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출산제가 영아 유기와 입양을 조장한다? 틀렸습니다”
“보호출산제가 영아 유기와 입양을 조장한다? 틀렸습니다”
  • 기고=오창화
  • 승인 2021.07.2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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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오창화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

입양아동의 학대 사망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무조건적인 입양 확대를 지양하고 입양 공공성 강화 요구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그 가운데 국회에서는 친모의 신상을 가리는 ‘보호출산제(익명출산제)’ 도입과 관련해 논의가 되고 있다. 보호출산제는 모든 가족과 아동에게 편견없는 지원과 권리를 보장하라는 유엔아동권리협약과 국내 법률을 거스르는 것이라는 측과 아동의 유기를 막고 산모와 아이 모두를 구하는 법이라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각각의 입장을 기고를 통해 자세히 들어보자. -편집자 주

2020년 7월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1대 국회 입양정책 마련을 위한 입양가족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오창화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2020년 7월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1대 국회 입양정책 마련을 위한 입양가족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오창화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의 삶은 또 저마다 서로 다른 사연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서울 난곡동 가파른 고갯길 꼭대기에 베이비박스가 있습니다. 지난 10여 년 1900명 가까운 생부모들이 갓난아이를 가슴에 품고 힘겹게 여기를 올랐습니다. 

그분들은 우리는 알 수 없는 저마다의 안타까운 사연으로 제가 낳은 아이를 직접 키울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생명을 살리고 이 아이가 사랑이 넘치는 가정에서 자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은 편지를 남겼고, 같은 내용의 편지가 지금도 쌓이고 있습니다. 그 편지 중 상당수는 출생신고를 할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대부분은 아이를 포기해야 할 만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어렵게 생명을 지킨 엄마들입니다.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두고 뒤돌아서는 엄마들을 직원들이 황급히 뛰어나가 붙잡고 상담을 합니다. 상담의 제일 원칙은 낳은 부모가 아이를 직접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아이를 베이비박스에 두고만 가려다 이런 상담 과정을 거쳐 다시 아이와 함께 돌아간 분들이 최근에는 상담한 분 중에 30% 가까이 됩니다. 누적 인원으로는 227명입니다. 이분들의 절박한 필요를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돕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50% 넘는 생부모들은 자신을 둘러싼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아이를 둔 채 홀로 돌아섭니다.  

◇ “유기된 베이비박스 아동은 보호출산제 필요성을 설명해주는 실체” 

서울시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설치한 베이비박스 모습.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서울시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설치한 베이비박스 모습.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2012년 현행 입양특례법 시행 이후 베이비박스에 유기된 아동이 한 해 평균 200명이 넘었습니다. 어떤 분은 이렇게 유기된 아동 숫자가 점점 줄고 있기 때문에 입양특례법과 무관하다고 말씀하시는데 그것은 틀린 말입니다. 매년 급감하고 있는 출생아 수를 감안해 만 명 당 당해 연도 유기아동 수를 계산했을 때 2012년 4.9명이 2018년 9.8명으로 두 배가 늘어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유기되는 베이비박스 아이는 우리에게 보호출산제의 필요성을 설명해주는 실체입니다. 어떤 사연이든 아이를 유기해야 할 상황에 빠진 위기임산부에게 출구 없는 출생등록의 강요는, 유기와 낙태라는 훨씬 위험한 선택을 종용하는 비극적인 결과로 나타납니다. 

이런 결과를 막기 위한 보호출산제가 입양부모인 김미애 국민의힘 국회의원(부산 해운대을)과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광주 북구갑)을 통해 입법 발의 돼 법안 심사 대기 중에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떤 단체들은 성명서를 내고 반대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분들의 요지는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고 ▲임산부가 아기를 양육할 수 있도록 사회에서 지원하면, 모든 임산부가 직접 아기를 양육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일 이분들의 말씀이 맞다면 미혼모나 한부모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없고, 복지 시스템이 우리보다 훨씬 좋은 나라에서는 모든 미혼부모가 자기가 낳은 아이를 직접 키우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어디에도 원가정에서 분리되는 아동은 전체 출생아동의 평균 1%가 항상 발생합니다. 

북유럽 복지 천국이라는 스웨덴은 인구가 800만 명을 넘지만, 매년 발생하는 부모로부터 양육이 포기된 아동은 3000명이 조금 넘습니다. 인구가 5000만 명인 우리나라에서 매년 약 4000명의 아이가 부모로부터 양육이 포기된 요보호아동이 됩니다. 비교해 보면 복지선진국이라고 모든 아이들이 원가정에서 다 자라는 것은 아닙니다. 

◇ “보호출산제…위기 임산부와 태아 살리는 생명보호법”

지난해 12월 8일 '지켜진 아동의 가정보호 최우선 조치를 위한 공동대책 위원회'는 국회 정문 앞에서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보호출산에 관한 특별법' 적극 지지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해 12월 8일 '지켜진 아동의 가정보호 최우선 조치를 위한 공동대책 위원회'는 국회 정문 앞에서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보호출산에 관한 특별법' 적극 지지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어쩌면 이건 불완전한 인간들이 모여 사는 우리 사회에서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비극적인 숙명입니다. 인간이 만든 세상에서 지금껏 단 한 번도 빈틈없는 완벽한 제도는 존재하지 않았고 존재할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우리는 모든 생부모가 자신이 낳은 아이를 최선을 다해 사랑한다고 자신할 수도 없습니다. 보육원에 아이를 맡긴 부모 중에는 아이가 시설에서 퇴소하는 18세가 될 때까지 단 한 번도 면접 교섭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부모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많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헤이그협약의 보충성의 원칙은 원가정 우선 이전에 ‘아동이 완전하고 조화로운 인격발달을 위해 (원가정을 포함한) 가정환경에서 행복하고 애정 있고 이해하는 분위기 속에서 성장해야 함’을 인정하라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즉 무조건적인 원가정이 아닌 아동 최우선의 이익이 보장되는 가정환경을 명시한 것입니다. 

모든 태어난 아이가 원가정 안에서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하고, 낳은 부모의 돌봄과 사랑 속에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은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입니다. 그러나 다시 한번 강조하는 것은 모든 생부모가 자신의 자녀를 직접 100% 키우는 나라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이 사실은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할 때 미리 전제되어야 할 냉엄한 현실입니다.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고 여러 위기임산부의 안타까운 사연을 고아를 입양한 부모의 삶으로 선험적인 경험을 했던 김미애 의원과 조오섭 의원이 현실적인 해결을 위해 '보호출산법'으로 발의한 것입니다. 이 법의 목적은 아기의 생명을 지키고, 아기를 위험한 유기로부터 보호하고, 마지막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위기임산부의 건강한 출산을 국가가 책임지고 지켜주는 것입니다. 가장 안전한 장소에서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최상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물론 지켜져야 할 제일의 원칙은 원가정 양육입니다. 

보호출산제가 영아유기와 입양을 조장한다는 일부의 주장은 그래서 틀렸습니다. 국제간 협약으로도 인정받는 (원가정을 포함한) 가정보호 최우선 원칙을 지켜내는 보호출산제의 다른 이름은 위기에 빠진 임산부를 공적으로 보호하는 가운데 태아의 생명을 살리는 생명보호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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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ah**** 2021-07-28 00:34:09
오창화대표님과 김미애의원님이 어린 생명들을 위해 목소리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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