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똑, 엄마와 아기는 잘 있나요?”… 생애초기 건강관리 시범사업 '주목'
“똑똑똑, 엄마와 아기는 잘 있나요?”… 생애초기 건강관리 시범사업 '주목'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1.10.0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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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와 만 2세 미만 영아가정에, 간호사·사회복지사 등 찾아가 건강관리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지난해 9월에 출산한 김수현 씨는 생애초기 건강관리사업에 참여했다. 김수현 씨는
지난해 9월에 출산한 김수현 씨는 생애초기 건강관리사업에 참여했다. 김수현 씨는 "심리 상담을 통해 우울감과 스트레스가 많이 있다는 것을 자각했다"고 말했다. ⓒ베이비뉴스

“심리 상담을 받아 보니까 우울감과 스트레스가 많이 있었더라고요. 엄마가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많으면 아이한테 영향이 가니까… 집이 3층인데 밖에 뛰쳐나가고 싶었어요. 제가 없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제가 그걸 자각하지 못하다가 상담을 통해 자각한 거죠. ‘내가 이렇게 우울했구나, 우울해서 우리 아기한테 문제가 가겠구나.’ 만약에 누군가가 저에게 물어주지 않았다면 우발적으로 어떤 행동을 했을지 모르겠어요.” (2020년 9월 출산한 김수현 씨)   

생애초기 건강관리 사업에 참여한 김수현 씨의 말이다. 보건복지부는 아동 건강의 시작점인 임신·영아기부터 건강한 출발을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해 부모의 양육역량 강화와 건강 형평성 제고를 위해 생애초기 건강관리사업을 2020년부터 시범사업으로 시작했다.

보건소에 등록하거나 서비스 신청한 임산부와 만 2세 미만 영아가 있는 가정에 간호사 등 전문인력이 찾아가 건강상담, 영아 발달상담, 양육교육 등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사업은 지난해 21개 보건소에서 시범사업을 했다.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이 1399명 조사 대상자 중 674명 산모가 응답한 시범사업 서비스 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본방문 만족도 평균 점수 9.3점(10점 만점, 사업의 충실도 기준은 8.8점)으로 매우 높았다. ‘가장 만족스러웠거나 도움 됐던 것’에 대해선, 많은 산모들이 ‘아기 상태 발달 체크·확인’(61.9%), ‘궁금한 점,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54.3%), ‘공감, 정서적 지지, 위로’(46.0%) 등을 꼽았다. 

이후 2021년 7월부터 경기 오산시 등 9개 시·구 보건소에서 인력 채용, 교육 등을 거쳐 총 30개 보건소로 확대 시행됐다. 생애초기 건강관리사업은 보편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보건소 등록 임산부 대상 건강평가를 진행하며, 평가 결과에 따라 ‘기본방문’과 ‘지속방문’군으로 분류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본방문 대상의 경우, 간호사가 출산 후 8주 이내 1회 가정을 방문해 ▲산모의 영양 ▲운동 ▲수면 등 기본적인 건강상담과 ▲정서적 지지 ▲신생아 성장발달 확인 ▲수유·육아환경 등 아기 돌보기에 관한 교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울감, 심각한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건강한 임신·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지속방문 대상의 경우는 출산 전부터 아이가 24개월이 될 때까지 평균 25~29회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 간호사를 만나고 달라진 점…“숨통이 트이는 느낌”

지난해 9월에 출산한 김성희 씨는 아이를 출산한 지 100일 좀 지나 너무 힘들어서 감정이 터져버려 소리를 지르기도 했던 당시를 털어놨다. ⓒ베이비뉴스
지난해 9월에 출산한 김성희 씨는 아이를 출산한 지 100일 좀 지나 너무 힘들어서 감정이 터져버려 소리를 지르기도 했던 당시를 털어놨다. ⓒ베이비뉴스

임신도 처음, 엄마가 된 것도 처음. 모든 게 낯설고 신체적·심리적·환경적 변화도 감당하기 어려운 하루하루를 겪는 엄마들에게 간호사와 사회복지사 등은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 지난해 7월 출산하고, 8월에 사업에 참여한 김성희 씨는 아이가 태어난 지 100일 지나자 “너무 힘들어서 감정이 터져버렸다. ‘나보고 어쩌라고’, ‘아 몰라 네가 알아서 해’. 그러면서 소리를 질렀다”고 너무 힘들었던 당시를 떠올리며 털어놨다.

