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삼나무숲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제주 삼나무숲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 칼럼니스트 김재원
  • 승인 2021.05.31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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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사람 제주살이 이야기] 4. 제주 삼나무숲 향기에 얽힌 이야기
붉은오름자연휴양림에 조성된 삼나무숲. ⓒ김재원
붉은오름자연휴양림에 조성된 삼나무숲. ⓒ김재원

제주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풍경 중 하나가 올곧게 뻗은 삼나무숲길 일텐데요. 제주의 오름과 숲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삼나무는 제주 고유의 수종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제주에는 자생 삼나무가 없고 모두 일제가 들여온 수종입니다.

일본인들이 한라산에서 표고버섯 등 임산물을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대규모 벌채와 수탈이 이뤄졌고, 식민지 수탈정책으로 무분별한 산림파괴가 지속되면서 제주의 산림은 수난을 겪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일본에서 들여온 삼나무 조림사업이 이뤄지게 되었는데요. 삼나무는 일본이 원산지이지만 온난하고 습한 기후 덕분에 제주에서 더욱 잘 자랐습니다. 1924년 제주시 월평동 27ha에 심어진 것이 처음으로 추정하고 있는데요. 국립산림과학원이 관리하는 한남시험연구림에 있는 어른 3명이 안아야 손끝이 닿을 정도로 큰 삼나무들이 현재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태평양전쟁 시기 일본군 7만 5000명이 제주 해안가부터 한라산 고지대까지 군사시설을 구축하고 주둔하면서 산림자원의 파괴를 가속화 시켰습니다. 이때 파괴되었던 제주의 산림은 광복 후 대대적인 조림이 전개되면서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안개가 내려앉은 제주절물자연휴양림 삼나무숲. ⓒ김재원
안개가 내려앉은 제주절물자연휴양림 삼나무숲. ⓒ김재원

제주시 봉개동에 위치한 ‘절물자연휴양림’은 매년 80만 명 안팎의 관광객이 찾는 곳인데요. 안개가 끼거나 비가 온 뒤 더욱 아름다운 삼나무숲이 있기 때문인데요. 절물자연휴양림이 위치한 절물오름 일대는 과거 민둥산이었습니다. 지금의 유명세를 얻은 데는 197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삼나무 조림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수령이 50년이 넘으면서 이제는 훌륭한 산림치유의 장소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한라산 그리고 나무가 없고 풀밭으로 덮여 있던 오름들에 삼나무를 식재하면서 2만 3000㏊에 8700만 그루가 자라게 되어 삼나무는 제주지역 최대 인공림이 되었습니다.

제주에서 삼나무를 심었던 가장 큰 이유는 성장 속도 때문입니다. 제주사람들은 삼나무를 ‘쑥대낭’이라고 부르는데요. 바로 ‘쑥쑥 크는 나무’라는 뜻입니다. 쑥대낭은 감귤산업이 번성하기 시작한 1970∼1980년대에는 감귤 과수원 방풍림으로 제격이었습니다. 담을 돌로 쌓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고 바람을 막아주는 효과도 뛰어났기 때문인데요. 또 목장과 목장 사이 경계수로도 심어졌고 가로수로도 한때 각광을 받았습니다.

삼다수숲길 초입에 조성된 삼나무숲. ⓒ김재원
삼다수숲길 초입에 조성된 삼나무숲. ⓒ김재원

울창한 삼나무 숲은 피톤치드를 뿜어내며 삼림욕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했지만 여러 문제를 낳았습니다. 성장 속도가 빠르고 또 너무 높이 자라서 햇빛을 가리며, 다른 식물에 해로운 독성물질을 발산하는 특성 때문에 삼나무 아래에는 자생식물이 자라지 못해 종 다양성을 해치기도 했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베어내는 농가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효자 수종이었던 삼나무는 알레르기성 비염, 아토피 피부염, 천식 등을 유발하는 인자가 봄철 삼나무 꽃가루에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삼나무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여러 이유 때문에 지금은 삼나무를 심지 않고 있는데요. 태풍이나 여러 이유로 삼나무가 고사할 경우 베어낸 뒤에는 황칠이나 동백 그리고 상수리나무 등을 식재하고 있습니다. 베어진 삼나무는 목재 계단이나 건축외장, 인테리어, 톱밥 등으로 쓰이면서 제주지역 목재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삼나무에 대한 논쟁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살아나고 있는데요. 가장 최근에는 삼나무숲길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 ‘비자림로’ 확장공사로 인해 울창한 삼나무숲을 베어내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그때도 삼나무의 장단점에 대한 의견이 팽팽히 맞서게 되었고, 비자림로 확장공사는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해 공사는 잠정 중단된 상황입니다. 

거슨새미오름 삼나무숲길. ⓒ김재원
거슨새미오름 삼나무숲길. ⓒ김재원

제주와 삼나무숲 향기에 얽힌 이야기 어떠셨나요? 제주여행은 ‘제주에 대해 알아가는 노력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제주의 주요 관광지인 ‘절물자연휴양림’, ‘사려니숲길’, ‘붉은오름자연휴양림’, ‘한라산 둘레길’ 그리고 제주의 수많은 ‘오름’에서 삼나무숲을 쉽게 만날 수 있는데요. 오늘 들려드린 이야기를 기억하시면서 삼나무숲길을 탐방해 보시면 어떨까요?    

*칼럼니스트 김재원은 작가이자 평범한 40대 가장이다. 대학시절 세계 100여 국을 배낭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작가의 꿈을 키웠다.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에 사는 '이주민'이 되었다. 지금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제주인의 시선으로 알리기 위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에세이 집필과 제주여행에 대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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