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이에게 “왜 우니?"라고 물어보셨나요
오늘 아이에게 “왜 우니?"라고 물어보셨나요
  • 칼럼니스트 최은경
  • 승인 2021.10.2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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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육아] 소복이 지음 '왜 우니?'를 보고
소복이 지음 '왜 우니?' ⓒ최은경
소복이 지음 '왜 우니?' ⓒ최은경

소복이 작가 그림책 「왜 우니?」의 표지. 이것은 눈물인가 빗물인가. 반짝이는 빗물들이 보석같이 빛나는 표지 가운데 눈물이 눈에 가득 고인 채로 서 있는 아이. 제목 대로 ”왜 우니?”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도대체 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이야기는 면지에서부터 시작된다. 털래 털래 걸어가고 있는 아이. 결국 감정을 못 이겨 눈물이 터진다. 한참을 울었을까. 마음이 진정된 아이는 다시 걷기 시작한다. 그러다 잠옷 바람으로 울고 있는 아이를 만나 묻는다. '너는... (왜 우니?)'.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왜 우니?”란 질문에 대한 25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 속 등장인물들이 왜 우는지 듣다 보면 이유가 너무나 공감이 간다. 맞아맞아, 저럴 때 울지. 그 마음이 뭔지 이미 아는 것 같지만 새롭고 내 이야기인 것처럼 소중하다. 그림으로 풀어낸 이야기라 그런지 더 선명하게 마음에 흔적을 남긴다. 지금까지 눈물의 종류를 이렇게 디테일 하게 다룬 책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다양하고 소소하다. 귀여운 울음들이다.

사과를 해도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사랑 때문에 울고, 더 이상 보드라운 털을 만질 수 없어서 그리운 마음에도 운다. 기뻐서 좋아서 울기도 한다. 안 울고 싶은데 옆에서 우니까 따라서 울고, 어느 쪽에서도 서 있을 자신이 없어서 우는 아빠도 있다. 우는 이유가 슬프기 때문만은 아니다. 엄마가 없어서 울고, 엄마가 있어서 울게 되는 상황에서는 웃음도 터진다. 아, 같이 울어주고 싶은데 눈물이 안 나서 곤란한 사람까지 소복이 작가는 놓치지 않는다. 세심하기도 하지.

그런데 가만히 들어보니, 소복이의 “왜 우니?”는 들어주겠다는 말이었다. 믿고 말해도 된다는 신호였다. “왜 우니?”, “왜 울어?”를 반복해서 소리 내어 읽다가 그 다정한 마음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소복이의 "왜 우니"는 '우는’ 너를 위해 기꺼이 내 마음 한쪽을 내줄 수 있다는 말이라는 걸. 다 울 때까지 기꺼이 기다려주겠다는 말이라는 걸. 그래서 읽는 동안 위로가 되었다. 때론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을 우는 이유까지 찾아내 그려줘서 눈물이 났다. 고마워서.

내 아이의 “왜 울어?”도 그랬다. 아이의 “왜 울어?”는 ‘엄마 마음을 알고 싶다’ 일 때가 많았다. 아이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고열로 힘들어하는 아이를 볼 때마다 눈물이 났다. 아이는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엄마, 왜 울어? 엄마가 자꾸 우니까, 나도 눈물이 나잖아”라며 아이는 울었다. 걱정의 말이었다. 아픈데도 내 걱정을 해줘서 고맙고 미안해서 나는 또 울었다.

둘째 아이 돌 무렵인가, 아이를 안고 걷다가 넘어져서 가슴을 쓸어내린 일이 있다. 놀라서 우는 아이를 겨우 재우고 화장실에서 물을 틀어놓고 혼자 울었다. 나 때문에 다칠 뻔해서, 놀라게 한 게 미안해서 울었다. 그걸 본 큰 아이는 왜 우냐고 묻지 않았다. 한참을 지나서야 물었다. 그때 엄마 화장실에서 왜 울었냐고. 속이 깊은 아이였다. 

나의 “왜 우니?”는 소복이의 말도, 내 아이들의 말도 아니었다. 나의 “왜 우니?”는 다정한 모습도, 걱정의 모습도 하지 않을 때가 많았다. 놀라서 “왜 우냐?”라고 물을 때도 있었지만, 차갑고 날이 서 있을 때가 더 많았다. 나의 “왜 우니?”는 화의 말이었고, 혼내는 말이었고, 이유를 다그치는 말이었다.

아이가 혼날 일을 해 놓고 울 때, 잠투정을 부리다가 울 때, 뜻대로 안 된다고 발을 동동 거리며 울 때, 내가 물은 "왜 우니?"는 거부의 말이었다. 받아주지 않겠다는 표현이었다. 뭘 잘했다고 우냐고, 둑 터진 아이의 마음을 결국 허물어 버리는 말이었다. 아이의 고운 마음을 담기에는 내 마음이 너무 작았다. 아, 미안해서 울고 싶다.

들어주겠다는 말 "왜 우니?"와 다그치는 말 "왜 우니?"의 차이를 왜 이제 알았을까. 나의 "왜 울어?"가 너무 익숙해서 몰랐다. 다르게 들릴 수 있는 말이라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그 한 끝 차이가 "넘어져서 피가 나도 '괜찮아, 괜찮아' 하며 걱정해주는 엄마를 생각하며" 울다가 웃을 수도 있게 만드는 건데... 너무 늦게 알아버린 내가 너무 한심해서 운다. 엉엉.

마지막까지 여운이 남는 소복이 작가의 사인. ⓒ최은경
마지막까지 여운이 남는 소복이 작가의 사인. ⓒ최은경

*칼럼니스트 최은경은 오마이뉴스 기자로, 두 딸을 키우는 직장맘입니다.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 연재기사를 모아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성에 대해 아는 것부터 솔직하게 말하고 싶어서 성교육 전문가에게 질문한 성교육 책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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