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노래하는 목소리를 기록해주고 싶었어요”
“우리 아이 노래하는 목소리를 기록해주고 싶었어요”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1.06.03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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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인터뷰] 울프플래닛 '아빠와 보컬&레코딩클래스’ 참여한 아빠픽처스 가족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시 압구정동의 한 녹음 스튜디오에서 다섯 살 성현이와 일곱 살 성빈이는 아빠와 ‘염소 4만 원’ 노래를 부르고 녹음을 하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시 압구정동의 한 녹음 스튜디오에서 다섯 살 성현이와 일곱 살 성빈이는 아빠와 ‘염소 4만 원’ 노래를 부르고 녹음을 하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세 살 때, 일곱 살 때 내 목소리는 어땠을까?'

'지금의 내 목소리는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언제 아빠와 노래를 불러본 적이 있었지?'

지난달 15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녹음 스튜디오를 찾았다. '아빠와 만드는 101가지 버킷리스트'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아빠와 자녀가 기억에 남을 만한 시간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타임 큐레이션 플랫폼 '울프플래닛'의 '아빠와 보컬&레코딩클래스'가 열리는 날이다.

먼저 도착한 취재진이 보컬트레이너와 함께 이날의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2시 10분이 조금 지나자 단발머리의 다섯 살 성현이와 일곱 살 성빈이는 아빠(활동명 아빠픽처스)와 엄마 손을 잡고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섰다. 낯선 공간, 낯선 사람들 속에서 두리번두리번 분위기를 살피더니, 이내 진행자들의 안내에 따라 클래스를 시작했다.

이들이 부를 노래는 옥상달빛의 ‘염소 4만 원’. 아빠가 먼저 헤드셋을 끼고 마이크 앞에 섰다. 둘째 성현이는 마이크 앞에 서기를 끝내 거부하고 엄마 품으로 달려갔다. 두 아이는 평소 차에서는 곧잘 따라 부르기도 했다는 데 보컬트레이너와 촬영감독, 취재진이 있는 공간에서는 입을 다물고 몸을 꼬기 시작했다. 첫째 성빈이는 아빠 옆에 헤드셋을 끼고 마이크 앞에 함께 섰다.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아빠가 먼저 멜로디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너희들은 염소가 얼만지 아니?”

“몰~라 몰~라” 

“아프리카에선 염소 한 마리 4만 원이래.” 

“싸다!” 

“싸다!” 부분을 제일 잘한다는 성빈이. 조심스럽게 “싸다!”라고 목소리를 냈다. 세 번째쯤 멜로디가 나올 때 성빈이는 공간과 마이크에 적응을 했는지 점점 목소리가 커졌다. 녹음은 어떻게 됐을까? 녹음된 소리가 스피커로 들려왔다. 자신의 목소리가 낯설어서인지 부끄러워서인지 귀를 틀어막았다. 

성현이는 성빈이와 아빠가 노래하는 모습을 엄마 품에 안겨 조금 떨어진 채 지켜봤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니까 마이크 앞에 서서 “아빠 싫어~”, “아빠 똥꼬~”라고 큰 소리로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두 아이와 아빠는 떼창으로 녹음을 마친 후, 아빠는 준비해온 기타를 꺼냈다. 두 아이는 아빠의 기타반주에 맞춰 ‘염소 4만 원’을 한 번 더 불렀다. 

아빠와 아이들이 노래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이정은 보컬트레이너 눈에 하트가 보인다. 이 트레이너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아빠랑 노래하면서 녹음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며 늘 부러운 마음”이라고 했다.

녹음을 마치고, 서울 양천구에서 온 두 아이의 아빠, 아빠픽처스 씨와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아래는 그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일상에서 접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라 더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아빠와 보컬 레코딩 클래스’에 참여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아버지께서 제가 어릴 때 카세트테이프에 제 목소리를 녹음해두신 걸 성인이 돼서 들었는데 제 목소리인데 제 목소리가 아닌 것 같은 낯선 느낌이 들었어요(웃음). 근데 그게 나쁘지 않더라고요. 과거의 제 목소리를 듣는 것도 괜찮다 싶어서 아이들한테 남겨주고 싶단 생각을 했습니다. 앨범 보면 옛 모습을 볼 수 있잖아요. 그런데 목소리는 시간이 지나면 과거에 어땠는지는 알기 쉽지 않아서 남겨주고 싶었어요.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목소리가 바뀌더라고요. 시기별로 목소리를 남기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제 나름대로 기록하는 거죠. 갓난아기 때, 두 살, 세 살 때 목소리가 다 달라지니까요. 일상에서 많이 녹음하는 편인데, 보컬 레코딩 프로그램이 있어서 노래 부르는 목소리는 또 다르잖아요.”

-이 프로그램은 어떻게 알고 신청하게 되셨나요?

