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에 이사했는데, 아이가 우울해 하는 이유는?
새집에 이사했는데, 아이가 우울해 하는 이유는?
  • 칼럼니스트 윤정원
  • 승인 2021.06.2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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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를 알고 하는 교육] 예전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아이

Q.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은 이사를 했는데 예전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우울해 합니다. 특히 잠들기 전에는 눈물을 흘리는데 적응을 위해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요?

A. 

◇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심리적인 발달과 어떤 상관이 있을까요

1.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겠습니다. Nature 타고난 기질과 Nurture 양육되는 환경인데 기질과 환경은 상호보완적으로 관계성을 갖게 됩니다. 기질에 맞춘 적절한 환경이 심리적인 발달에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아이의 정서, 심리의 발달을 체크하는데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살펴보는 것은 유용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적응력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조건이나 환경 따위에 맞추어 응하거나 알맞게 되는 능력입니다. 말 그대로 능력이라 할 수 있는데 당연히 능력에는 개인차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 개인차는 Nature 기질을 기본으로 하고 생활 속에서 체득된 내용과 교육에 의해서 결정되게 됩니다. 

2. 개인차를 감안하더라도 어느 정도면 적응력이 괜찮은 것일까요. 보통 환경이 바뀌고 2주 정도는 애도 기간으로 볼 수 있는데 여기서 애도는 죽은 자를 기리는 의미 이상의 상실을 감당하고 견디는 힘을 말합니다. 추억이 가득하고 마음을 담았던 집을 잃은 상실에 대한 마음을 애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애도의 과정은 4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부정–분노–우울–수용입니다.

부정: 처음에는 이사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기 때문에 부정하는데 다시 예전 집으로 가자고, 가고 싶다고 표현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분노: 현실적으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고 화가 나는데 대체적으로 짜증과 투정의 형태로 나타나게 됩니다.

우울: 수용의 전 단계로 잠들기 전에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우울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수용: 양육자가 위의 세 단계를 충분히 수용해 주고 함께 해주면 서서히 받아들이게 됩니다.

2주에서 길게는 한 달 정도를 애도와 적응 기간으로 하고 만약 그 이상 지속된다면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환경의 변화는 아이의 심리적인 상황과 구조를 살펴보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예전에 살던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아이의 마음은? ⓒ베이비뉴스
예전에 살던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아이의 마음은? ⓒ베이비뉴스

◇ 전환을 위한 노력보다 자연스러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부모는 아이의 적응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에 다양한 노력을 하고, 아이에게도 그런 의도가 전달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환경이 바뀌었다고 해서 정서가 동시에 이동되는 것은 아니라서 정서가 공간 이동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허용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의 노력하는 자세가 오히려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는데 그 이유는 환경도 바뀌었는데 엄마, 아빠의 태도마저 변하면 모든 것이 다 새롭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어항의 물을 바꿔 줄 때 원래 있던 물을 모두 버리고 새로운 물을 넣는 것이 아니라 원래 있던 물을 어느 정도 남기고 새로운 물을 넣어서 물고기가 물의 온도와 어항 속 환경에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하겠습니다. 가능하면 부모의 태도와 집안 분위기는 원래대로 자연스러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되겠습니다. 정서는 기계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디지털이 아닌 수동으로 조절하는 아날로그에 가까우며 손바느질을 하는 것과 같은 속도입니다. 정서가 새로운 환경에 구석구석 스며들고 그 정서로 인해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 때 적응되었다고 할 수 있고, 느린 정서가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온기 있는 집안 분위기를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정서가 공간에 스미기 위해서는 적당한 온도가 필요합니다.

◇ 불안감을 살펴봅니다

환경 적응의 여부와 속도는 불안감과 관련이 있습니다. 안정적인 정서는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호기심과 탐색하려는 마음이 우선됩니다. 불안한 마음은 호기심보다는 두려움이 앞서게 되는데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불안의 강도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이사 후 무엇이 걱정되는지 질문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아이들의 불안은 걱정과 공존하며 두려움의 결과를 낳게 됩니다. 단순하고 막연하게 변화된 환경 적응의 문제로만 치부하기보다는 좀 더 구체적으로 면밀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아이에게 적절한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불안을 다루면 그 과정에서 아이는 스스로 편안해지는 방법과 방향성을 찾게 될 것입니다. 사람의 기본적인 욕구는 ‘어떻게 하면 마음이 편할 수 있는지’ 스스로 자신의 심리적인 안정감을 추구하기 마련입니다.

*칼럼니스트 윤정원은 한양대 교육대학원 예술치료교육학 석사를 마친 후, 한양대 의과대학원 아동심리치료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현재 공감이 있는 공간 미술심리치료연구소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사람과 예술을 경험하고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연구를 꾸준히 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인간의 이해에 기본이 될 수 있는 정신분석적 접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오늘도 마음과 귀를 열고 듣고 담을 준비가 돼 있는 미술심리치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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