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진심으로 웃는 것이 맞을까요?
아이가 진심으로 웃는 것이 맞을까요?
  • 칼럼니스트 윤정원
  • 승인 2021.09.2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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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를 알고 하는 교육] 엄마를 헷갈리게 만드는 아이의 웃음
잘 웃는 모습을 칭찬하거나 아이의 장점으로 부각시킨다면 상황 대처를 웃음으로 하는 기제가 강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잘 웃는 모습을 칭찬하거나 아이의 장점으로 부각시킨다면 상황 대처를 웃음으로 하는 기제가 강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Q. 3세 아들이 실컷 놀고 나서 ‘장난감 정리하자’고 하면 자꾸 웃으면서 윙크를 해요. 애교가 귀여워서 함께 웃기는 하는데 한편 너무 봐주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이렇게 웃는 것도 괜찮을까요?

A.

1. 3세 아이에게 엄마는 어떻게 보일까요

3세 이전 아이의 눈에 비치는 엄마는 거대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뚝딱 만들어 내거나,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막고, 차단하기도 하는 엄마는 절대적인 존재입니다. 그래서 아이는 엄마만 바라보고, 엄마만 있으면 되고, 엄마가 없으면 안 되는 것처럼 행동을 해서 껌딱지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엄마라는, 전능적인 존재 앞에서 아이는 어떻게 하면 잘 보이고, 나를 좋아하게 할까 의식하지 않은 채 방법을 찾아갑니다.

물론, 절대적인 존재가 자신을 해하지 않게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본능도 포함합니다. 아이는 자신이 무엇인가를 할 때 ‘안 돼’ 라는 엄마의 표현이 자신을 공격하거나 해한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찾아 낸 것이 방어기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방어기제는 두렵거나 불쾌한 정황이나 욕구 불만에 직면했을 때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자동적으로 취하는 적응 행위로 도피, 억압, 동일시, 보상, 투사, 등이 있는데 적응적이라는 부분에 주목해야 합니다. 영·유아는 생명 본능으로 인해 자신이 살아남아야 하는 세상과 나를 돌보는 양육자에게 적응적인 행위를 하게 됩니다. 본능에 반응하는 행동은 부정도 긍정도 아니지만, 형성된 방어기제를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부정도 긍정도 될 수 있습니다.

2. 방어기제 중에서도 더 나은 것이 있을까요

방어기제는 세상을 적응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수입니다. 관계와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자신이 가장 안전할 수 있는지 경험을 통해 터득하게 됩니다. 피할 것인지, 공격할 것인지, 억누를지 등 마음과 정신의 흐름이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보통 심리학에서는 승화나 동일시 정도를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평가합니다.

승화는 어떤 현상을 더 높은 상태로 발전시키는 일 또는 자기 혼자만 가지고 있던 용인되지 않은 생각 혹은 동기를 인간 집단에 표출해 모두가 납득할 만한 동기로 진전시키거나 바꾸는 일입니다. 동일시라는 말은 다른 개인이나 집단의 특징을 자신의 것과 동일하게 여기는 정신적 조작입니다.

그 외에도 질문자의 아이처럼 웃으면서 상대의 기분을 통제하려는 것도 일종의 방어기제라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웃으면 엄마가 따라 웃거나 화를 내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했다면, 비슷한 상황이 되거나 때론 요구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도 웃으면서 설득하려고 할 것입니다. 아이의 웃거나 윙크하는 모습은 그 행동 자체가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거나 잘못된 행동이라 보기는 어려워서 주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잘 웃는 모습을 칭찬하거나 아이의 장점으로 부각시킨다면 상황 대처를 웃음으로 하는 기제가 강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3. 웃음이 가면이 되지 않도록 마음으로 웃어야 합니다

뒤센 미소와 팬암 미소는 빛과 그림자처럼 대비되는 현상입니다. 뒤센 미소는 진짜 기쁨과 행복으로부터 나타나는 웃음을 가르키는 말로, 사람이 미소를 지을 때 광대뼈와 입술 가장자리를 연결하는 협골근과 입술 가장자리의 구륜근을 주로 사용하지만 진짜 웃음은 다른 근육과 함께 눈 가장자리 근육인 안륜근을 사용하게 됩니다. 심리학자 폴 에그만은 이 사실을 처음 밝혀냈고, 19세기 신경심리학자 기욤 뒤센의 이름을 따 진짜 미소를 뒤센 미소라 합니다.

이와 반대되는 가식적인 미소가 팬암 미소라 할 수 있습니다. 필요에 의해 의도하고 웃는 웃음이 익숙해지면 습관처럼 기계적으로 웃게 되므로 아이의 다양한 의미를 담은 웃음에 반응하는 엄마, 부모의 태도가 중요하겠습니다. 지나치게 과장되거나 과한 표현은 삼갑니다. 또, 아이에게 엄마 아빠의 웃음이 어떻게 보일지도 살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아이의 연령에 맞는 의사소통이 잘 이뤄진다면 굳이 웃음으로 원하는 것을 얻으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 눈에 비친 거대한 엄마가 일방적이거나 통제적이라면 높고 단단한 벽처럼 느껴지지 않을까요?

엄마에게 다가가는 길을 벽 때문에 만들 수가 없어서 돌아가는 방법을 택했을 것입니다. 그것이 웃음이 아닐까 합니다. 아이와 엄마 사이에 마음의 길이 열리면 의사소통은 다양한 방식으로 가능해 집니다. 벽을 허물거나, 문을 만드는 것이 뒤센 미소를 지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팬암 미소가 가면이 되지 않도록 아이와의 소통을 위해 마음이 오고 갈 수 있는 길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칼럼니스트 윤정원은 한양대 교육대학원 예술치료교육학 석사를 마친 후, 한양대 의과대학원 아동심리치료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현재 공감이 있는 공간 미술심리치료연구소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사람과 예술을 경험하고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연구를 꾸준히 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인간의 이해에 기본이 될 수 있는 정신분석적 접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오늘도 마음과 귀를 열고 듣고 담을 준비가 돼 있는 미술심리치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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