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이 메타버스 세계의 젠더이슈를 진단했다. 재단은 "기존 온라인 플랫폼의 젠더폭력이 메타버스에서 재현, 나아가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편으로 메타버스 시장이 커질수록 여성의 직업기회가 높아질 가능성도 전망했다.
재단은 7월 국회입법조사처 '메타버스 현황 보고서'의 "서비스 주 이용자인 10대 대상 성범죄(아바타 대상 스토킹, 불법촬영, 성희롱 등) 발생 우려가 크다"는 진단을 언급하며 "유입 연령대가 다양해지면서 기존 온라인 플랫폼의 젠더폭력이 메타버스에서 재현되거나, 딥페이크나 3D 모델링을 도구삼아 진화할 가능성도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해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결과, 사이버폭력을 경험한 초·중·고교생은 22.8%였고, 피해가 발생한 공간의 50.5%는 온라인 게임이었으며, 가해자의 45.8%는 모르는 사람이었다. 사이버폭력을 경험한 성인도 65.8%였는데, 이중 42.3%는 스토킹, 35.8%는 성폭력을 당했다.
재단은 "올해 2월 기준 이용자 2억 명 중 약 80%가 10대인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아바타를 이용한 유사 성행위 묘사 등 성추행과 스토킹이 대표적 사례로 보고됐다"고 말했다.
◇ "현실의 차별과 편견이 기술에 반영될 때 문제가 생긴다"
재단에 따르면 메타버스 내 성범죄 처벌 등 법적 대응은 원칙상 가능하지만, 아날로그 공간에 기반한 현행법의 한계, 국내법을 벗어난 초국적 공간이라는 문제가 있다. 아바타 간 성폭력이나, 법인격이 부여되지 않는 AI 아바타에 대한 성희롱 등 경계가 모호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 재단은 "가상공간 특성을 반영한 규범체계와 촘촘한 규제가 동시에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이어 재단은 'AI 이루다 사태'를 언급하며 "현실의 차별과 편견이 기술에 반영될 때 문제가 생긴다"라며 "기술개발 이용의 차별요소를 고려하고 다양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I 이루다는 메신저 기반 AI 챗봇으로 지난해 12월 출시 후 약 80만 명이 서비스에 가입했으나, 개인정보 유출, 이루다의 성소수자·장애인 혐오발언으로 비판받으며 올해 1월 서비스가 중단됐다.
연인 간 카카오톡 대화로 데이터 학습을 거치며 1차 편향이 일어나고, 이용자들의 혐오발언을 단순학습하면서 이루다에 2차 편향이 일어났다고 분석한 재단은, "이루다 사태로 우리사회의 혐오와 차별정서, 기술개발 주체의 성인지 감수성을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라며 "AI와 융합하는 메타버스 세계에는 현실이 그대로 투영되므로, 차별과 인권에 대한 교육, 윤리기준에 대한 정책개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이루다 사태'의 교훈, "ICT 분야에 젠더혁신 필요하다"
한편 재단은 이루다 사태가 "기술이 중립적이지 않고, 개발자의 시선이 반영됨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메타버스가 포괄하는 ICT 분야에 여성 대표성을 높이고 젠더혁신이 필요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여성가족부 '인공지능(AI) 기술 연구 및 전문인력 양성정책 특정성별영향평가'에 따르면 AI관련 사업체 271개 중 여성 대표자의 비율은 5.5%고, SW기업 2766개 중 여성대표자 비율은 5.0%, 여성전문인력 비율은 17.8%였다.
재단은 "기술개발과 평가과정에서 젠더를 중요한 변수로 보려면 여성인력 확대만으론 부족하다"라며 "이공계 여성비율 확대, 메타버스 정책의제에 여성전문가 참여 확대, 연구개발 조직의 성별문화 개선, '국가연구개발혁신법'에 성별분석을 반영하는 법률 개정 등 문화적·제도적 뒷받침이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메타버스 기반이 되는 ICT 분야 여성인력 비중은 10년 전인 2011년 32.1%에서 2019년 기준 27.7%로 매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재단은 분석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ICT분야 경력단절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제고방안 연구'에 따르면 ICT 여성분야 비중은 27.7%고 경력단절여성이 SW나 ICT분야에 재취업하는 비율은 32.5%에 그쳤다.
재단은 "메타버스 시장이 커질수록 여성의 직업 기회가 높아진다"라며 "ICT분야 외에도 콘텐츠 기획, 디자인까지 관련 직종이 전 영역에 걸치고, 메타버스 내에서는 소비자-생산자 간 역할변화가 자유롭고, 성별구분이 희미한만큼 일자리 창출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 후 "일자리 지원 정책, 청년여성·경력단절여성 대상 지원사업 역시 수요자 맞춤형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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