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꼬는 것은 부드러운 말로도 하지 말고, 비웃음은 마귀에게라도 보여주지 마라’. 미국의 시인 바첼 린지(Vachel Lindsay)가 했던 말이다. 냉소주의를 경계하라는 뜻이다. 냉소주의(Cynicism)란, 못마땅한 현실을 두고 문제를 적극적으로 개선하기보다 체념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을 의미한다. 변화를 바라지 않거나 발전을 위한 의지가 결핍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냉소주의는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냉소주의자는 외부 자극을 객관적으로 처리하고 늘 최악을 준비하는 삶의 자세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부정적 감정을 더 쉽게 떨쳐내 오히려 정신적으로 더 건강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문제는 부모의 냉소적 표현이 아이의 뇌를 긍정적으로 자극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아이는 부모의 언어로 자라기 때문이다.
부모의 냉소적 표현은 다양한 상황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한다. 꼭 아이에게 하는 말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위로할 때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다들 그렇게 살아’, ‘그냥 다 그렇게 참고 사는 거야’, ‘사회생활이 다 그렇지 뭐’라는 한다. 꿈을 찾는 이에게 ‘꿈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어려워. 돈 많이 벌면 최고지. 다 먹고살려고 하는 거 아니야’, 도전하는 이에게 ‘그거 해봤자 어차피 결과는 똑같지 않을까’, 실패한 이에게 ‘거봐, 그럴 줄 알았다니까’라고 한다. 실망한 누군가에게는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될 대로 되겠지. 별일도 아닌데 호들갑이야’라고 한다.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논의할 때는 비관적 전망만 내놓을 뿐이다. ‘무슨 희망이 있겠어’, ‘세상에 믿을 사람 없다’, ‘그냥 다 같이 안 하는 게 낫지’라는 식이다. 이렇게 반응하면 똑똑하고, 세상 물정에 밝은 사람으로 보일지 모르나 푸념만 늘어날 뿐 별다른 해결책은 없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의 냉소적 표현을 자주 듣고 자란 아이는 일상의 작은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채 냉소적 삶을 살게 된다. ‘사는 거 뭐 별거 없구나’라는 마인드를 갖고 삶의 의미를 스스로 만들지 못한다. 그러면서 삶의 의욕을 상실한 채 무기력해진다. 친구가 ‘넌 왜 살아?’라고 물어보면 ‘태어났으니까 살지’라고 답할 뿐 삶의 목적을 찾기 힘들다. 아이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부족했기에 진로를 결정할 때도 ‘하고 싶은 게 없어’, ‘꿈이 어딨어. 돈이 최고지’, ‘이건 이래서 별로, 저건 저래서 별로’, ‘어차피 그건 해봤자 안 될 게 뻔한데’라며 자신의 꿈과 희망보다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직업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마음만큼은 자신의 꿈과 희망을 찾고 싶지만, 지레 포기하며 제자리만 맴돌 뿐이다.
삶은 원래 정해진 의미가 없다. 무의미한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는 아이가 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가 무의미한 삶에 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열정과 의지가 솟는 말을 자주 들려줘야 한다. 가령 ‘사는 게 다 그렇지 뭐’가 아닌 ‘오늘은 무슨 일이 또 생길까. 기대되지 않아’, ‘다 먹고살려고 하는 일이야’가 아닌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는 다 나름의 의미가 있어’, ‘어차피 해봤자 결과는 똑같아’가 아닌 ‘시작하지 않고 어떻게 알아. 시작하지 않으면 영원히 알 수 없어’ 등 아이의 두뇌를 자극하는 표현을 해 준다. 아이는 이러한 말을 무의식 속에 저장해 놓고 성장하는 내내 꺼내 쓰면서 자기 스스로 삶의 의미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각박한 세상에서 삶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그럴 때 문제를 멀리서 관조하듯 냉소적 자세를 취할 때도 필요하다. 다만 부모의 냉소적 언어 습관은 아이의 냉소적 자기 인식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이가 주체적으로 건강한 미래를 꾸려 나갈 수 있도록 삶의 희망을 줄 수 있는 언어 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말하기 강의를 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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