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김민주 기자】
오랫동안 초등학교 학부모, 특히 직장을 다니는 엄마에게 부담이 돼 교육청 단골 민원이기도 한 교통안전봉사가 교육부와 교육청들의 지침이 부재한 가운데 계속되고 있다. 이 문제가 국정감사의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동용 더불어민주당(순천시광양시곡성군구례군[을]) 국회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교 6212개교 가운데 약 43%가 여전히 녹색어머니회를 포함한 학부모 교통안전봉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자료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교육청까지 추산할 경우, 지역 간 편차가 심하긴 하지만, 절반의 학교가 등교안전에 학부모봉사에 기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봉사라고 하지만 여전히 사실상 강제성을 띠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전남, 전북교육청을 비롯해 일부 교육청은 공문을 통해 교통봉사를 강제하지 않도록 당부하고 있긴 하지만 수도권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강제 할당에 대한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현실 탓에 오래전부터 직장에 다니는 학부모는 조부모에게 부탁하거나 여의치 않은 경우 알바를 구해 왔다. 당근마켓 같은 중고 애플리케이션이나 맘카페에서는 시간당 1~2만 원의 소위 녹색알바 거래가 성황이다.
직장에 다니지 않는 학부모가 느끼는 부담도 마찬가지다. 다자녀부모는 ‘아기띠를 매고 교통봉사했다’거나 ‘아이가 둘이라 당번을 두 번 서야 한다’고 토로한다. 이처럼 부모 가운데서도 특히 엄마에게 부과되는 짐은 직장 여성에겐 퇴사를 고민하게 하고, 경력단절 여성에게는 재취업의 희망을 꺾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2021년 교통안전봉사 관련 민원에 따르면, 교통안전에 필요한 인원은 고정적인 반면 학생 수 감소, 맞벌이 증가로 참여할 수 있는 학부모는 줄어드는데 교육청이 예산, 정책에서 그런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데서 발생하는 갈등이 발생한다고 나타난다.
일례로 서울 강서구 한 초등학교에서는 올해 교통봉사 의무화했다가 학부모들의 반발로 맞벌이 등 일부 학부모는 예외로 하는 방식을 전환하기도 했다. 코로나 확산 속 자녀 원격수업을 돕기 위해 월차를 이미 사용했는데 일방적으로 교통봉사를 의무화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민원도 있다. 교육부과 대다수 교육청들이 제도와 예산에서 뒷받침해주지 않고 사실상 뒷짐지고 있는 사이에 피해와 갈등은 고스란히 학생, 학부모, 교직원에게 돌아가고 있다.
보건복지부 주관 노인일자리 활용 교통안전사업도 확대 추세지만 50%에 이르는 학부모 의존도를 단기간에 줄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점에서 교육부, 교육청, 지자체가 과거처럼 학부모 참여를 전제로 제도를 운영하기보다는 애초에 사회적 일자리 사업 등 100% 외부 인력 사용을 전제로 예산을 편성해야 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동용 의원은 “녹색어머니회를 비롯해 교통봉사에 순수하게 참여한 학부모들의 노고와 헌신은 인정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 제도의 기저에는 돌봄노동, 가사노동을 포함해 여성의 노동을 무임노동으로 간주해 국가가 필요할 때마다 언제든 동원해 온 역사적 맥락이 있다”며,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상반기 경력단절여성 현황을 보면 20대 여성부터 50대 여성까지 직장을 그만둔 사유는 육아가 압도적이며, 그 비율도 평균적으로 유치원 고학년 혹은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는 둔 30대 여성에서 48.5%로 가장 높았다. 온종일돌봄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조건에서 교통봉사당번은 학부모, 특히 어머니의 직장생활을 어렵게 하고, 직장에 복귀하려는 여성의 발목을 잡는 또 하나의 요인”이라고 교통봉사당번의 구조적 문제를 꼬집었다.
이어서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 교통안전 전문성을 갖춘 사회적 일자리를 대폭 확대하는 게 시대적 흐름에서도,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학부모 교통봉사는 학부모가 학교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교육적 활동에서만 이뤄져야 하고, 녹색어머니회도 본인의 의사와 형편에서 따라 봉사가 아닌 사회적 일자리로 금전적 보상을 받으며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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