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선생님이 쓰러졌습니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쓰러졌습니다
  • 칼럼니스트 박현주
  • 승인 2021.11.1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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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꿈을 꾸는 아이] 어린이집 CCTV는 공평한가

진심으로 신뢰하는 나의 선생님이 쓰러졌다. 다른 사람들의 일인 줄만 알았다. CCTV를 보겠다 부모들이 찾아오고 원장이 쓰러졌다는 말들 다른 부덕한 어린이집의 일인 줄 알았다. '뭔가 잘못한 것이 있으니 그러겠지.'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이런 생각 한번 쯤은 했을테다. 정말 그럴까? 우리는 정말 세상의 눈에 부도덕하기만 한 것일까?

최근에 갖게 된 의문이다

CCTV는 그 설치 목적이 그러하듯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목적 외에는 절대 함부로 타인의 삶을 들여다 보는 것이 당연한 또 하나의 권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절대 안 된다. ⓒ베이비뉴스
CCTV는 그 설치 목적이 그러하듯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목적 외에는 절대 함부로 타인의 삶을 들여다 보는 것이 당연한 또 하나의 권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절대 안 된다. ⓒ베이비뉴스

◇ 지난한 스트레스의 시작, CCTV

어린이집의 CCTV 역사는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천의 한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어린이집 교사들에 대한 불신의 바람이 불었다. 

그전에는 어린이집에 CCTV를 요구한 사례는 있었지만, 과연 그정도로 어린이집을 신뢰하지 못하면서 아이를 맡기는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의문이 있었다. 그렇게 불안하면 가정에서 보육하는게 옳타고 생각했다. CCTV를 다느냐 마느냐 지리한 정치적 사회적 이슈가 이어지고 결국에는 의무화 되었다. 

사실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CCTV가 설치된 특수학교에서 근무했던 터라, 아이들을 잃어버리거나 혹은 어떤 분쟁의 소지가 있을 때 교사를 지켜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편으로는 가지고 있었다. 교사들은 부당하다고 소리쳤으나, 나는 시대의 흐름이 이렇게 흘러가지 않을까 생각했다. 

대한민국 어느 직장에서 타인의 삶을 모니터로 들여다 볼 권리를 가질 수 있을까. 무슨 이유로. 그럴 권리가 있는 그 곳이 바로 어린이집이다. 어린 영유아들을 보호하기 위한 명분으로 전국의 어린이집에는 CCTV 또는 네트워크 카메라가 설치되었다. 

처음 의무화가 되고 나서 CCTV, 네트워크 카메라 둘 중 어느 것을 설치해야할지 고민했었다. 

네트워크 카메라를 설치한 원장님에게 자문도 구했다. CCTV는 녹화자료를 말한다. 자료는 60일 이상 보관돼야 한다. 네트워크 카메라는 실시간으로 부모가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반면 보관이 되지 않는다. 둘의 차이가 이렇듯 명확하다보니 어떤 것이 덜 교사의 인권 침해에 해당되며, 어떤 것이 더 원래 취지에 맞게 어린 영유아들을 잘 지켜 낼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리고 최종 원래 취지, 영유아의 안전을 지켜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 CCTV였다. 일단 상황이 녹화되기 때문에 여러 정황들을 다시 되새겨 볼 수 있었고, 때문에 분쟁의 해결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반면 네트워크 카메라는 녹화자료가 없기 때문에 분쟁의 해결에 적극적으로 사용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실시간으로 감시받는 느낌을 교사들이 받을 수 있다 판단했다. 예상은 그리 틀리지 않았다. 

"선생님 우리애 손씻는데 소매 안 걷었어요. 옷 소매 좀 올려주세요." 

어린이집으로 걸려온 전화란다. "선생님 우리애 머리띠 내려왔어요.", "선생님 우리아이 내복 나왔어요."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이 가능해지니,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는 학부모가 생겨났다. 실시간으로 어린이집의 교실을 쳐다보고 실시간으로 전화를 한단다.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다는 원장님의 말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물론 대부분의 학부모는 그렇지 않는다. 처음에는 불안함에 그랬을지 몰라도 시간이 가고 신뢰가 쌓이면 그렇지 않는단다. 

CCTV관련 부모교육을 실시하고, 정기적인 운영위원회를 개최해서 누구보다 투명하게 부모와 함께 하는 어린이집으로 만들어가려고 애써왔다고 자부했다. 불과 몇개월전 인근의 어린이집 원장의 자살소식을 들었다. 어린이집에서의 학대를 의심한 학부모의 CCTV 공개 요청에 CCTV를 공개했다 했다. 녹화된 일상에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했다. 그런데 그 어린이집의 원장님의 자살 소식이 들려왔다.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혹시 조사 결과 무언가가 나오지 않을까.‘

맘카페의 소문만으로 한사람의 생을 죽음으로 내몬 그 사건에 경악하면서도 동종업계의 원장으로 누구보다 비통해 하면서도,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마음 한 구석 의구심을 품었던 것도 사실이다. 

