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난 상황 속에서 집의 의미와 중요성이 커지는 현재, 아이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관심이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베이비뉴스는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집다운 집으로’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동의 권리 관점에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올해는 39년 만의 ‘7월 지각 장마’라고 한다. 기상청은 지역에 따라 시간당 50mm 이상 집중호우가 내릴 것으로 예보하며, “하천 범람과 저지대 침수, 급류 피해를 각별히 조심해 달라”고 당부했다. 2020년의 장마는 한반도의 이상기후로 인해 역대 최장 장마 기간으로 기록됐다. 6월 24일부터 8월 16일까지 무려 54일 동안 비가 내렸으며 강수량도 평균의 2배 수준이었다.
특히 부산 동구는 지난해 7월 집중호우에 따른 갑작스러운 침수로 3명이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숨졌으며 여러 채의 가옥이 파손되고 침수됐다. 또한 부산 시청에 따르면 동천이 2차례나 범람하면서 인근 주택가와 상가들이 30억 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 이곳 주민들에게는 2020년과 같은 장마 피해의 악몽이 여전히 남아있고, 아직까지 복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 7월의 장마가 찾아왔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부산종합사회복지관이 위치하고 있는 부산시 동구는 1964년에 개통한 산복 도로를 중심으로 오밀조밀하고 한 명이 겨우 지나다닐만한 골목이 460여 개나 모여 있는 전형적인 구도심이다. 한국전쟁 이후의 ‘하꼬방’(판잣집의 비표준어)이라고 불렸던 판잣집으로 시작해 세월이 지나도 별로 변한 것이 없는 오래된 주택이 많이 있고, 이곳에는 아이들도 살고 있다.
유엔사회권규약에서 제시한 적절한 주거의 요소 가운데 ‘거주적합성’이라는 것이 있다. 물리적 안정성이나 적절한 공간은 물론 추위, 습기, 열기, 비, 바람이나 기타 건강에 위해가 되는 요소와 구조적 위험으로부터 보호가 되는 주거여야 함을 말한다. 노인이나 장애인, 어린이 등의 조건에 관계없이 접근하기 용이한 주거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산시 동구에는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주택에 살아가는 아동이 많고, 방수가 되지 않는 오래된 주택이기 때문에 지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장마가 시작되면 여기저기 비가 샐까 걱정을 해야 한다. 또한 비가 오고 난 뒤에는 곰팡이와 습기 때문에 아토피와 같은 피부질환과 천식에 시달리고 있는 아동들이 많다.
2020년 장마로 인해 집이 파손되는 사건이 있었다. 다문화가정인 초등학교 2학년 미희(가명)네는 집을 벼랑 끝에 밧줄을 걸어 임시 조치를 하고 긴급 대피했다. 한 달간 임시 숙소 생활을 마치고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긴급 주거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아 새로운 집으로 이사했다. 폭우에 집이 무너질까, 전기가 누전될까, 무너진 집에서 가전 도구며 살림살이를 제대로 챙겨 나오지도 못한 미희네 가족은 지원받은 집에서 새로운 희망을 꿈꾸게 됐다.
“친구를 집에 데리고 와서 간식을 먹으면서 놀다 보니 친구들과 더 친해져서 좋아요.”
미희는 이사를 한 후에 확보된 공부할 공간에서 자유롭게 온라인 수업을 받을 수도 있었고, 학교도 한층 가까워졌다. 베트남인인 미희 어머니는 “이제야 좀 안심이 되고, 사는 것이 보람되고 재미있다”면서 “한국요리를 더 자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부엌이 생겨서 좋고, 배달음식도 시켜 먹을 수 있게 됐다. 진짜 한국 사람 다 돼 간다”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주거에서도 가장 열악한 주거형태는 수리하기도 어려운 ‘비주택거처’이다. 화장실이나 수도시설 등의 필수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거나 특히 방수시설이 제대로 돼 있지 않고 난방 및 단열 상태, 환기 및 채광, 재난과 재해의 안정성을 갖추지 못한 곳이다. 늦은 장마가 시작된 7월, 이러한 주택에서 살고 있는 아동들을 위한 주거 개보수 및 주거이전을 위한 지역사회의 노력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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