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는 것의 새로움 ‘제주 올레길 탐방’
알고 있는 것의 새로움 ‘제주 올레길 탐방’
  • 칼럼니스트 김재원
  • 승인 2021.06.2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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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사람 제주살이 이야기] 6. 제주 혼자 걷기 - 다시 처음으로 올레 1코스
올레 1코스 종작점인 광치기해변. 뒤로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김재원
올레 1코스 종작점인 광치기해변. 뒤로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김재원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제주를 찾는 관광객은 계속해서 늘고 있습니다. 또한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인한 우울증, 이른바 ‘코로나 블루(Corona Blue)’를 극복하기 위해 쉬엄쉬엄 걸으며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기 위한 도보여행객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요. 코로나 시대를 지나오면서 한동안 뜨겁게 사랑받다 잠시 시들했던 올레길이 새롭게 조명 받게 되었습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올레길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발 빠르게 마련했는데요. 먼저 공식 완주 인증에 필요한 제주올레 26개 코스 425km 기준을 100km로 완화했습니다. 보다 많은 올레꾼들이 제주 올레길 완주를 통해 제주의 숨은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함인데요. 또 젊은 청년세대들을 겨냥하여 2030세대만이 구입할 수 있는 ‘전용 제주올레 패스포트’를 출시했습니다. 이 패스포트를 소지한 젊은 올레꾼들은 제주올레와 연결된 숙박업소와 음식점 등에서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받게 됩니다. 

올레길 코스를 알려주는 이정표. ⓒ김재원
올레길 코스를 알려주는 이정표. ⓒ김재원

올레길이 ‘언택트(Untact)’ 시대와 웰빙(Wellbeing)과 건강(Fitness) 또는 행복을 의미하는 ‘웰니스(Wellness)’ 관광의 붐을 타고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데요. 오늘은 알고 있는 것의 새로움과 숨어 있던 제주의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올레길 탐방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는 의미에서 코스 중 ‘올레 1코스’를 선택해 보았는데요. 

올레 1코스는 2007년 9월 제주올레가 시작되고 가장 먼저 열린 길인데요. 올레길의 새로운 코스가 개장을 거듭하여 현재 총 26개 코스가 있지만 1코스가 갖는 상징성은 여전합니다. 1코스는 시흥에서 말미오름과 알오름 정상을 거쳐 종달리 해안도로와 성산일출봉 그리고 광치기해변까지 이르는 총 15.1㎞의 거리입니다. 종달리 옛소금밭부터 성산갑문까지 5.5㎞ 거리는 휠체어로도 이동할 수 있는 무장애길이어서 누구나 걷기에 편안하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우도로 가는 배를 탈 수 있는 종달항. 우도까지는 종달항에서 15분 정도 소요된다. ⓒ김재원
우도로 가는 배를 탈 수 있는 종달항. 우도까지는 종달항에서 15분 정도 소요된다. ⓒ김재원

탐방에 필요한 시간은 4~5시간 정도 되니 올레길 중에서도 중급 코스로 보면 됩니다. 올레길 초반에 만나는 두 개의 오름(말미오름, 알오름) 외에는 바닷길을 따라 걷는 해안도로와 평탄한 마을길이 연속됩니다. 시작점인 시흥초등학교에서 말미오름(두산봉)까지는 밭담길을 따라 약 1km 정도 걸어 올라가면 되는데요. 올레공식안내소가 나올 때까지 걷다가 거기서 다시 50미터 더 올라가면 말미오름 입구가 나옵니다. 말미오름이 올레 1코스의 시작점이라 봐도 무관합니다.

말미오름 정상에 오르면 정겨운 밭담길 너머로 우도(왼쪽)와 성산일출봉(오른쪽)이 한눈에 들어온다. ⓒ김재원
말미오름 정상에 오르면 정겨운 밭담길 너머로 우도(왼쪽)와 성산일출봉(오른쪽)이 한눈에 들어온다. ⓒ김재원

말미오름은 비고가 101m밖에 되지 않는데, 초반 15분 정도 다소 가파른 경사를 버티기만 하면 정상에서 사진 속 뷰를 만나실 수 있어요. 말미오름 전망대에 닿으면 왼쪽엔 우도가 오른쪽엔 성산일출봉이 정면으로 보이는데, 그림 같은 풍경에 쉴 새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됩니다. 가로 세로 반듯한 제주의 밭담과 알록달록한 집들 너머로 파랗게 펼쳐진 바다는 정말 너무 아름다워서 머릿속 기억 저장 장치에 오래도록 보관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합니다.  