◇ 처음으로 공개하다

CCTV가 설치되고, 학부모 모니터링이나 별도의 지도점검 등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교사의 요청으로 학부모를 모신 자리에서 CCTV가 공개되었다. 사실 별일 아니라 생각했다. 워낙 교사에 대한 신뢰가 두터웠고, 선생님이 아이들을 대하는 평소 모습에 늘 존경과 감사를 표해왔던지라 별일 아닌 듯 가볍게 생각했다. 이유야 어찌되었 건.

하지만 아니었다. CCTV를 공개하고 얼마쯤 지났을까.

선생님이 우셨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아이들과 몸놀이를 하고 즐겁게 수업을 진행하고, 한명 한명 화장실로 데려가 줄을 세우고 닦이는 모습에 잔잔한 감동을 받던 중이라 선생님의 울음이 단지, 오해의 해소로 인한 안도의 눈물인 줄 알았다. 완전한 착각이었다.

선생님의 울음소리는 점점 커졌다. 급기야 얼마 지나지 않아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더 숨을 쉴수 없었다. 교실로 데려간 선생님을 동료교사가 눕히고 몸을 주물렀으나 쉽게 의식이 되돌아 오지 않았다. 내가 들어가자 눈동자가 한껏 풀린 채 "미안해요. 원장님" 소리만 어렵게 목구멍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눈물이 핑 돌았다. 도대체 뭐가 미안하단 말인가. 학부모 보기 부끄럽지 않을 매일을 공개하면서 도대체 무엇이 선생님에게 미안한 마음을 줬을까.

◇ 심리적 쇼크의 개인차, 존중받을 수 없을까

이틀이 지나도 선생님은 건강을 회복하지 못했다. 병원에 가보라고 권하고 수시로 동료교사를 통해 건강상태를 확인했지만 선생님은 여전히 비슷한 이야기에 숨이 가빠졌다. 공황장애(갑자기 극도의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는 불안 장애의 일종)를 의심했다. 심장 한켠이 저릿해졌다.

함께 CCTV를 보던 어느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었다.

몇 일 더 지나, 선생님에게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물었다.

자신이 잘 못한 일이 공개될까봐 그런 것에서 오는 불안은 아니라 했다. 실제로 영상속 선생님은 누구하나 꼬투리 잡을 일 없이 아이들에게 고루 사랑을 주었고, 자신의 일에 충실했다. 그만하면 충분했다. 그런데 선생님은 정신을 잃을 정도로 사지가 마비될 정도로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수치심’, ‘인간적인 모멸감’

선생님은 ‘발가벗겨진 채로 사람들 앞에 서 있는 모습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했다.

사람마다 같은 장면을 경험하는 ‘느낌’은 모두 다르다. 내가 CCTV속 선생님을 보면서 느낀 감정은 ‘자랑스러움’이었다. 그렇지만 선생님은 ‘수치심’ CCTV를 보고자 둘러싼 많은 이들 앞에 인간적인 존중이라곤 없는 그 곳에서 점점 깊은 구렁텅이로 빠져들고 있었다.

누구도 사람을 부끄럽게 만들 권리는 없다. 원치 않는 모멸감을 감당해야 하는 이가 힘없는 보육교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내가 그러했듯이 ‘그까짓것, 잘못하지 않으면 떳떳하겠지.’라는 말이 얼마나 공격적인 태도인지 우리는 되돌아 보아야 한다.

CCTV는 그 설치 목적이 그러하듯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목적 외에는 절대 함부로 타인의 삶을 들여다 보는 것이 당연한 또 하나의 권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절대 안 된다.

◇ CCTV는 공평한가

그렇다면 어린이집에 설치된 CCTV는 공평할까? 영유아들은 아직 말을 하지 못하고 신체보호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 정당성이 입증되었다면, 그렇다면 발달장애아이들이 다니는 특수학교는 CCTV 없이도 안전한가? 또는 발달장애 아이들 중 자신의 삶이 공개되길 원치 않는 그들의 인권은 어떻게 지켜질 것인가? 그리고 비슷한 또래들이 다니는 유치원은? 쉬는 시간이 있어서 돌봄의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초등학교에서의 분쟁을 위해 CCTV는 왜 의무 설치가 되지 않고 있는가?