“인스타그램에서 아이들 일상 기록을 많이 하고 있는데 우연히 울프플래닛을 알게 되면서 여러 가지 정보도 얻고 ‘보컬 레코딩 클래스’를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재미있을 것 같아서 바로 신청했죠. 지난번에 방패연 만드는 걸 해봤고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같이 부른 노래가 ‘염소 4만 원’이에요. 이 곡을 선곡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이 노래는 우연히 옥상달빛 관련 기사를 보다가 의미가 있는 노래라는 걸 알게 됐어요. 옥상달빛이 아프리카 봉사활동 다녀와서 작곡한 노래더라고요. 연애할 때 아내한테 불러줬었고, 동요 같은 노래다 보니 태교할 때도 기타로 불러주기도 했어요. 아이들 태어난 이후에도 자주 불러주곤 했는데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이 노래로 하게 됐어요.”  

-연습은 많이 하고 오셨어요?

“차에서 이동할 때 자연스럽게 노래 틀어주고 그랬어요. 따로 연습하진 않았고요(웃음).”

-노래를 아이들과 녹음해 보니까 어떠세요?

“육아하면서 얼굴은 사진을 통해 기록을 많이 남기지만 목소리는 기록으로 잘 남기지 않는 것 같아서 일상에서 접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라 더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시기에 노래하는 자신의 목소리를 전문적인 공간에서 녹음하는 경험을 하는 건 어렵잖아요. 아이들이 지금 여기선 이렇게 부끄러워해도 집에 가거나 다음 주에 어린이집에 가면 아마 자랑할 거예요. 은근히 으쓱해 하더라고요. 

지금 아이들이 문제 풀기 위해 지식을 습득하기보다는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경험을 다양하게 하게 해주자. 오늘도 그런 일환으로 생각해요.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습니다.”

-차에서 아이들 노래 부르는 모습 동영상 보시면서 살짝 아쉬워하시는 것 같은데요?

“차에서는 편안한 상태에서 하는 거라 잘했는데… 아이들은 공간이나 사람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트레이너 선생님과 녹음 마이크로 제대로 한 거니까 편집해서 잘 나오지 않을까요? (웃음). 아이들이 정확한 음정으로 제대로 된 노래를 부르기를 바랐던 건 아니에요. 음정, 박자 안 맞아도 즐기면서 부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왔던 터라 괜찮아요.” 

“아빠들이 육아 전면에 나설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조금 적응한 둘째 성현이도 마이크 앞으로 나와서 "아빠 싫어", "아빠 똥꼬"라고 큰소리로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조금 적응한 둘째 성현이도 마이크 앞으로 나와서 "아빠 싫어", "아빠 똥꼬"라고 큰소리로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하는 클래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도 직장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을 하는데요, 참가자 모집을 해보면 대부분 엄마가 신청해요. 아빠 프로그램도 엄마가 신청하더라고요. 아빠들은 뭘 신청했는지도 모르고 엄마가 가라고 하니까 가기도 하고요. 그래서 아빠 대상으로 무엇인가를 하는 게 쉽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 마케팅 주요 대상이 엄마인 것 같아요. 은근 아빠들은 소외되는 것 같은 느낌도 받았어요. 아빠가 주체가 되는 게 많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찾다 울프플래닛을 알게 됐어요. 여긴 아빠가 주 대상이에요. 아빠 대상이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이렇게 하는 것 보니 반갑기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계속 지켜보게 되더라고요. 저는 조력자가 되고 싶어요. 쉽지 않은 걸 알기 때문에 잘됐으면 하는 생각도 있고요.”
 
-이 프로그램을 주변에 추천해주시겠어요?

“기회가 된다면 해보시라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조금 아쉬운 점은 아이들이 적응할 시간이 조금 있으면 좋겠어요. 아이스브레이킹 하는 시간. 이제 다시 하면 아이들이 잘할 것 같은데요(웃음).” 

-앞으로 아이들과 또 어떤 것들을 할 계획인가요?

“인스타그램 통해 아이들과 놀아주는 일상을 공유하고 있어요. 제가 어떻게 아이들과 놀아주는지 소개하는 거죠. 아빠들 카페에 가보면 아빠들이 아이와 어떻게 놀아줘야 할 지, 뭘 하고 놀아줘야 할 지 모르겠다고 하는 얘길 들었어요.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도 어떻게 같이 가지고 놀 수 있는지 뭐 이런 것들 공유하고 있고요, 다음번엔 ‘서핑’을 해보려고 해요.”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요?

“저는 기록을 많이 남기는 편이에요. 2년 동안 기록장을 준비해서 펀딩을 올린 한 아빠가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공유해줄 수 없겠냐 해서 공유해드린 일이 있었어요. 아빠가 아니더라도 아이들의 성장기록을 잘 기록할 기회가 확산됐으면 좋겠어요. 엄마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다 보니 아빠들이 약간 뒤로 밀려나 있는 느낌인데요, 아빠들이 전면으로 육아에 나설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좋겠고, 잘하고 있는 아빠들이 많이 알려지면서 활성화되면 좋을 것 같아요.”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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