할 의무가 있다.” (선희 엥겔스토프 감독)
 
선희 엥겔스토프 감독, 그녀는 한국계 덴마크인으로 1982년 부산에서 태어나 생후 4개월 만에 덴마크로 입양됐다. 그리고 지금 다큐멘터리 영화 ‘포겟 미 낫(Forget Me Not) : 엄마에게 쓰는 편지’의 감독으로 한국에 왔다. 영화는 다음달 3일 개봉한다.

포겟 미 낫은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로, 선희 감독이 친생모를 찾는 과정 중 미혼모 시설에 머물며 미혼모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선희 감독은 기자와의 대화에서 “서구에서는 한국 엄마들이 쉽게 입양보낸다고 생각한다. 나도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영화를 찍기로 결심했다. 영화를 기획할 때는 엄마와 자식에 관한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거란 기대도 했지만, 내가 만난 엄마들은 아기를 키우고 싶어도 키울 수 없었다”고 한국사회의 현실에 대해 전했다.

선희 감독은 “(제주시 한경면의 애서원에서 미혼모들과 함께 생활한 경험을 통해서) 엄마가 아기를 키울 수 없는 사회적 환경을 봤다. 엄마의 결정이 아니었다. 영화를 찍으면서 엄마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많은 국외 입양인들은 ‘본인이 왜 입양되었는지’, ‘나의 친생모는 누구인지’를 평생의 숙제로 살아간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950년 한국전쟁 이후부터 2019년까지 국외입양인 수는 16만 7864명이며, 국외입양을 보내는 아동 중 미혼모 아동이 99.7%이다.

선희 감독은 “수많은 입양인이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한국으로 온다. 하지만 대부분 한국에선 어떤 답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외 입양은 아동을 위한 답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어쩔 수 없이 국외 입양을 보내야 한다면 아동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일까? 선희 감독과의 인터뷰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 국외 입양은 트라우마의 연속…“충격의 시작은 첫 입양갔을 때부터”

선희 감독이 보육원에 찾아서 입양 당시의 기록을 확인하는 영화 장면 중 한 부분. ⓒ커넥트픽쳐스
선희 감독이 보육원에 찾아서 입양 당시의 기록을 확인하는 영화 장면 중 한 부분. ⓒ커넥트픽쳐스

“공항에서 처음 양부모가 나를 안았을 때 나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양부모는 나를 불렀지만 반응이 없어서 청각장애가 있는 줄 알았다. 국외 입양을 갈 때는 아이들과 함께 한국 간호사와 의사도 함께 가는데, 양부모가 간호사에게 나를 맡겼고, 그때야 내가 반응을 했다. 나는 당시 4개월이었지만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다른 것은 충격이었을 것이다.”

선희 감독의 경험은 아무리 어려도 국외 입양 자체가 아동에게 큰 충격이라는 것을 말한다. 선희 감독은 “아기는 엄마의 배 속에서 9개월 동안 성장한다. 엄마의 느낌, 촉감, 목소리, 톤을 다 인지하기 때문에 아기는 엄마와 분리시키는 순간 트라우마가 시작된다”며 “완벽하게 물리적, 정신적 타인에게 아기를 보내면서 좋은 미래를 생각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전했다.

트라우마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서구로 간 입양인들은 성장하는 과정 중 정체성 혼란을 겪는다. 행복한 가정, 양부모의 좋은 역할로 행복한 삶을 살더라도 사회에서 외모는 튀기 마련이다. 입양인들은 대부분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너는 왜 여기 있어?’라는 질문을 듣게 된다는 것이 선희 감독의 설명이다. 

양부모와 함께 방문한 한국의 기억에 대해서 선희 감독은 “인생에서 처음으로 긴장을 놓을수 있는 순간이었다. 달에 착륙한것 같기도 했다. 살면서 평생 한국인이 이렇게 많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적도 없다.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튀지 않았다. 반면 한국어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문화적으로 가까워질 수 없는 슬픔을 느꼈다”고 말했다.

문화적 거리감 외의 큰 충격은 ‘생모’에 관한 것. 선희 감독은 생모를 찾기 위해 입양기관과 부산의 보육원에 찾아갔지만 아무런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수소문 중 부산 보육원 원장은 생모를 찾기 위해 경찰에 연락을 했다. 선희 감독은 “경찰이 국외 입양을 보냈다는 사람을 찾았지만 만나고 싶지 않다는 전했다. 이 경험도 나에게 트라우마가 됐다”며 이 경험을 토대로 국외 입양인들을 만나기 시작했고 한국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이 경험이 선희 엥겔스토프를 ‘감독’으로 이끈 것은 아니다. 선희 감독은 “2007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생부모를 잃고 양아버지를 잃게되니 가족을 이중으로 잃은 것 같았다. 그래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기록하고 기억해야 한다는 생각이다”고 영화 감독이 된 계기를 설명했다.

◇ “한국도 입양을 감시하는 국가기관이 필요하다”

선희 엥겔스토프 감독의 '포겟 미 낫 : 엄마에게 쓰는 편지'는 다음달 3일에 개봉한다. ⓒ커넥트픽쳐스
선희 엥겔스토프 감독의 '포겟 미 낫 : 엄마에게 쓰는 편지'는 다음달 3일에 개봉한다. ⓒ커넥트픽쳐스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 자연스러운 일이 입양인들에게는 강하게 ‘주장해야 하는 사건’이다.

‘한국 사회가 어떻게 변했으면 좋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선희 감독은 “스웨덴, 스위스, 네덜란드에는 입양을 감시하는 국가기관이 있다. 입양 중 일어나는 일들은 돈과 많은 관련이 있는데 이를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며 “한국도 서구정부에서 하는 것처럼 독립된 조사기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솔직히 입양을 멈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양부모님은 나를 입양하기 위해 돈을 지불했고, 이것 자체가 너무 불편하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아이가 입양을 취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입양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아이의 인권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내 인생의 뿌리를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을 누가 책임질 수 있는가”라고 전했다.

이후의 일정에 대해 선희 감독은 “'포겟 미 낫' 후속 작품을 만들고 싶다. 입양과 미혼모 이야기를 직접 보면서 아버지가 가시화되지 않는 것도 느꼈다. 어쩌면 다음 영화는 픽션이 될 수도 있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생모에게 “한국에 계신 어머니가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 어머니를 비난하거나 탓하려는게 아니다. 오히려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항상 건강하셨으면 좋겠고 생부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많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정작 나의 어머니에 대해선 알 수 없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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