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난 상황 속에서 집의 의미와 중요성이 커지는 현재, 아이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관심이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베이비뉴스는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집다운 집으로’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동의 권리 관점에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집 밖은 위험해, 집이 제일 안전해! 그러니 나가지 말고 집에서 놀아야 해.”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을 훌쩍 넘은 지도 20일이 지났다. 정부는 뉴스와 신문 등 언론매체를 통해 외출 자제를 요청하고,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하며 위험 상황임을 경고하고 있다. 아이들과 상담할 때 집에서 놀라고 자주 말하곤 하는데, 아이들은 선생님의 이야기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 집도 안전하지 않아요”라고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이 있다. 코로나19를 피할 수만 있으면 과연 안전한 집이라고 할 수 있는지 아이의 이야기에 잠시 고민하게 되었다.
지난밤 내렸던 폭우에 비가 새는 집, 낡고 오래된 벽지에 곰팡이로 가득한 집, 뜨거운 여름날 바람 하나 통하지 않는 찜통 같은 집, 쥐와 벌레로 잠 못 이루는 집, 다섯 식구가 좁은 방 한 칸에서 몸을 접어가며 잠드는 집, 책상 놓을 공부방이 없어 이불 위 엎드려 숙제를 해야 하는 집, 그리고 코로나19 보다 무서운 학대와 가정폭력이 공존하는 집……. 만약 우리 아이가 이런 집에 살고 있다면 과연 우리 아이는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민철·민수·민재(가명) 형제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다. 하지만 유일하게 하나 있는 책상을 차지하기 위해 매일 전쟁을 치른다. 할머니는 책상 세 개와 공부방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지난해 폭우로 인해 비가 새면서 빈방은 곰팡이로 가득한 창고가 되었다. 이에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는 비가 새던 방의 지붕과 벽지, 장판 등을 바꿔 아이들의 공부방을 만들어주었다. 공부방이 생긴 아이들은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가방도 풀기 전에 공부방의 문부터 열어본다. 혹시나 학교를 다녀온 사이 공부방이 사라졌을까 걱정하면서 말이다.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아영(가명)이는 작년에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수업을 하며 집에서만 시간을 보냈다. 학교를 가지 않고 집에 있어서 좋다는 친구도 있지만, 아영이는 하루빨리 학교에 가기를 희망했다. 동네에 또래 친구 한 명 없는 아이에게 집이란 공간은 심심한 곳이었고, 화장실마저 오래되고 밖에 있어 불편하고 무서운 곳이었다. 이런 아영이에게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는 집에서만큼은 안전하고 편안하게 있을 수 있도록 집 안에 화장실을 만들어주고, 아동이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함께 놀 수 있는 자신만의 방도 만들어주었다. 집보다 학교가 편하고 좋았던 아동은 “선생님, 우리 집이 새집이 되었어요! 화장실도 혼자 갈 수 있고, 오늘은 친구에게 제 방도 구경시켜줬어요”라고 이야기하며 집이 제일 좋다고 한다.
일과 공부, 놀이, 외식, 문화생활 등 모든 것이 집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요즘, ‘집’이란 공간은 우리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특히 그 공간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에겐 더더욱 중요하다. 그렇다면 한 번쯤은 ‘아이들에게 적절한 집인가, 아동 친화적인 공간인가, 중요한 주거에 대한 문제를 결정할 때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가’에 대한 관점으로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남지역본부·경남아동옹호센터·경남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는 아동이 생각하는 ‘안전한 집’이 무엇인지, 아동이 생각하는 중요한 주거기준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경남지역 아동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면적과 방의 개수, 화장실의 유무 등으로 국한되어 있던 최저주거기준을 넘어, 아동의 입장에서 아동들이 생각하는 안전한 집의 기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자 한다. 아이들의 삶에서 감동적이고,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 ‘집의 변화’에 대해 사회가 함께 관심을 두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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