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교사와 부모의 소통창구 '날적이'
어린이집 교사와 부모의 소통창구 '날적이'
  • 기고 = 김성일
  • 승인 2012.12.12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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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속 아이의 세심한 변화까지 짚어줘

[성미산마을-베이비뉴스 공동기획] 왜 공동육아가 대안인가?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이 말 그대로 서울 도심에서 온 마을 사람들이 하나가 돼 아이를 키우는 곳이 있다. 바로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성미산마을이다. 최근 서울시가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에 적극 나서면서 성미산마을이 펼치고 있는 공동육아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베이비뉴스는 성미산마을 주민들과 함께 공동육아 기획기사를 진행한다. 성미산마을 주민들이 번갈아가며 한 달에 한 번씩 공동육아를 소개하는 기고를 쓴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지금 당장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성미산마을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부모와 교사가 하루하루 아이의 모습들을 기록하는 날적이를통해 부모들은 궁금했던 아이의 터전 생활을 확인하고, 교사와의 진솔하고 깊이있는 소통이 가능해져 아이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게된다. ⓒ성미산어린이집
부모와 교사가 하루하루 아이의 모습들을 기록하는 날적이를통해 부모들은 궁금했던 아이의 터전 생활을 확인하고, 교사와의 진솔하고 깊이있는 소통이 가능해져 아이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게된다. ⓒ성미산어린이집

                               

제가 성미산어린이집이라는 공동육아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09년부터였습니다.

 

직장 맞벌이 부부였던 저희 부부가 당시 네 살 된 아이와 함께 본격적으로 생활을 다시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어요. 아내의 육아휴직이 끝남과 동시에 아이는 11개월 때부터 2년이 넘는 시간을 지방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지냈었지요. 그 기간 동안 매주 토요일, 일요일 이틀만 보아오던 엄마, 아빠와 함께 할 서울생활은 아이에게 뿐만 아니라 저희 부부에게도 커다란 변화가 아닐 수 없었어요. 

 

보따리 짐을 싸서 상경할 때만 해도 엄마 아빠와 매주 헤어지는 슬픔 없이 지낼 수 있게 되어 신이 났던 네 살짜리 아이가, 상경한 지 이틀도 안 되어 맞닥트린 현실은 참혹(?)했지요. 성미산어린이집이라는 전혀 낯선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과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는 현실에 며칠 동안 무척 힘들어했어요.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아이를 등원시키기 전에 부모가 먼저 다른 아이들과 선생님과 함께 어린이집 하루 생활을 보내면서 아이가 하루를 엮어나가는 모습을 그려볼 수 있는 사전 아마활동(아빠엄마활동)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희 부부 또한 아이를 맡긴 처음 얼마 동안은 회사에 가서도 터전에서 울며 헤어진 아이 생각에 안절부절하기 일쑤였지요.

 

“설렘으로 기다린 주빈이와의 만남…. 오리와 애벌레는 주빈이와의 만남을 정~말 많이 기다렸어. 주빈이는? ^^ 처음으로 함께 한 나들이길…. 앞으로도 터전에서 도톨방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지내자. 함께 해 더욱 즐거운 우리^^ 주빈이의 등원으로 힘든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되었네요. 이런 인연으로 만나게 된 것. 지금 당장은 힘들고 고민되고 하지만, 함께 하기 때문에 슬기롭게 지낼 수 있겠죠. 주빈이의 마음을 다~얻지는 못했지만 밝게 웃어주는 주빈이가 고마워요. 또 이런 만남을 맺게 해 준 두 분께도 감사하고요.” (2009년 3월 10일)
 
어린이집에서 선생님들이(선생님과 아마들은 모두 별명으로 부른답니다) 직접 적어 보내 준 날적이라는 것을 처음 받고 울컥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렇게 성미산어린이집에서 선생님들과 주고받은 날적이가 어느 덧 여덟 권이 되었네요. 이 여덟 권 속에는 하루하루 아이가 4년 동안 성장해온 흔적이 깨알같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아마와 교사들이 함께 기록한 아이에 대한 일기장인 셈이지요. 날적이를 통해 특히, 부모는 궁금했던 아이의 터전 생활을 확인하고 개인적으로 궁금한 점을 교사에게 직접 상세하게 물을 수 있고 답을 구할 수 있습니다.