한적한 종달리 마을. ⓒ김재원
한적한 종달리 마을. ⓒ김재원

말미오름 정상에서 알오름까지는 전망대에서 이어진 길을 따라 쭈욱 걸어가면 되고 길 따라 오름 아래로 내려오면 종달리 마을을 만나게 됩니다. 한라산에서 가장 멀리 있는 마을인 ‘종달리’는 이름만큼이나 예쁜 마을입니다. 언제부턴가 종달리가 여행객에게 숨은 명소로 알려지기 시작했는데요. 제주의 풍광이야 어느 곳인들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지만, 한적한 종달리 마을길은 ‘아직 이런 곳이 남아있었나?’ 싶은 풍경들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마을 안길에는 옛집을 개조한 북카페와 게스트 하우스 그리고 작은 상점들이 숨겨져 있는데, 하나같이 수수하면서 눈에 띄지는 않지만 마을과 잘 어울려 오래전부터 함께 생활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마을 곳곳 이렁이렁 쌓아 올린 돌담 경계 사이에는 꼬불꼬불한 밭이 자리 잡고 있어, 억척스럽게 살았을 종달리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그려지곤 합니다. 눈과 마음으로 종달리 마을을 조용히 걸어보면서 눈에 들어오는 아무 북카페나 들려 잠시 쉬어가도 좋습니다. 마음의 평온이 선물처럼 다가올 테니까요.

종달리 마을 입구 옛 소금바치 앞에 위치한 팽나무. ⓒ김재원
종달리 마을 입구 옛 소금바치 앞에 위치한 팽나무. ⓒ김재원

마을길을 따라 내려오면 팽나무 한 그루가 탐방객을 반기는데요. 팽나무 너머 갈대밭에는 ‘수상한 소금밭’이란 푯말이 세워져 있습니다. 과거 종달은 제주 최초로 염전이 만들어진 소금 생산지여서 종달리 사람들을 '소금바치'라고 불렀습니다. 지금은 마을회관 앞 소금밭 전시관이 그 흔적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종달리 소금밭을 지나 환상 바닷길을 따라 멀리 우도를 바라보며 홀린 듯 걷다 보면, 물이 빠지면 우도까지 걸어갈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이 듭니다. 해안길에서 마주하는 풍경에 젖어 한참을 걷다 보면 성산포 해안마을과 성산일출봉을 거쳐 광치기 해변에 다다르게 되는데 그러면 올레 1코스를 완주하게 됩니다. 

종달에서 성산포까지 이어지는 환상 해안길. ⓒ김재원
종달에서 성산포까지 이어지는 환상 해안길. ⓒ김재원

지난 5월 영국 아웃도어 여행잡지 ‘액티브 트래블러 매거진’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제주올레를 세계 최고 해안트레일 10선으로 선정했습니다. 제주올레와 함께 10대 해안트레일로 꼽힌 곳은 세관원의 길이라고도 불리는 1700km의 ‘프랑스 GR34’, 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지로 잘 알려진 ‘뉴질랜드 밀포드 트랙(Milford Track)’, 원시 하와이를 만날 수 있는 ‘하와이 칼랄라우 트레일(Kalalau Trail)’ 등인데요. 

액티브 트래블러 매거진은 제주올레에 대해 ‘제주는 한국에서 보물섬으로 알려져 있는데, 제주올레 하이킹은 왕관의 보석과 같은 길’이라는 극찬과 함께 ‘제주올레 트레일의 루트는 해안선을 따라 깊고 푸른 바다와 섬 한가운데 솟아있는 한라산 산맥의 끝없는 전망을 보여준다. 길을 지나면서 368개의 오름들이나 작은 화산도 볼 수 있다’고 찬사를 보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성산일출봉. ⓒ김재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성산일출봉. ⓒ김재원

제주올레에 대한 반가운 소식은 또 있습니다. 이번 달에 열린 ‘한국 스페인 관광산업 원탁회의’에서 제주올레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의 특정 구간(1km 내외)에 상호 상징구간을 만들고 공동 홍보하는데 합의한 것인데요.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모두 연설에서 제주올레길을 언급하며 ‘제주 올레길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길이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종달리 마을 입구에 핀 수국. ⓒ김재원
종달리 마을 입구에 핀 수국. ⓒ김재원

잊고 지냈던 제주 올레길. 다시 한번 걸어봐야 할 이유가 생겼죠? 해안길을 따라 425km, 총 26개 코스로 이뤄져 있으며 135개 마을과 130개가 넘는 유명 관광지, 바다길, 오름등을 지나며 제주의 자연과 역사 그리고 삶의 모습과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길. 오직 두 발로 직접 걸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제주의 매력을 담은 길.

제주 올레길 탐방 이야기를 칼럼을 통해 종종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치유와 회복의 제주올레길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칼럼니스트 김재원은 작가이자 평범한 40대 가장이다. 대학시절 세계 100여 국을 배낭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작가의 꿈을 키웠다.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에 사는 '이주민'이 되었다. 지금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제주인의 시선으로 알리기 위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에세이 집필과 제주여행에 대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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