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행복한 결혼의 기준이란?
우리에게 행복한 결혼의 기준이란?
  • 칼럼니스트 이동학
  • 승인 2013.01.0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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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없고, 돈에 대한 부담만 남은 결혼생활

[연재] 다준다연구소 이동학 소장의 결혼 꼬집기 

 

십여 명의 선후배들이 모여 앉았다. 지난 연말 한 해를 보내며 아쉬움을 달래고 또 다가올 새해를 위해 서로 응원 차 마련된 자리였다. 필자를 제외하곤 모두가 기혼자라는 사실 외엔 별로 특이할 것도 없는 모임이었다. 배우자와 함께 나온 두 커플을 제외하곤 반 이상이 혼자였으니 상대적으로 말문이 쉽게 트였다.

 

처음 운을 뗀 주제가 삶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람쥐 쳇바퀴를 돌듯 같은 일상을 마주하는 사람들에겐 그럴 법도 한 것이 새로운 동기부여도 없고, 희망도 품기 어려운 시대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가정을 꾸린 이들은 꿈을 꾸고 그것을 향해 도전하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서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책임에 민감해지는 시기인 것이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다람쥐 쳇바퀴 도는 삶의 첫 번째 영역인 가정생활로 옮겨붙었다. 서두에 운을 뗀 선배의 요지는 행복하지 않기의 종결이 가정생활이라는 것이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영화제목처럼 미친 짓을 했다고 후회하고 있단다. 그런 그도 결혼 전에는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할 것이라면 이왕 하고 후회하는 게 낫겠다 싶어 결혼했단다. 결혼에 대한 환상도 없었고, 그저 주변의 따가운 시선 속에서 남들이 하는 길을 따라야겠다는 마음이 컸단다. 그야말로 미친 짓이었다고. 그 말이 끝나자 다른 일행들도 너나 할 것 없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쉼 없이 늘어놨다. 

 

난 적잖이 놀랐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는 청춘남녀들의 자연스러운 상상은 그야말로 미혼남녀의 특권인데, 그 특권은 이내 불행으로 바뀐단 말인가. 듣고만 있던 차에 결혼 자체에 대한 후회 말고, 결혼 후 가장 후회되는 것은 무엇이냐고 화제를 돌려 물었다.

 

배우자와 함께 참석했던 커플부부가 그제야 말을 받았다. 허례허식에 찌든, 남들 눈치 봐가며 한 결혼식에 헛돈을 날린 것에 대한 후회란다. 말인즉슨, 부푼 마음에 적지 않은 돈을 지급하고 웨딩사진을 찍고, 액자를 만들어 걸어놓았단다.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 사랑의 징표인 반지와 시계를 맞췄단다. 애석하게도 그들의 손엔 반지도 시계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결혼은 후회를 수반해야만 하는 건가? ⓒ이동학
결혼은 후회를 수반해야만 하는 건가? ⓒ이동학

 

아이를 낳는 순간 아이 몸에 상처라도 날까 반지를 빼 장롱 속으로 넣을 수밖에 없었고, 시계는 보통이상으로 반짝거려 그저 유리 상자 안에 넣어놓고 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단다.

 

웨딩사진이야, 아이 낳고 키우면서 아이의 돌잔치사진을 비롯한 다른 사진들로 바뀌어서 작지도 않은 웨딩 액자가 처치 곤란한 상황에 부닥쳐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그 자리엔 아직 아이를 낳지 않은 커플부부 두 사람 외엔 모두 반지도 시계도 차고 있지 않았다. 동의한다는 답이 터져 나왔고, 차라리 집값에 서로 보태 썼더라면 이라거나, 은행대출 원금을 더 갚았더라면 이라거나 라는 현실의 괴롭힘 거리를 없앴더라면이라는 후회 섞인 소리를 해댔다. 

 

연말 술자리, 술과 구수한 입담으로 암울한 주제를 가지고도 꽤 유쾌한 시간을 보냈지만 우린 행복의 조건이 무엇인지를 천천히 되새겨 볼 수 있었다.

 

의미는 온데간데없고, 남들 하는 대로 무작정 쫓아가는 것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담보할 수 있을까. 행복의 통로에 돈을 통해 들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결국 행복은 없고, 돈에 대한 부담만 남아있는 상황을 만나고는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 속에 자기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때 모인 십여 명의 사람들의 생각들을 사회 전체로 보편화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그럼에도 이러한 푸념은 왠지 소수의 문제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행복한 결혼의 기준은 남이 아닌 자기 스스로와 배우자가 될 그 사람과의 사이에서 결정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을 했다면 생각해보시라. 우리의 기준은 어떤 것이었는지. 결혼을 안 했다면 생각해보시라. 어떤 것을 행복한 결혼의 기준으로 삼을 것인지.

 

*칼럼니스트 이동학은 '다음 세상을 준비하는 다른 연구소'(다준다연구소) 소장이다. 어린 시절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신문 배달부터 시작한 사회생활 때문에 또래보다 일찍 쓰라린 사회를 경험하면서, 우리 사회를 더욱 따듯하게 만들어야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KTV 한국정책방송의 토론 프로그램 MC를 맡기도 했고, 경기도를 누비며 소외지역에 찾아가 영화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의 MC와 생활공감정책에 대해 강연을 하기도 한다.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아 디지털 싱글(오 친구여) 앨범을 낸 음치가수이기도 하며 레크리에이션 강사로도 활동하며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인권을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에서 헌법학 석사과정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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