 

“아침에 자전거에 태워 터전에 데려다주는데 오늘은 터전입구에서 내리자마자 ‘아빠는 이제 다시 장갑 끼고 회사 가! 주빈이가 혼자 들어갈게’하면서 터벅터벅 나무 계단을 걸어올라 갔어요. ... 어떻게나 기특한 지 가슴이 찡 했어요. 2층으로 올라가서는 ‘고모! 나 왔어요’하고 큰 소리로 인사를 하고.” (2009년 3월 24일 아빠가 쓴 날적이)

 

“그저께는 새벽에 자다가 벌떡 일어나 앉더니 ‘동물농장’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가사 하나 안 틀리고 똑똑한 목소리로 다 부르는 거 있죠. 눈을 감은 채로 ㅋㅋㅋ 그러고는 또 바로 베개로 콰당~ 눕더니 자더라고요.^^” (2009년 4월 15일 엄마가 쓴 날적이)   

 

그 뿐이 아니에요. 엄마 아빠가 번갈아가며 쓰는 날적이를 통해 엄마가 바라보는 아이의 모습과 아빠가 바라보는 아이의 모습에 대해 서로 알아가게 됨으로써 부부간에도 아이의 육아에 대해 서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계기가 되곤 합니다. 일 때문에 밤  늦게 귀가하는 날이면 날적이를 통해 아이와 엄마가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확인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었어요.

 

“주빈이가 긴 내복을 입고 싶었는지 갈아입으려고 해 더우니까 그냥 입고 있던 짧은 옷을 입어도 된다고 했어요. 하지만 주빈이는 듣지 않고 바지를 내리고 내복을 입으려고 합니다. 다시 주의를 줬는데도 눈도 안 마주치며 혼자 뭐라 뭐라 중얼거리며 옷을 입으려고 하더군요. ‘주빈아!’ 이름을 부르며 분위기 환기시켜주고 그때서야 꽃다지를 보며 ‘아니~ 엄마가 추우니까 오늘 내복 입고 자라고 했어’ ... 자기 맘은 숨기고 거짓말을 하는 건 잘못된 행동이라고 했지요. 솔직하지 못한 행동은 다른 사람을 슬프게 만든다고 하며 꽃다지 맘이 아프다고 했지요. ... 낮잠 시간이 다 되었지만 잠깐이라도 맘을 추스를 수 있도록 그림 그릴 수 있는 시간을 주었어요. 그리곤 금세 잠이 듭니다. 주빈이도 꽃다지와 얘기하며 맘이 아팠을 거예요. 집에선 그냥 넘어갈 뻔 했었을 일~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기 맘을 거짓말을 하고 핑계를 대며 표현하는 방법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2010년 6월 3일, 교사가 써 준 날적이)

 

부모와 교사의 정성이 가득 담긴 날적이의 모습. ⓒ성미산어린이집
부모와 교사의 정성이 가득 담긴 날적이의 모습. ⓒ성미산어린이집

 

이렇게 작은 일상 속에 있었던 아이의 세심한 변화 부분까지 짚어주는 교사의 날적이를 통해 아이뿐만 아니라 우리 부모도 다시 아이를 꼼꼼히 살펴보고 일상에서 그런 일이 있을 경우 아이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곤 합니다. 이런 교사와의 소통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지난 4년 동안 아이를 터전에 맡긴 하루하루를 아무 걱정 없이 보낼 수 있었어요. 물론, 이러한 날적이를 통한 교사와의 진솔하고 깊이 있는 소통은 공동육아의 특성으로 자리 잡은 터전에 직접 아이를 등하원시키는 과정에서, 그리고 터전과 관련한 각 소위 모임(터전운영과 관련한 분과모임)과 방모임(연령대별 아마들과 교사의 월례모임)을 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교사들과 소통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이젠 몇 개월 후면 아이는 성미산어린이집에서의 생활을 마감하고 초등학교에 들어갑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시간에도 지난 4년 동안 한 아이 아니 모든 아이들을 정성껏 보살피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았던 우리 성미산어린이집 선생님들과 아마들의 모습들이 좌르르 펼쳐집니다. 날적이를 통해 선생님들과 나눴던 진솔한 대화들을 기억하며, 초등학교에 가서도 아이의 성적보다는 아이의 하루살이, 다른 아이들과의 관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아이의 말과 행동 등에 대해 교사와 소통을 하며 아이와 부모가 함께 클 수 있게 되기를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시 제 자리군요. 그렇지만 이제는 이런 꿈을 함께 꾸는 사람들이 있으니 든든합니다. ^^    

 

글쓴이 : 또치(김성일, 김주빈 아빠)/성미산어린이집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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