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김민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적 모임에 제한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유행한지 2년이 다 되도록 ‘사적 모임의 기준’이 애매모호한데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조차 그 기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따라 혼란을 겪고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국민이다.
대표적인 것이 결혼식이다. 결혼식은 사적 모임일까, 아닐까? 보건복지부가 지난 6일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2주 연장’에 대한 보도 참고자료에 따르면 ‘결혼식은 사적 모임 범주에 포함하지 않는다’라고 기재돼 있다.
반면, 중수본은 자신들이 보도한 참고자료의 내용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정책을 전개하고 언론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18일 KBS에 보도된 기사에 따르면, 중수본 관계자는 “결혼식 역시 사적 모임 가운데 행사 성격을 띠고 있음에도 예외적으로 49인(양가 24, 25명)까지의 인원을 허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국신혼부부연합회는 “중수본조차 사적 모임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한 채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수본이 모호한 기준을 갖고 정책을 펼치고 있다 보니, 정책을 따라야 하는 입장에선 혼란을 겪고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 모호한 기준을 철회한 것을 두고 ‘완화’해줬다는 변명, "정책 고민에 책임 의식이 결여된 것 아닌지"
또한 20일 SBS를 통해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결혼식은 식사가 동반되고 장시간 밀폐된 실내에 있어 방역적으로 위험도가 크다”며 “이미 친족만 참석 가능하도록 한 방역 기준을 친족 외 지인도 참석할 수 있도록 완화했으며 추가 완화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국신혼부부연합회는 “처음부터 현실적으로 말도 안 되는 정책을 마련해놓고 발을 뺀 것을 완화해줬다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연합회는 “애초에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은 친족이라는 이유로 안 걸리고, 친구라고 감염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오늘날처럼 친족이 더 멀리 떨어져 거주하고 친구와 지인이 더 가까이 지내는 상황에서 감염병을 막겠다고 ‘친족’으로 참석 기준을 규정한 것 자체가 잘못이다. 실제로 이것이 감염병 확산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과학적 근거조차 규명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결혼식장에서 직계가족을 넘어 친족간의 관계임을 증명하기 위해 서류를 일일이 떼어 증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 비난이 잇따르자 친족 제한을 철회한 것을 두고 “결혼식장은 완화해준 것이다”라며 시혜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정책을 고민하는 책임자로서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모호한 기준에 따른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또한 밀폐된 푸드코트에서 얼마든지 식사가 가능한데도 무제한 입장이 가능하다. 결혼식 연회장은 식당처럼 로테이션 입장조차 허용되고 있지 않아, 불합리하다는 예비부부들의 지적이 잇따른다.
통상적으로 결혼식 예식 시간은 30분 안팎이고 식사 또한 답례품으로 대체하는 등 선택적으로 이뤄지며, 대관 시간으로 인해 일반 식당보다 식사 시간도 더 짧다. 좌석을 띄어 앉거나 분리 공간을 활용하는 등 얼마든지 방역 수칙에 준하는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대안과 공간의 면적조차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양가 합상 49인으로만 규제하고 있다.
◇ 결혼식은 사적 모임 범주에 포함되지 않지만 ‘결혼식 식사 보증인원은 사적 계약이다?’
또한 중대본은 결혼식 보증인원을 49인 이하로 강제하는 방법은 고려하지 않느냐는 질의에 대해 “식사 보증인원은 당사자 간 사적 계약으로 행정명령을 적용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전 국가적인 재난으로 인해 국민이 겪게 된 불가피한 어려움에 대해 ‘사적 계약이니 알아서 할 문제’라며 논란을 방치하는 것은 국가가 국민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혼식이 사적 모임 범주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결혼식의 식사 보증인원은 사적 계약이라며 왜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인지 모호한 실정이다.
이미 정부에서 방역 지침이라는 이유로 사적 계약에 대해 49인으로 제한을 하고 있다면, 이에 따른 책임과 후속 조치도 정부에서 마련하는 것이 타당하다. 무엇보다 결혼식 보증인원 계약이 사적 계약이라 할지라도, 정부 세부 지침이 마련되지 않아 일부 예식장에서 이를 악용해 부당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점, 수많은 신혼부부들이 부당한 금전적 손해를 보고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 있는 정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정부에선 계약 당사자 간 알아서 할 일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전국신혼부부연합회 측은 “코로나19가 유행한지 1년 반이 넘도록 정부는 합리적인 결혼식 지침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그러다보니 일부 예식장에서 각자 자신의 입맛에 맞게 마음대로 지침을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예식장에서는 자신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계약서를 해석해 질 낮은 답례품을 강매하거나, 수백~수천만 원에 이르는 위약금을 통보하는 등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이에 따른 수백~수천만 원의 손실은 모두 신랑신부에게 전가되고 있다.
예비부부들은 중수본의 모호한 태도를 지적하며, 방역 정책에 명확한 근거와 논리, 타당성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신혼부부연합회는 "특혜를 달라는 게 아니라, 다른 시설과 마찬가지로 결혼식장도 형평성 있는 규제를 해 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전국신혼부부연합회는 ▲코로나19 결혼식 인원수 제한의 불합리 수정 ▲각 거리두기 단계에서 규제하는 인원수만큼 예식장 보증인원 조정 ▲예식장 답례품 및 위약금 문제 해결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전국신혼부부연합회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계속되는 불합리한 결혼식 지침에 부당함을 느낀 예비부부, 신혼부부들이 서로의 입장과 상황을 공유하며 자발적으로 모이게 된 단체다. 현재 코로나19 결혼식 관련 분쟁에 공동으로 대응하고자 의견을 모으고 있으며, 공정하고 세부적인 정책이 마련될 때까지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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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속상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