지난해 9월에 출산한 김수현 씨도 “저희 집이 3층인데 밖에 뛰쳐나가고 싶었다. 제가 없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며 아찔했던 그 순간을 이야기했다.   

출산 후 힘들었던 이들은 간호사를 만나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김성희 씨는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 들었다. 잘한다, 잘한다, 잘하고 있다고 해주셨다. 그런 말을 들으면 ‘아 나 잘하고 있어?’ 하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모유 수유와 관련해서도, 김성희 씨는 “남편과 시어머니 말은 압박으로 들리고 반항심이 생겨서 하기 싫었는데 간호사님을 만나고 나서 모유 수유를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엄만데 아이한테 가장 좋은 걸 해주고 싶지 않나. 강요로 안 느껴지게 잘 상담해주시니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충분히 잘하고 있다, 힘들면 안 해도 된다고 말씀해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 조련당한 느낌?(웃음)”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지난해 11월에 출산한 권현정 씨도 “임신을 잘한 건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지 불안했는데 간호사님을 만나서 되게 힘든 순간을 더 나쁘지 않게… (눈물) … 나쁘게 넘어갈 수도 있었다. 우울증이 심해질 수도 있었는데 얘기도 많이 들어주시고 하시니까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려고 더 노력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간호사 역할?… “아이 엄마가 가진 강점을 잘 살리도록 도와주는 것”

이경민 간호사는 지금 세대 아기 엄마들이 살아온 치열한 경쟁 과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면서 엄마들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잘하고 있다고, 칭찬하고 응원하고 지지해줬다. ⓒ베이비뉴스
이경민 간호사는 지금 세대 아기 엄마들이 살아온 치열한 경쟁 과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면서 엄마들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잘하고 있다고, 칭찬하고 응원하고 지지해줬다. ⓒ베이비뉴스

엄마들을 찾아가 만나는 간호사와 사회복지사는 어떤 마음으로 엄마들을 만나고 있을까. 이경민 울산 북구보건소 생애초기 건강관리사업 전담 간호사는 김성희 씨의 조련 발언에 대해, 절대 아니라고 웃으며 부정했다. 

“모든 개인이 가진 강점이 있는데 아이 엄마가 잘할 수 있는 걸 잘하게 도와준 거지 절대 조련은 아닌 것 같아요(웃음). 지금 세대 아기 엄마들이 굉장히 치열한 삶을 살아왔어요. 입시경쟁, 취업경쟁 뭔가 계속 성과를 이루는 삶을 살다가 막상 육아할 때는 눈에 띄는 성과가 없거든요.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아기 몸무게를 측정하고 성장도표를 살펴보면서 ‘엄마가 아기를 잘 먹이고 잘 키운 덕분에 아이가 잘 성장하는 것 같다’고 보이는 대로 말씀드려요.”

이경민 간호사는 지금 세대 아기 엄마들이 살아온 치열한 경쟁 과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다. 그리고 엄마들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잘하고 있다고, 칭찬하고 응원하고 지지해줬다. 그것이 엄마가 처음인 이들에겐 최고로 힘이 됐다.  

김점숙 사회복지사(울산 북구보건소 생애초기 건강관리사업 전담)는 엄마들이 스스로 가정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김점숙 사회복지사는 “우울 안에 엄마랑 아기랑 가족이 빠져있어요. 저희가 밖에 서 있잖아요. 저희가 같이 들어가서 꺼내드릴 수가 없잖아요. 엄마가 그 안에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생각해보는 거예요. 저희도 그 가정 안에 매몰돼서 문제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거든요. 그런데 스스로 해내는 건 가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업을 기획한 강영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저희가 간호사와 사회복지사에게 엄마와의 관계를 지속해서 맺도록 요구하는 이유는 엄마가 어떠한 어려움에 빠져있더라도 아기의 손을 놓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간호사, 사회복지사와 엄마가 맺는 관계는 결국 엄마와 아기가 맺는 그 관계의 모델이 되도록 하는 게 이 사업의 대단히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선생님(간호사, 사회복지사 등)들과 만나서 저를 지지해 주는 데서 제가 변하는 경험을 했어요. 아이도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힘들 때가 있을 텐데, 정서적 지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 것 같아요. 한 아이를 사회가 키운다는 말이 있잖아요. 간호사님이 저희 아이를 1년 동안 같이 키워준 느낌이에요. 느낀 것들을 아이에게 전달해줘야겠어요. 사랑도 주고, 지지도 주고, 마음속에 따뜻함이 있는 아이로 키웠으면 좋겠어요.” (김성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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