특수교사와 유치원교사, 초등학교 교사의 교권과 인권은 보호되어야 하고 어린이집의 보육교사인권은 이렇듯 쉽게 다가가도 된단 말인가. 언론에서 만들어 놓은 프레임 ‘보육교사 = 예비 범죄자’라는 프레임에 맞추어 이렇게 교권과 인권 따위 아이들의 인권, 보호자의 권리에 묻혀 이렇게 스러져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단 말일까.

CCTV는 불공평하다. 대한민국에서 교사는 차등적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보육교사는 가장 하층민이 분명하다.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사회의 암묵접 합의, 그게 CCTV다.

최저임금을 주어도, 최장 시간 근무해도, 쉴 수도 없는 휴게시간으로 근무시간만 늘려놓아도, 아무소리 없이 지내야 하는 최하층민이 보육교사다.

아동학대는, 교사의 낮은 자존감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사회 구조는 악순환의 구조를 만들어 낼 뿐이다. 보육교사는 일상을 공개당하며 인권을 유린당하는 일을 매일 같이 반복한다. 이들에게 드높은 자존감으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이 흐르듯 전해지는 아이의 자존감,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을 자존감 높은 아이들로 키워달라는 요구는 몹시 무례하다.

◇ 목적외의 사용을 금지하라

선생님이 쓰러지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 공문을 받았다. 야간연장지도점검에 대한 내용이었다. 야간연장을 이용하는 아이들의 실제 하원시간을 CCTV로 확인할 수 있으니 협조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현장점검시 야간연장 이용아동의 기록된 등하원 시간과 CCTV상의 시간이 일치해야 합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나에게 소중한 또 어느 선생님이 무너져 내릴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시청에 바로 전화를 했다. 사실확인이 필요했고, 선생님들에게 안심이 필요했다.

원래 CCTV공개 원칙에 해당되지 않는 것 아니냐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왜, 영유아의 안전과 야간연장반 하원시간이 무슨 연관이 있냐고 물었다.

놀랍게도, CCTV 설치 목적 중 가장 아래쪽에 적혀있던 ‘범죄의 수사’라고 했다.

“범죄 수사요? 그렇다면 매번 확인하는 게 아니라 어떤 허위 운영에 대한 근거를 가지고 오시는 거죠? 회계가 안 맞다거나 부모의 민원이 있었거나, 내부고발이 있었거나 해야 CCTV를 볼 수 있는거죠?”

“아니요, 그런거 없이도 정기 점검으로 볼 수 있어요. CCTV를 확인해서 보조금 부정 수령을 적발한 사례가 있어요, 그래서 볼 수 있는거고...이게 가벼운 문제가 아니에요. 보조금 허위 운영은 소송까지 갈 수가 있는 거고...”

공무원의 말은 그랬다. 야간연장반 운영자체가 보조금을 허위 수령을 전제로 ‘예비범죄자’의 눈으로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내내 불편했다. 그렇다면 어린이집 운영자체도 보조금 허위수령을 전제로 ‘예비범죄자’로 보는 건가? 순간 의구심이 들었지만, 이내 수긍하고 말았다. 이미 세상은 어린이집 보육교직원들을 보는 눈이 그러했으므로. 아무리 나는 아니라고 외쳐본들 소용없는 일이다. 아프게도 어쩔 수 없을 테다.

목적에서 벗어난 CCTV의 사용. 정말 정당할까.

어린이집 보육교직원을 함부로 의심할 권리. 한 인간대 인간으로 너무 잔인한 일은 아닐까.

어린이집 원장들은 보조금을 부정수령할 수 있는 예비범죄자니까, 어린이집 교사들은 아동을 학대할 수 있는 예비범죄자니까.

나는 이런 사회의 시선이 몹시 아프다.

몇 일을 곱씹어 생각해도 아프다.

정말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일까? 이 나라의 정책을 좌지우지 하는 높으신 분들은 인권의 경중을 따져, 어린이집 보육교직원을 예비범죄자로 낙인찍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만으로 대한민국의 아이들을 정말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나는, 내 아이들에게 어떤 선생님으로, 어떤 원장님으로 기억될까.

*칼럼니스트 박현주는 유아특수교육을 전공해 특수학교에서 근무했다. 결혼과 출산을 겪으면서, 내 아이를 함께 키우고 싶어 어린이집을 운영하게 됐다. 화성시에서 장애통합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부모님들과 함께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데 동참해, 현재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에서 장애영유아 발달상담도 함께 하고 있다. 다양한 아이들을 키우는 일, 육아에서 시작해 아이들의 삶까지, 긴 호흡으로 함께 걸음으로 서로의 고민을 풀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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