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우리 자녀와 우리 사회의 미래를 결정한다
집은 우리 자녀와 우리 사회의 미래를 결정한다
  • 기고=이정화
  • 승인 2021.06.0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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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다운 집으로] 10. 이정화 전남대학교 생활복지학과 교수

코로나19 재난 상황 속에서 집의 의미와 중요성이 커지는 현재, 아이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관심이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베이비뉴스는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집다운 집으로’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동의 권리 관점에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내용과는 무관한 사진입니다. 열악한 주거환경.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지난 2020년 여름부터 겨울까지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 광주광역시 아동주거빈곤가구 실태에 관한 연구를 했다. 사회복지기관의 추천을 받아 보호자와 아동 각각을 대상으로 90가구에 대한 설문조사와 10가구 심층면접 조사를 했다. 그 결과의 일부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부정적 생애사건

아동주거빈곤가구가 빈곤가정이 된 배경은 저마다 다른 것 같지만 사실 유사한 몇 가지 부정적 생애사건이 자리하고 있다. 가족해체에서 빈곤으로, 가족원(주로 부모)의 건강문제가 실직으로, 가장의 오랜 실직과 파산 등 경제적 문제가 가족해체로 이어진다.

좋았던 부부사이가 틀어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이는 이혼으로, 모자가정/부자가정으로 이어지게 된다. 젊었을 때부터 건강이 좋지 않아서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결혼하고 부모가 되고 지속적인 빈곤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결국 건강문제, 경제적 문제, 이혼과 같은 부정적 생활사건이 아동주거빈곤가구의 주 배경이 되고 있고 이들은 국민기초소득보장, 한부모가족지원 수급 가구가 대부분이다. 부모의 특성에 의해, 혹은 사회구조적인 원인으로 이 가구에 속한 아동은 다른 아동에 비해 다양한 사회적 배제 상황에 놓여있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 문 닫고 입 닫고 마음 닫는 중학생, 대인기피 여고생, 연락두절 자녀들...성숙과 엇나감

어려운 가정환경, 친구들에게 보여줄 수 없는 집, 내 방이 없는 현실에서도 부모의 상황과 집안형편을 이해하는 어린 아동이 많다. 형편은 어렵지만 자녀를 위해 부모가 헌신한다고 생각하는 아동들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문제의식이 적다.

초등학교 저학년 민호(가명)는 허리가 아픈 아버지, 소음에 지나치게 민감해서 잠을 못자는 어머니, 동생과 함께 4명이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집에서 컴퓨터로 공부를 하는 것이 너무 조심스럽고 숙제는 아예 하지 않는데, 수업을 듣고 숙제를 하며 마우스를 클릭하는 소리가 엄마의 신경을 거스른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가족’이 있음에 감사하다고 했다.

‘그래도 (소중한)가족이잖아요.’, ‘아빠가 착해요. 우리 아빠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에요.‘, ’용돈 모아요, 새 집에 살고 싶어서.‘, ‘친구 집에서 살면서 주말에만 집에 와요.’

그러나 중, 고등학생이 되어 친구 집과 우리 집을 비교하게 되면서 부모와의 관계가 틀어지고 엇나가는 청소년이 많다. 중학생 민지(가명)가 동생과 함께 쓰는 방은 쓰지 않는 물건이 쌓여있어서 비좁은 책상 밑에 겨우 이불하나 펴고 누울 수 있다. 동생들은 시끄럽게 싸우고 먹을 것은 없는 주거공간에서 생활한다. 민지(가명)는 입을 닫고, 동생을 접근금지 시키며 문을 닫고, 부모에게 마음을 닫았다.

◇ 주거빈곤가구 아동의 바람과 대안

아동들은 집에 친구를 데려오지 못하게 하고, 하루 종일 휴대폰으로 게임을 해도 야단치지 않고 공부하라고도 하지 않는 부모와 함께 살면서 이러한 가정형편이, 내 집이 바뀌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가족이 모두 함께 살 수 있는 집이 좋겠어요.’, ‘내 방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주변이 무서워요. 안전한 집에 살고 싶어요. 소음이 없고 해충도 없는 집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동주거빈곤가구 연구를 마치면서 느낀 점은 우리나라 최저주거기준에 가구구성, 가구원 간 관계와 아동의 발달단계에 따른 방 개수와 면적을 고려하고 주거의 구조적 특성뿐만 아니라 주거 내부 공간에 대한 주거적합성 평가기준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공공임대 아파트에서는 거주 아동의 안전을 강화하고 아동 청소년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아동/청소년 Zone’이 필요하다. 오래된 주택에서 생활하는 아동주거빈곤가구를 위해서는 주거 운용 및 관리를 위한 예산지원과 한부모, 조손가족이 많은 만큼 가족구조 및 주거상황을 반영한 주거급여 차등 지급방안 등도 필요하다. 

저출산 고령사회, 출산율 제고도 필요하지만 현재 어려운 형편에 있는, 우리의 미래인 아동들이 구김 없이 커 나갈 수 있는 촘촘한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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