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이 편히 쉴 수 있는 집, 아동에게는 그런 집이 필요합니다”
“몸과 마음이 편히 쉴 수 있는 집, 아동에게는 그런 집이 필요합니다”
  • 기고=박준호
  • 승인 2021.08.09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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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다운 집으로] 19. 보호종료아동 박준호 씨

코로나19 재난 상황 속에서 집의 의미와 중요성이 커지는 현재, 아이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관심이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베이비뉴스는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집다운 집으로’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동의 권리 관점에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내용과는 무관한 사진입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내용과는 무관한 사진입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사람들은 다양한 형태의 집에서 거주합니다. 아파트, 주택, 반지하, 옥탑방, 그리고 제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아동양육시설까지, 형태가 다양한 만큼 집에 대한 추억도 각기 다르게 남아있습니다. 아동양육시설에서 성장했던 저는 여름만 되면 진동하던 곰팡이 냄새, 많은 남자 아이들의 땀 냄새 등 모든 냄새들이 섞여 불편했던 기억이 납니다. 대부분의 냄새는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기 마련이지만, 이상하게도 그 냄새는 익숙해지지 않았습니다.

함께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하고 싶은 일을 꾹 참기도 했습니다. 보고 싶은 TV 프로그램이 많았지만 잠을 자는 아이들, 공부하는 아이들 눈치를 보며 늘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했습니다. 또 노래를 듣고 싶지만 크게 틀 수 없어 밤새 이어폰을 끼다 보니 중이염에 걸린 적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나를 맞춰야 했기에 늘 불편했던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어린 시절 저의 집은 ‘불편’한 집이었습니다.

◇ 첫 독립, 스물다섯 나의 집

25살, 반지하이긴 했지만 처음으로 독립을 하게 되어 해방감으로 기뻤습니다. 혼자 살기에는 큰 집이라 청소하는 것이 힘들기도 했지만 혼자만의 공간이 생겨서 서재도 만들고, 옷방도 만들고, 열심히 꾸미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의 시끄러운 고함 소리, 자동차 경적 소리 등 집 안으로 들려오는 소음에 한동안 잠을 설쳐야 했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지냈던 시설과 달리 혼자 지내니 시끄러운 소리들이 더욱 명확하게 들려왔습니다. 하루는 집을 비운 사이 도둑이 들어 물건들이 없어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런 일을 겪고 나니 때로는 집을 비우는 것이, 또 때로는 집에 혼자 있는 것이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충격적이었던 기억은 첫 자립 3개월 만에 재건축으로 인해 힘없이 쫓겨나게 된 일이었습니다. 아직은 어린 나이였기에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두려웠던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첫 독립, 스물다섯 나의 집은 ‘시끄럽고’, ‘불안하고’, ‘두려웠던’ 집이었습니다.

◇ 몸과 마음의 안식처, 서른 살 나의 집

어느덧 서른 살이 되었습니다. 다양한 집을 거치고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집은 나의 몸과 마음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하는구나’라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지금의 집이 그리 대단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일이 끝나고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가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상쾌하게 샤워를 마치고 나만의 조용한 공간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곤히 잠들 수 있는 집은 저의 안식처입니다. 이제는 도둑이 들지는 않을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고, 누군가에게는 너무나도 평범한 집에서의 일상이 저에게는 정말 소중합니다. 그리고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모든 아이들에게도 이런 일상을 담은 ‘집’이 꼭 필요합니다. 서른 살, 이제야 저에게 집은 ‘몸과 마음의 안식처’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삶의 가장 많은 시간을 집에서 보내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공간이 ‘불편하고’, ‘시끄럽고’, ‘불안하고’, ‘두렵기까지’ 하다면 어떨까요? 특히 한창 몸과 마음이 자라나야 하는 우리의 어린 시절이 이런 기억으로 가득하다면 정말 슬픈 일일 것입니다. 부디 아이들이 살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모든 집이 아이들에게 ‘몸과 마음의 안식처’가 될 수 있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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