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이 건강할 권리, 지역‧경제적 격차를 넘어 보장해야"
"아동이 건강할 권리, 지역‧경제적 격차를 넘어 보장해야"
  • 기고=오래은
  • 승인 2023.06.2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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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해요, 아동기본법] 9. 아이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아동권리 보장 및 보호를 위해 '시작해요, 아동기본법'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숙원과제인 아동기본법 제정을 통해 아동을 보호 대상이 아닌 권리 주체로 보는 인식은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매주 월요일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마련한 아동권리보장을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편집자 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 복지사업팀 오래은 과장.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 복지사업팀 오래은 과장.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대한민국 정부가 「UN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지 벌써 3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국제법상에 비준(Ratification)은 해당 국가가 법적으로 구속되는 합의를 의미한다. 「UN아동권리협약」은 비준을 통해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지니지만, 여전히 국내 아동 관련 제도 및 정책은 정부 부처별로 기준과 내용이 제각각이다.

최근에는 저출생 대책과 양육비용 경감 정책 등의 이슈에 비해 아동의 권리를 위한 정책 마련에는 무심한 분위기다. 사회적으로는 ‘아동권리’에 대한 의식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이해와 관련되면, 여전히 ‘아동권리’를 우선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이러한 고질적인 현상이 아동 기본법이 ‘아동’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도록 마련되어야 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아동의 권리란 무엇인지, 필자가 만난 지방 소도시에 사는 아동들의 사례를 통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저소득층 맞벌이 가정이 많이 사는 소도시 아동들은 코로나19 기간, 컵라면과 같은 간편식이 익숙해졌다. 이 때문인지 고도비만·고지혈증·심혈관계질환과 같은 건강적신호가 지방 소도시 아이들에게 자주 나타난다. 또, 친구들과 놀기보다는 혼자 휴대폰 영상을 보는 것이 익숙하고 더 재밌다. 필자가 지켜보기에 이곳 아이들의 또래 관계는 단절되어가고 있으며, 몸과 마음의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작은 농촌 소도시에 살고 있는 12살 성준(가명)이는 코로나19가 해제되었는데도, 마스크를 마음 편히 벗지 못한다. 장애가 있는 부모님과 살면서 치과병원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앞니부터 치아 전부 충치 상태이기 때문이다. 가족은 치료가 시급한 상황이 되어서야 성준이가 그동안 왜 마스크를 벗지 못했는지 알게 되었다.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은 집에서 차로 왕복 2시간 거리를 이동해야 갈 수 있는 위치다.

서현(가명)이는 초등학교 입학 전후에 원인 모를 두통에 시달렸다. 농촌에 살며 작은 병의원을 전전하다 뒤늦게 큰 병원에 가고 나서야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두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종양은 여전히 남아 유일한 보호자인 할머니의 걱정이 크다.

이와 같은 상황은 우리나라 아동 건강 관련 법과 정책 가운데, ‘아동 건강검진’에 관한 사항을 들여다보게 한다. 우리나라 아동의 건강검진은 0~18세 나이를 대상으로 현행 4개의 근거 법령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의료급여법 제14조 △학교보건법 제7조 △청소년복지 지원법 제6조로 분절되어 있다. 아울러 4개의 검진 수행 주체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여성가족부 ▲보건소(지자체) ▲학교(교육청)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검진 내역을 보면 키, 몸무게 측정 정도의 단순 일반 건강검진 형태이다. 시행 주기도 영유아(만 0~5세)들은 총 8회, 학령기 아동은 3년을 주기로 12년간 총 4회(초 1, 초 4, 중 1, 고 1만 해당)로 영유아시기에 비해 확 줄어들 뿐만 아니라, 2년에 1회 정기검진을 받는 성인(보건복지부, 2021년 기준)에 비해서도 적은 횟수다. 보편적인 건강검진 기회마저 학령기 아동들은 연령 기준에 의해 3년이라는 기간이 지나야만 자신의 건강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앞서 밝혔듯이 지방 소도시에 사는 아이들의 경우엔 대도시 아이들과의 격차도 문제다. 교육부가 조사한 학생 건강검사 및 청소년 건강행태 검사(2022)에 따르면 대도시에 사는 학생보다 읍·면 지역 학생들의 과체중과 비만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필자가 거주하는 전남지역 청소년들의 비만율은 21.7%로 전국에서 가장 높으며, 채혈로 이루어지는 검사의 경우 보호자의 동의가 없으면, 진행되기가 어려워 실제 고위험의 건강 상태에 놓인 아동들은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농어촌 지역은 인프라 부족과 불편한 교통상황으로 교육뿐 아니라 ‘건강’에 있어서도 격차가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제는 아동의 건강이 회복 불가능할 지경에 이르러서야 발견된다거나, 아동 개개인의 특성에 맞지 않는 전국단위의 단순 관리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통합적이고 유기적인 아동 건강권 보장이 요구된다. 「아동기본법」에 ‘아동이 건강한 상태’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이 모두 충족된 상태로 인식하고, 아동이 건강을 누릴 권리에 있어 국가의 책무성을 규정해야 한다. 아울러 아동 건강을 부모의 책임으로만 몰고 가는 인식 역시 변화되길 바란다. 아동 스스로 보다 적극적으로 국가에 대하여 ‘건강권’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서 담기길 바란다.

구체적으로 다음의 3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 아동이 사는 지역‧나이‧부모의 상황에 상관없이 균등한 기회에 접근할 권리를 보장해 주길 바란다. 둘째, 아동 연령과 발달단계, 고유 특성을 고려하여 참여 과정과 아동 중심의 해결 방안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 셋째, ‘가능한 최대한으로’ 아동의 생존권과 발달권을 보장해 주길 바란다.

글을 마치며, 대한민국 모든 아동의 ‘행복’을 목적으로 「아동기본법」 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 아동이 태어난 순간부터 ‘주인공’으로서 스스로 건강할 권리를 누리는 세상이 되길 바라본다. 마지막으로 ‘모든 아동을 위한 나침반’이 되어줄 「아동기본법」 제정을 위해 노력 중인 많은 분의 노고에 힘찬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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