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까지는 가을이 올 것 같지 않은 무더위가 지속되더니 어제부터 제주에 내리고 있는 가을비 때문인지 날씨가 한낮에도 무척이나 서늘해졌습니다. 가을을 준비할 틈도 없이 제주의 가을을 맞이하게 되었는데요. 왠지 올해는 가을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추운 겨울이 올 것만 같은 예감입니다. 제주를 탐닉하게에 참 좋은 계절인 ‘가을’. 이 좋은 시기에 제주에 오실 계획이 있다면 오직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탐험을 해보시는 것 어떠실까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지난 16번째 제주이야기 ‘제주의 가을을 물들이는 축제, 온라인으로 즐겨볼까요?’ 칼럼에 이어 세상에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제주 탐험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두 개의 행사를 소개하려고 해요.
먼저 소개해 드릴 행사는 애월읍 수산(물메)리에 있는 작은 책방 ‘그리고 서점’에서 진행 중인 ‘시야, 넌 참 아릅답구나!’입니다. 수산은 올레 16코스가 지나는 길목이면서 ‘수산봉’(표고 121.5m, 둘레 1612m의 원추형 오름)과 400년 된 소나무 ‘곰솔나무’(천연기념물 제441호), ‘수산저수지’, 예원동 마을을 지날 때까지 밭담길 곳곳에 세워진 ‘시비(時碑)’가 무려 116개가 있는 아름다운 마을인데요. 특별히 시비는 한국시인협회가 선정한 100대 시인의 시를 골라 새겼습니다.
‘시비가 있는 마을’의 자원을 활용해 서점지기인 정현덕 대표가 기획하고 제주문화예술재단 프로젝트 ‘고치가치’(다 같이 고쳐 쓰며 새 가치를 만든다는 의미)와 극단 공육사 예술감독인 류태호 교수가 함께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저마다의 추억 속에 남은 아련한 시 한 편을 읊고 노래 부르며 함께 시를 낭송하고, 마을 벽에 시화를 그리고, 시비를 따라 물메마을 길을 함께 트레킹 하고 제주와 관련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한바탕 축제가 10월부터 11월까지 계속 이어지는데요. 특히 11월 13일 곰솔나무 앞에서 열리는 ‘시 축제 한마당’ 공연에는 장필순, 극단 공육사, 꿈섬 어린이 합창단, 타악그룹 더 퐁낭 등의 특별순서가 예정되어 있으니 꼭 메모해 두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수산리 작은 책방 ‘그리고 서점’과 ‘수산리 새마을작은도서관’을 중심으로 문화생산자가 지역문화와 장소성에 기반해 다양한 문화자원을 연결하고 새로운 지역 문화를 발굴함으로써 마을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그리고 서점의 인스타그램(@and_bookshop)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두 번째 만나볼 행사는 지구, 자연, 인간에 곧 들이닥칠 기후 위기에 대해 작은 실천으로 생각과 일상이 변화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모임인 ‘지구반상회’가 주관하는 ‘헌옷줄게 지구다오!’입니다. 15일 탠저린맨션에서 진행될 이번 프로젝트는 ‘헌옷’으로 지구 온도를 1℃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지난 7월 방송된 KBS 「환경스페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편에 나온 거대한 헌 옷 무덤에서 소들이 풀 대신 옷에서 나온 합성섬유 조각을 씹는 장면과 방글라데시 바다에 의류 폐기물이 가득한 모습은 우리 모두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습니다. 방송을 보고 난 뒤 제 옷장을 열어봤습니다. 옷장에는 비슷비슷한 스타일의 옷들이 색깔과 약간의 모양을 달리한 체 수두룩하게 걸려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값비싼 옷에 대한 욕심이 없는 것에 안위하며 텀블러와 에코백을 사용하면서도 환경과 옷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을 깨닫게 되었는데요.
다큐멘터리를 시청한 이후 의류를 생산해 내기 위해 환경이 얼마나 값비싼 비용을 치르고 있는지를 찾아보게 되었고 뒤늦은 깨달음과 부끄러움은 오로지 제가 극복해야 할 몫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이번 지구반상회의 헌옷 관련 ‘깜짝전시회’와 ‘삐뽀삐뽀토크’ 역시 비슷한 위기의식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지구반상회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관객들이 옷 욕심을 줄여가는 일과 언제 입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옷들을 재활용하거나 필요한 곳에 나누는 등 자각과 행동을 통해 환경을 위한 미니멀리즘을 우리 삶에 가장 가까운 ‘옷’부터 시작해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또한 ‘옷’으로 시작해 환경과 기후 위기에 심각한 해를 끼치는 거의 모든 것들을 선별해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실천 가능한 것은 없는지, 알게 모르게 남용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절제와 행동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함께 고민하고 사소한 활동들을 꾸준히 해나가려 하고 있습니다.
지구를 살리는 이번 프로젝트에는 공예가 이지선, 더파란 홍민아, 지구사람 박은경, 미술치료사 황한나, 제주울림 이수정, 짜루점빵 하홍순, 우몽 최병훈, 애월에서 조희재 임명규, 에코액션포레스트 최동민, 음악학자 장선화, 컬러랩제주 김명은 박요한, 띵크제주 김소은, 첼리스트 예지영 그리고 탠저린맨션까지 총 16명의 예술가와 활동가들이 참여하고 있는데요. 누구든 뜻을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는데요. 이번 전시회와 지구반상회에서 기획하는 재미난 활동들에 대한 정보가 궁금하신 분들은 인스타그램(@re_jigusarang)을 통해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더 나은 지구를 위한, 고요하고 평화로운 제주여행’으로 이번 칼럼의 제목을 붙여보았는데요. 우리 삶과 문화의 풍요로움을 위한 활동과 지구를 살리기 위한 사소한 움직임들에 참여해 보는 것 어떠신가요? 여행지 제주에 와서 그 행동을 옮겨가는 일에 참여해 보신다면 보다 더 특별한 제주여행이 되지 않을까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칼럼니스트 김재원은 작가이자 자유기고가다. 대학시절 세계 100여 국을 배낭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작가의 꿈을 키웠다.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에 사는 '이주민'이 되었다. 지금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제주인의 시선으로 알리기 위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에세이 집필과 제주여행에 대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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