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도 뿌연 뉴욕의 누런 하늘... 둠스데이가 온 건가?
대낮에도 뿌연 뉴욕의 누런 하늘... 둠스데이가 온 건가?
  • 칼럼니스트 이은
  • 승인 2023.06.12 0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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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 육아 인류학] 미국 사는 한국 엄마가 전하는 미국 하늘 이야기

절친한 친구가 한국에서 뉴욕으로 출장을 오게 됐다. 예술가인 친구의 일정은 공연 관련 일정 말고는 타이트하지 않아서 내가 뉴욕을 방문하면 참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아이들의 방학은 친구의 출장 일정 다음주였다. 아이들 아빠에게 아이들을 맡겨놓고 잠시 다녀올까도 싶었지만 왕복 15시간 동안 운전하는 것은 어찌 참을 만하지만 중소도시에서만 운전하던 내가 대도시 뉴욕 시티 안에서 어떻게 운전을 할지 아찔해져서 결국 아쉬운 마음을 꽃바구니 배달로 대신 전하고 멀리서 친구를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이틀인가 지났는데 친구가 많은 메시지를 한꺼번에 보내왔다. 뉴욕 하늘이 꼭 화성에 온 것 마냥 누렇고 뿌옇게 변한 데다가 그을림 냄새까지 난다는 것이었다. 친구가 보내 온 사진의 하늘은 정말 대낮인데도 누렇게 변해 있었고 가시거리도 확연히 줄어든 느낌이었다. 나 역시 당황해서 뉴스를 찾아보니 캐나다의 대규모 산불의 영향으로 뉴욕 지역의 공기까지 최악이 되면서 인도 지역의 공기 질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되면서 세계 도시 중 공기질이 최악으로 떨어진 상황이라는 보도가 잇달았다. 친구에게 마스크를 꼭 끼고 다니라고 신신당부하고 되도록이면 중요한 일정 이외에는 바깥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나니 그 날 오후에 큰 아이의 학교 교육구에서 학부모들에게 전체 이메일을 보내왔다. 뉴욕과 7시간 가까이 떨어진 이곳 펜실베니아 북부의 공기 질도 평소와 비교해 현저히 떨어진 상태이니 노약자의 바깥 활동을 하루 이틀 정도 제한하기를 권고한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사는 지역의 하늘은 쾌청 했고 외관상으로는 전혀 변화가 없어 보였기에 조금 놀랍기는 했으나 이 날은 놀이터에 가자는 작은 아이를 잘 달래서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제 곧 이사 가기로 돼 있는 캘리포니아 지역에도 여름마다 크고 작은 산불이 계속 된다고 하는데 그곳의 공기 질도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친구가 보내준 뉴욕의 하늘 모습: 하늘이 뿌연 오렌지 빛이다. ⓒ이은
친구가 보내준 뉴욕의 하늘 모습: 하늘이 뿌연 오렌지 빛이다. ⓒ이은

결국 뉴스를 보다가 걱정이 되어서 뉴욕에 있는 친구와 통화를 했는데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그도 아니면 서글프다고 해야할지 서울의 미세먼지에 늘 시달리곤 했던 친구는 “서울에서 자주 겪어서 그런지 아무 놀랍거나 무섭지는 않다”는 코멘트를 남기고는 아주 쿨하게 본인의 일정을 잘 이어갔다. 다만 처음 뉴욕의 샛누런 하늘을 호텔에서 발견했을 때는 당황해서 '둠스데이(Doomsday, 지구 종말의 날)'가 온 건가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기상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건조한 날씨와 기후 변화가 일어나고 이 때문에 산불의 위험도와 지속도 역시 크게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산불 피해가 점점 커지고 단지 해당 국가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볼 수 있는 푸른 하늘은 언제까지나 영원할 수 있을지. 미국의 푸른 하늘 화창한 날씨를 보면서 감사한 마음이 들다가도 의외로 재활용 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미국은 모든 쓰레기를 그냥 뒤섞어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춥디 추울 정도로 끝없이 에어콘을 틀고 수많은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고 (미국에서 종이 제품으로 플라스틱 대신하기 상점에서 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 이용하기 대중화는 의외로 최근에 일어난 일이다) 자동차가 아니면 해결되지 않을 미국의 도로와 일상 생활을 경험하면서 가끔은 한숨이 나올 때가 있다. 변화하고 있다지만 아직 너무나 많은 변화가 필요한 생활.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나부터라도 조금씩 변화해야 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한 주였다.

*칼럼니스트 이은은 한국과 미국에서 인류학을 공부했다. 미국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마치고 현재는 미국의 한 대학에서 인류학을 가르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가는 낙천적인 엄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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